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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서 VS 아빠
ROUND 1
할머니와 가끔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고 오는 준서는 밥먹을 때 가끔씩 기도를 한다. 기도하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울 때가 많다. 적어도 이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준서는 주로 내가 재우는데 밤 9시에서 10시 사이에 자장가 2곡이면 어김없이 꿈나라로 직행이다. 그날도 한 9시30분쯤 방에 들어가 배를 두드려주며 자장가를 부르고 있는데 이 녀석이 쉽게 잠이 들지 않는 것이었다. 아마도 변비 때문에 속이 불편하여 그런가 싶어 배를 쓸어주며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자고 하였다. 원체 기도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인지라 금새 눈빛이 달라지면서 두 손을 예쁘게 모았다.
아빠 : 아빠가 먼저 기도를 할 테니까 준서는 그대로 따라하면 되는 거야! 알았지?
준서 : (해맑은 목소리로) 네에...
아빠 : 하나님! 준서가 배가 아파요... 앞으로는요 밥 많이 먹게 해주시구요. 햄버거, 치킨, 피자, 아이스크림, 쵸콜릿, 사탕 안 먹게 해주시구요. 그래서 응아도 잘 나오게 해주세요. 그래서 힘세고 용감한 파워레인져가 되게 해주세요. 아멘...
준서 : 하나님! 준서가 배가 아파요. 응, 응,,, 아빠 다시한번 해줘... 까먹었어...
아빠 : 그래 아빠가 다시 해줄게. 어쩌구 저쩌구... 자 이제 다시 해보세요.
준서 : (초롱한 눈빛,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하나님! 우리 아빠 방구 좀 끼지 않게 해주세요. 그리고 배도 들어가게 해주세요. 아멘.
그리고 씨익 웃으며 지 엄마한테로 달려나갔다. 혹시 기도 뒤에 숨은 음모가 있는 것은 아닌지...
ROUND 2
아이와의 친밀함은 되도록 함께 해주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는 많이 놀아주는 것이다. 아무래도 둘째를 중심으로 육아를 하다 보니 큰 아이 준서가 많은 부분 섭섭해 하는 것이 사실이다. 첫째가 둘째에게 느끼는 분노의 정도는 조강지처가 첩을 대면했을 때 보다 더 하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그래서 짧은 시간이지만 극도의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던 중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을 가져보기로 하였다. 어느 날 치카치카를 다 끝낸 준서가 저녁에 사다 놓은 맛있는 과자를 무지하게 먹고 싶어했었다. 엄마의 눈치만 보던 아이는 서서히 좌절하고 있었다.
이때다 싶었다. 준서를 데리고 재우러 들어가면서 과자도 몰래 챙겼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우리만 아는 비밀이야. 준서 하나, 아빠 하나" 소리를 내지 않고 과자먹기의 고난이도 기술연마 속에서 우리는 하나가 되었고 표정으로 눈빛으로 서로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정을 교환했다.
그런데 물먹으로 나갔다 오겠다며 나간 준서가 돌아오질 않았다. 한참 후 방문이 열리고 아내의 목소리가 나의 심장을 요동치게 하였다.
"준서가 와서 그러드라, 아빠가 자기 과자 먹고 싶다고 해서 몰래 같이 먹어줬다구, 으이고 이 못난 인간아!"
엄마 뒤에 서서 준서는 이러고 있다. "엄마! 치카치카 하고 나서는 과자 먹으면 안되지. 준서 과자 또 먹어서 응아 못하면 어떻하지." 난 그날 아들 과자 삥이나 뜯는 그런 못난 인간이 되었다.
준서와 함께 한 캠프 이야기
준서는 5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만들어주고 더불어 나도 조금은 편해질 요량으로 보내기 시작한 준서의 어린이집 생활은 참으로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에 아빠와 함께 하는 1일 캠프를 다녀왔다. 캠프 중에 있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를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간식
준비물 목록에 간식이 적혀 있기에 무엇을 준비할까 생각하다가 과일 조금이랑 과자나 몇 봉지 사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저녁 마실을 나갔다. 그런데 술이 조금 과했는지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말았다. 집사람은 아이 간식을 준비했는지 아침에 다그치고 난 다 준비했다고 큰 소리를 쳤다.
아내는 출근하고 부랴부랴 짐을 챙기면서 냉장고에 있는 몇 가지 간식을 가지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캠프장에서 중간중간 간식을 아이들에게 먹이는 시간이 있었는데 다른 아빠들의 간식은 과일, 요쿠르트, 빵, 과자, 감자 삶은 것, 계란 삶은 것 등 참 먹음직스러운 것으로 가득했다.
우리도 준비한 간식을 꺼내어 먹었는데 그 내용물이 바나나 말린 것, 버터구이 오징어, 땅콩, 육포 이것이 전부였다. 캔맥주만 빠졌을 뿐 이건 완전히 술안주였다. 하긴 저녁에 맥주 한잔 할 때 먹는 내 안주를 간식이라고 가져왔으니 참으로 대략난감한 상황!
그래도 아빠보다 나은 준서는 버터구이 오징어를 친구들에게 주고 수박 한 쪽을, 바나나 말린 것을 주고 과자 한 봉지를 가져와 먹는다. 대단한 처세술이다. 어린이집에서 준비한 삶은 감자를 보고 허겁지겁 2개나 먹어치우는 아이를 보면서 일찍 일어난 아빠가 간식을 잘 준비한다는 큰 교훈을 얻게 되었다나 뭐라나...
원장님 너무해요!
약 50명이 넘는 아빠들이 각자의 아이를 데리고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터. 어제까지 야근에 또는 회식에 피곤한 모습을 하고 버스에 오르는 50명의 아빠들. 아이들과 가볍게 놀아주면 되겠지 하는 우리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하는 체험도 많았지만, 중간중간에 아빠들끼리 족구에 집단 축구에 체육대회를 갖게 하고 아빠들이 힘자랑 대회를 벌이듯 아이를 업고 뛰고 돌고 앉고 마치 유격훈련이라도 받은 듯 온몸은 땀으로 범벅.
두 아이를 데리고 온 아빠가 있었는데 측은해서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아빠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일종의 부채감이 우리를 더 열심히 뛰고 구르고 아이들을 지극정성으로 챙기게 하는 것이리라. 경쟁사회에 내몰려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아빠들이 한 없이 측은하게 보이기도 하면서도 이렇게 일회적인 부자캠프가 아닌 생활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우리가 될 순 없을까 하는 강한 자괴감이 몰려왔다.
차 안에서 자신의 무릎을 베개 삼아 곤히 잠들어 버린 각자의 아이들을 보면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술이라도 한잔 걸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어린이집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마나님의 손에 이끌려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우리의 어린이집 원장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버님들 오늘 너무 고생 많으셨구요, 아버님의 이런 관심과 열정을 보고 저는 너무 감동했습니다. 이러한 아버님들의 관심과 사랑에 보답하고자 오는 10월에 이보다 훨씬 좋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다시 만나뵙겠습니다. 모두들 함께 하실 수 있으시죠?” 그때의 아빠들 표정과 반응은 상상에 맡기기로 한다.
| 2007.12.01 16:11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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