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김 시대'로 돌아간 대통령 선거운동

[고태진 칼럼] BBK 중계 말고, 공약 토론을 보고 싶다

등록 2007.12.02 16:55수정 2007.12.0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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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대선 선거기간이 시작되면서 거리 곳곳에서 가두 유세를 벌이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그런데 듣지 않을래야 듣지 않을 수 없는 그 시끄러운 소리를 억지로 들어보니 대개가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이나 자기 후보에 대한 미화에 불과한 내용이었는데 그 내용도 무척 왜곡돼 있었다. 아마도 대개의 유세가 이런 식일 것이다.

일방적 목소리만 난무하는 이런 구시대적인 가두 유세를 통해 그 후보나 공약을 제대로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접근과 미디어를 통한 공약 검증과 더불어 후보 상호간의 토론의 기회를 많이 늘리는 것이 유권자가 각 후보를 제대로 아는데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시대가 점점 거꾸로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인터넷은 묶어놓고 토론도 없이 점점 거꾸로 가는 선거문화

올 대선에서는 각 후보 간에 벌어지는 치열한 토론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없을 것 같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KBS와 MBC를 상대로 낸 '대선후보 3자 토론회'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짐에 따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하는 세 번의 TV토론 외에는 대선후보 간 방송토론회가 열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보아, 이번 대선은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유례없는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인터넷은 우리의 생활 그 자체이지만 대선을 앞두고 선거법 위반 단속은 개인 홈페이지부터 정치포털 사이트까지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대선과 관련한 자유로운 표현이나 주장은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이 로그온하다'라는 기사를 내보낼 정도로 지난 대선에서는 인터넷이 큰 영향력을 끼쳤지만, 이번에는 감시와 단속이 강화돼 누리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면서 인터넷이 대선에서 아무런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시대가 아니라 '3김'이 전국을 누비던 유세시절로 돌아가고 있다.

유권자들이 후보들 간의 정책이나 자질 등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TV토론이다. 이번 대선에서 방송사가 후보를 한명씩 출연시켜 문답을 한 적은 꽤 있었지만, 정작 후보들 상호간의 토론이 이루어진 적은 지금까지 없다. 후보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목소리를 듣는 것보다 상호 간에 이루어지는 치열한 토론이 후보를 잘 아는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중앙선거방송토론회가 주최하는 공식적인 토론회 3번 이외에는 후보 상호간의 토론 기회가 없어진 것이다. 이런 결과는 방송사가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국민들의 폭넓은 알 권리보다는 지지율이 앞선 3명의 후보만을 출연시켜 시청률을 올려보겠다는 속셈 때문에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다른 후보들의 반발을 사서 결국 방송금지처분까지 받게 된 것이다.

방송사의 자의적인 기준에 따른 후보만이 출연하는 토론회는 다른 후보들의 반발을 살 것이 뻔한 일이었다. 이런 방송사의 행태는 몇몇 선두 후보만을 부각함으로써 선거 추세를 고착화시키는 부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써 다양하고 폭넓게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할 방송의 공익적 기능에 부합되지 않는다. 물론 모든 후보를 다 출연시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최소한 선거관리위원회의 기준에 맞췄더라면 별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이전투구, 사생결단식 선거 운동

방송사가 유력후보 위주의 토론 집착으로 토론의 기회를 축소시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처사이다. 가뜩이나 대선이 이명박 후보의 여러 의혹 때문에 어지럽게 흘러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죽하면 검찰이 대통령을 뽑게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각 후보들은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나갈 것인지를 고민하기보다, 상대 후보를 끌어내리고 대통령에 당선만 되면 된다는 식의 이전투구, 사생결단식의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좀 더 다양하고 폭넓은 토론의 자리를 만들어 유권자들에게 후보들의 자질이나 정책 등의 차이를 통해 판단의 기준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 방송사들은 검찰청 앞에 기자를 상주시켜놓고 매 뉴스시간에 BBK와 김경준씨 관련 뉴스를 스포츠 중계하듯이 보도하고 있다. BBK 의혹만 벗으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되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방송사들은 아무 실익이 없는, 방송금지가처분에 대한 항소를 할 것이 아니라, 선관위 기준에 따라 후보들의 출연을 확대하여 토론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 앞으로 남아있는 3번의 토론으로는 부족하다. 토론 참석 후보가 너무 많아 진행상 문제가 있다면, 전체 참석 회수를 동일하게 하여 3명 내지 4명이 골고루 돌아가면서 상호 토론의 기회를 가지면 된다. 토론 참석에 부정적인 후보는 토론 기회를 포기하면 된다.

치열하게 토론하고 평가받는 대선 후보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토론 #방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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