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의 고민, "문제는 노무현이 아니야"

친노 "집토끼부터", 비노.반노 "뭘 망설여?"... 캠프는 '곤혹'

등록 2007.12.01 17:08수정 2007.12.0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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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내 친노 그룹이 "집토끼부터 잡아야 한다"며 압박에 나섰다. 비노.반노 그룹은 "노무현의 그늘이 정동영의 정치를 가리고 있다"며 확실한 차별화를 요구하고 있다. 숫자로만 따지면 친노쪽보다는 비노.반노쪽 의견이 더 우세하다.


정동영 후보와 노무현 대통령의 관계설정 문제가 새삼스레 대두됐다. 이미 대선후보 경선 때 '친노 대 반노' 구도에 의한 힘겨루기 싸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대선이 20여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이 문제가 불거진 데에는 정 후보의 지지율 정체 탓이 크다.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공동 문제 인식 속에서 양측이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정작 정 후보측은 "유불리 차원에서 확 껴안거나 발로 차버리거나 하는 식의 정치는 안하겠다"는 입장이다. 언뜻 보이게는 이도 저도 아닌 맹물처럼 보이지만, 정 후보측은 '중용지도'와 '통합'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노무현과의 관계'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새로운 시대의 '정동영 비전'을 보여주느냐"는 것이다.


유시민 "참여정부를 계승하는 후보임을 분명히 해야"


대통합민주신당 국민대통합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두관 경남선대위원장과 유시민 의원이 지난달 30일 울산시당을 방문해 당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친 노무현'계인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정동영 후보가 참여정부의 공과를 계승하는 여당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시민 의원은 참여정부의 국정수행이 실패했다는 최재천 대변인의 말을 반박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며칠 전 후보 캠프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재천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노 중 친노인 유시민 의원조차도 참여정부 국정 실패를 시인했고 이를 토대로 문국현 후보와 연대할 수 있다'는 요지로 말하더라. 제가 강연 가서 '국정수행을 퍽 잘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국민의 평가가 나쁘다'고 말한 건데, 최재천 의원은 '유시민 의원조차도 참여정부 실패를 자인했다'고 알고 있더라."


이어 유 의원은 "더 심각한 것은 참여정부 실정 인정을 토대로 문국현 후보와 연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참여정부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한나라당과 똑같이 취한다면, 우리와 한나라당을 차별화할 수 있는 조건을 스스로 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유 의원은 "대통령 선거는 기본적으로 정권연장이냐, 정권교체냐가 이슈"라고 강조한 뒤, "우리 후보가 참여정부를 계승하는 후보임을 분명하게 하자고 후보 측에 제안한 바 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참석자들에게 정동영 후보에 대한 지지도 당부했다. 그는 "대통합위원회의 첫째 의무는 (대선후보 경선에서) 낙선한 후보들을 지지했던 분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여기서 같이 하자. 다른 데 가봐야 좋은 데도 없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유 의원은 또 BBK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측으로 가 있는 전통 지지층을 확실하게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후보가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맞춰 우리쪽 유권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을 빨리 세워야 한다"며 "12월 5일이 기점이 될 것이다.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좋은 말만 하면 크게 반대하지도 않고 크게 지지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2002년 대선 당시 행정수도이전 공약처럼 대선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확실한 이슈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지지율 25%까지만 끌어올리면 1강2중 구도에서 3강구도 또는 양강 구도가 된다"며 "상황은 유동적이니 의원들은 이명박 후보 지지율을 떨어뜨리는데 집중하고, 후보와 핵심참모들은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이슈를 주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두관 위원장도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 상승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BBK 비리 의혹' 공세와 함께 참여정부와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유시민 의원이나 제 생각에는 (정 후보가) '참여정부 공과를 계승하겠다'고 화끈한 쟁점을 만들면서 대선전략을 가져가면 기회가 있을 것 같은데, 이는 (정동영) 후보의 결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친노'의 정치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영남에서 대표적 '친노' 인사인 두 사람이 "정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승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른바 전통적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집토끼'부터 잡지 않고서는 승리의 기반을 다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친노의 압박'은 최근 정동영 후보의 언행과 무관치 않다. 지난달 8일 정동영 후보는 "아무리 노선이 옳아도 국민 다수가 반대하면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말했고, 곧바로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 시도로 해석됐다. 전날 관훈토론에서도 참여정부의 '취재선진화방안'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한 뒤, "집권하면 참여정부와 확실히 다른 정부를 열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유세 첫날인 27일 대전역에서는 "정동영이 대통령이 되면 노무현 정권에서 정동영 정권으로 확실히 바뀌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바뀌면 정권이 바뀌는 것"이라고 거듭 역설했다. 29일 유세에서도 "노무현 정권과 뿌리는 같지만, 노무현 정권은 노무현 정권이고 정동영 정권은 정동영 정권"이라고 강조했다.


"내일 모레면 임기 종료되는 사람과의 관계가 왜 중요한가?"


정동영 후보측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선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기남 공보실장은 1일 "참여정부의 공과 과를 모두 안고 가겠다는 기조를 줄기차게 이어왔다"며 "정책적 성과는 정동영 후보가 이어가겠지만,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던 부분은 극복하는 등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노무현 정부를 싸잡아 '실정'이라고 하는 부분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당내에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설정 문제와 관련 양극단의 입장이 존립하고 있다는 것이 정기남 실장의 설명이다. 한쪽은 "노무현을 확 껴안아라"는 입장이고, 다른 한쪽은 "뭘 망설이나. 확실하게 차별화해라"는 입장이다.


정 실장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며 이분법적인 강요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정 후보는 유불리 차원에서 확 껴안거가 발로 차버리거나, 이런 정치는 안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후보가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과 달리 캠프내 전반적인 분위기는 차별화를 주문하는 정서가 더 지배적이라고 한다. 친노측이 "더 이상 나올 표가 없다. 전통 지지층이 정 후보를 지지할 명분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나머지 계파들은 "이제 시간이 없다. 노무현의 그늘이 정동영의 정치를 가리고 있다"며 정 후보의 '결단'을 주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후보측 한 관계자는 "'집토끼부터 다지고 가자, 현찰부터 먹자'는 쪽과 '아무리 현찰이 커 보여도 멀리 봐야 한다'측 간에 논의를 계속 하고 있지만, 결론이 안났다"며 "어느 선택을 하든 부정적인 효과가 있기 마련이다. 결국 플러스 요인이 더 큰 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후보 캠프의 전략기획실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의 생각은 다르다. "자꾸 지나간 시대에 대한 '차별화, 끌어안기' 논쟁으로 끌어가면 정동영이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시대가 어떤 것이냐는 주제가 매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내일 모레면 임기가 종료되는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은 일반 국민에게 관심사가 아니다"며 "국민들은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누구냐에 관심이 있는데, 그것을 억지로 끌어내려서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만을 얘기하는 것은 선거 전략상으로도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 의원은 "노무현이냐 아니냐, 김대중이냐 아니냐 등의 쟁점에 자꾸 갇히게 만드는 것은 정동영 후보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에 빨리 벗어나야 한다"며 "우리의 고민은 어떻게 새로운 시대의 정동영 비전을 보여주느냐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 의원은 또 친노측에서 주장하는 '집토끼론'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민 의원은 "친노는 '정동영을 지지할 명분을 달라'는 것인데, '노무현 정권을 확실하게 승계하겠다'고 하면 이명박.이회창 후보측에 가 있는 우리측 전통 지지자들이 돌아올 수 있느냐는 고민이 있다. 그것에 대한 해답을 친노도 못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이어 "집토끼는 승리 가능성이 있으면 다른 곳에 가지 않고 어차피 모인다"며 "상대방의 기반을 와해시키고, 우리쪽 지평을 넓혀가면 집토끼는 자연스럽게 모이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후보로서는 참여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있는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문제 때문에라도 더더욱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발목을 잡힐 여유가 없다는 것이 캠프의 설명이다.

2007.12.01 17:08ⓒ 2007 OhmyNews
#정동영 #노무현 #친노 #민병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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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 저서 <이재명과 기본소득>(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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