등록 2007.12.01 15:52수정 2007.12.0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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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한 해의 끄트머리인 12월이 되었다. 12월은 금년을 마무리하는 달이기도 하지만
글을 쓰는 이들에겐 실로 가슴이 설레는 달이기도 하다. 그같은 연유는 전국지와 지방지마다 '신춘문예'의 공모가 있는 때문이다. 고로 이맘 때가 되면 프로 작가를 꿈꾸는 문학도들은 으레 설렘과 기대, 그리고 허탈과 좌절이란 열병을 치른다.
그 어떤 문학수업도, 스승과 선생도 없이 오로지 독학으로서 글 쓰는 '법'과 재미를 알아
이런저런 글을 써온 지도 얼추 10년이 되어간다. 부박하고 신산한 내 삶에 있어 그나마 글이라도 쓰는 '맛'을 몰랐다면 아마도 나는 진작에 홧병으로 죽었을 터였다.
하여간 그처럼 글을 쓰다보니 이런저런 상도 꽤 받았고 지금도 여기저기에 투고한 대가로써 받는 원고료와 문화상품권 등을 합치면 매달 기십만원이란 목돈이 쥐어진다. 그렇게 '번 돈'은 평소 돈 버는 재주가 없는 나로서는 실로 요긴한 감로수이자 생명수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사람은 본디 욕심의 화신인 때문인지 지난 한동안은 해마다 12월이 되면 신춘문예에 미쳐 정신을 차리지 못 하는 나날이 반복되곤 하였다. 하지만 실력도 없고 자질도 없는 당연한 이치로써 늘상 '당연히' 미역국만 먹었다.
그래서 앞으론 내 주제를 알고 처신해야겠다는 당연론에 의거하여 신춘문예 도전이란 가당찮은 짓거리는 관두기로 하였다.
대신에 지금처럼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장르만의 글(남이 보기엔 잡문 나부랑이겠으되)을 쓰는 맛과 멋에는 여전히 도취될 요량이다. 몇 년 전엔가 어떤 수필 공모전에 글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근데 어떤 문인이란 분이 전화하기를 자신(들)이 발간하는 월간 문학집을 100권 사는 조건이면 당장에 등단시켜주겠다는 제의를 해 왔다. 순간 어이가 없는 차원을 넘어 분기탱천하여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말았다.
세상에! 아무리 배금주의 사상이 심화되는 즈음이라곤 하지만 어찌 문학마저 돈으로 사고 팔아서야 어디! 2년 전에도 전국 단위의 수필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역시나 수필가로의 등단 기회가 있었지만 정중히 사양한 바 있다.
배운 것도 쥐뿔 없고 경력마저 일천을 넘어 전무하다시피한 나같은 불학의 허릅숭이가 어찌 가당찮게 수필가란 말인가. 설령 수필가로 등단했다손 쳐도 현재 내가 받고 있는 원고료의 몇 배를 주는 것 또한 아닐테고.
최근 혹자가 '한국에는 왜 이렇게 작가가 많은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옛날에는 남산에서 돌을 던지면 김씨가 맞았는데 요즘은 시인이나 수필가가 맞을만치로 문인이 많아졌다는 비평을 하면서 자격도 없는 사람이 '문인'으로 행세하는 세태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옳은 주장이라 여겨져 이내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무지한 내가 보기에도 단박에 작품의 질이 나의 수준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를 왕왕 보는 경우도 있는 때문이다.
내가 아는 시인 또한 신춘문예라면 '이를 가는' 이가 실재한다. 그는 신춘문예 공모의 시가 한국시를 망치고 있다며 분개했다. 그 연유인즉슨 최근 4-5년 동안에 신춘문예서 뽑힌 시들을 보면 대개 비슷비슷하고 또한 억지로 만든 자국이 역력하며 리듬감도 없어 살아 있는 시가 되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푸쉬킨의 시처럼, 아님 소월과 만해의 노래처럼, 그도 모자라면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언제나 가까이에서 가슴을 촉촉히 적셔주는 주옥같은 문학은 떠나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도깨비 방망이처럼 허공을 떠돈다고 했다.
즉 우선 먹기는 곶감이 좋다고 '등단부터 하고 보자'는 심리가 발동하는 까닭으로 개성도 예술혼도 없이 그저 붕어빵 찍어내듯 하는 류의 천편일률의 모양새가 되고 만다는 주장이었다.
하여간 해마다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을 하는 작가는 분명 대단한 인물이며 아울러 각고의 세월을 이겨낸 인간승리의 표본임은 당연지사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아무튼 그러거나 말거나 내 결심은 이제 요지부동이다. 그건 바로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 옳은 이치듯 내 그릇에 맞게 앞으로 신춘문예란 암벽으로의 도전은 애당초 안 하고 볼 일이라는 거다.
지난 여름, 신동아 논픽션에 응모하고자 무려 한달 여 가까이를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먹구름처럼 내 곁을 부유하는 악몽은 이제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 덧붙이는 글 | sbs-유포토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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