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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무늬주부’를 자처하는 터이다. 가족 중 가장 먼저 퇴근하는 관계로 딱히 할 일도 없고 하여 시간이라도 죽일 요량으로 이런저런 요리를 배워왔다.
그중에서도 콩나물을 응용하고 이용한 요리를 잘 하는데 콩나물국을 시원하게 잘 끓이는 나의 솜씨는 이미 자타가 공인할만치의 내공을 자랑한다.
값 싸고 영양가도 우수하기에 콩나물은 예로부터 나와 같은 서민에게도 전폭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콩나물은 성정이 까칠하지 않고 넉살머리도 좋다. 그래서 북어국과도 잘 어울리고 오징어국에도 궁합이 잘 맞음은 모두가 아는 상식이다. 콩나물밥을 지어 갖은 양념장에 비벼먹어도 ‘밥 한 그릇 뚝딱’임은 가파른 물가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그나마 위안케 하는 모티프에 다름 아니다.
도래하는 연말연시엔 유독 술자리가 잦다. 비단 그같은 시즌이 아닐지라도 평소 과음한 이튿날에도 콩나물은 숙취제거라는 천하제일의 괴력을 발휘한다. 헌데 그같은 까닭은 콩나물 속에 숨어있는 아스파라긴산이 알코올의 분해를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란다. 예로부터 해장국의 재료에 콩나물이 유독 많이 이용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금껏 다소 장황하게 콩나물을 얼추 극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앞으론 콩나물을 어쩌면 비난하고 비판하는 입장으로 선회할지도 모르겠다. 마치 엊저녁까지만 하더라도 한솥밥을 먹으며 동지의 혈맹을 줄곧 맺었음에도 오늘 당장엔 탈당하여 반대 정당의 저격수로 돌변하듯이.
토요일인 어제 오전근무를 마치고 귀가해 냉장고를 열어보니 냉동실의 오징어가 실오라기 한올조차 안 걸치곤 동태가 되어 떨고 있었다. 오징어국을 끓여 먹을 요량으로 인근의 슈퍼로 달려갔다. 그리곤 아무 생각 없이 5백원을 내면서 으레 그러하듯 콩나물을 한 봉지 가득 담아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슈퍼 주인은 이내 소태 씹은 얼굴이 되면서 묻지도 않았는데 까칠한 답변을 쏟아냈다.
“앞으로 콩나물은 무조건(!) 기본이 한 봉지에 1천원입니다!”
그 말 뒤엔 앞으론 어제처럼 ‘감히’ 5백원만 가지고 와서 콩나물을 달라고 했다간 시절을 모르는 철부지 취급을 받을 수도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라는 경고의 메시지까지 음흉스레 내재되어 있었다. 하긴 그러고 보니 어제 산 콩나물은 불과 나흘 전에 샀던 5백원 어치의 콩나물에 비해 현저하게 적게 담아주는 것이었다.
그걸 집에 가지고 와서 씻어 오징어국을 끓이는데 괜히 그렇게 부아가 솟았다. 그래서 궁시렁거리는데 늦잠에서 깬 아들이 주방으로 들어섰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글쎄~ 콩나물도 이젠 5백원어치는 명함도 못 내밀게 생겼구나...”
로마시대 때의 실력자였던 카이사르는 그러나 다른 두 세력에 의해 암살당한다.
그 때 그가 한 유명한 말이 "부르투스, 너마저~!"라는 것이었다던가.
그렇다면 오늘날 나는 이런 항변을 하고만 싶다.
“콩나물, 너마저 그예 우릴 배신하는가?”라고.
현재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콩나물의 재료인 콩의 대부분이 중국과 미국서 수입한 종자임을 알고 있기는 하되 아무튼 그마저 값이 대폭 오른다고 하니 시나브로먹거리마저 외세(外勢)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만 같아덩달아 올 겨울이 더욱 추워질 듯 싶다.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물가고를 새삼 절감하자니 가뜩이나 시린 옆구리로 세찬 한풍(寒風)이 더욱 무겁게 들어찬다.
덧붙이는 글 | 지금은 라디오시대에도 송고했습니다
| 2007.12.02 12:53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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