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신경영이 바꾼 것과 안 바뀐 것들

등록 2007.12.02 19:22수정 2007.12.0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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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부터 시작된 삼성의 신경영은 삼성 인사가 관리를 제치고 이룩한 하나의 혁명이었다. 단초는 삼성물산의 테크노벨리팀에서 시작되었고 삼성전자 정보통신 부문의 타임머신팀은 신사업 발굴을 목표로 하는 창의적 'idea' 발상팀이었다. 여기서 천지인 한글도 만든다.

93년에는 이건희 회장이 그룹의 임원들을 외국으로 불러서 삼성제품의 심각한 품질문제를 지적하고 양이 아닌 질로 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와중에 디자인센터에 근무하던 후쿠다씨의 보고서는 디자인의 중요성에 비해 누구도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임원들에게 이건희 회장의 질타가 있게 한 하나의 명분이기도 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자'고 설파한 이건희 회장의 변화 요구는 삼성에 근무하는 모든 사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고 실질적으로 현장의 변화를 위해 도입한 74제는 사원들의 생활에도 신경영이 직접 영향을 주는 정책이 되었다.

신경영을 통해서 삼성은 양이 아닌 질로 승부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정보통신 부문의 휴대폰이 국내시장에서 모토로라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 결정적 계기는 이건희 회장이 주창한 '신경영' 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삼성에는 우수한 대한민국의 인재들이 모여 있었고 깨끗한 조직 분위기가 살아 있었기 때문에 해보자는 오너의 말에 다들 마음을 다잡고 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당시 삼성전자의 김광호 부회장은 이러한 변화의 선봉에서 삼성전자를 이끌었고 오늘의 삼성전자가 만들어지기 까지 결정적 기여를 한 분이라고 할 수 있다.

신경영으로 사원들의 생각에 엄청난 변화가 몰려왔고 드디어는 휴대폰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누구도 삼성이 모토로라를 제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패러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전환기를 절묘하게 이용한 삼성이 모토로라의 아성을 부수고 부동의 1위로 올라선 것이다.

문제는 IMF와 함께 다가왔다고 볼 수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자고 하면서 바꾸지 않을 사람은 엎드려 있으라고 했지만 IMF이전 까지만 해도 삼성은 종신고용이 보장되는 기업이었으나 IMF와 함께 강력한 구조조정이 시작되었다.


사원들에게 신경영에 동참할 것을 적극적으로 주문했던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의 사원수를 5만명에서 3만명 수준으로 줄이는 수술을 단행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표를 냈고 자회사로 간 것이다. 이때 이건희 회장은 아무런 사과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다.

99년이 되면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통해서 이건희 회장은 아들 이재용씨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물려주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 약 50억 정도의 증여세만으로 삼성이라는 거대 공룡의 주인이 되도록 한 것이다. 사원들에게 신경영을 주창한 것은 결국 아들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기 위한 노력으로 밖에는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최근 김용철 변호사에 의하면 홍라희 여사가 비자금으로 그림을 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아직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사실이라면 부도덕의 극치라는 생각이 든다. 수백억원이면 사원 수천명을 1년간 고용할 수 있는 돈이다.

노조가 없는 삼성을 견제할 세력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청와대도 대법원도 검찰도 국세청도 삼성에 호의적이지 않아서 견제 기능이 가능한 조직은 없는 것 같다.

신경영을 통해서 수많은 사원들이 자신의 젊음을 삼성에 걸었고 오직 삼성이 초일류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했는데 오늘날 열심히 노력한 사람일수록 삼성에서 밀려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신경영을 통해서 바뀌지 않은 사람이 한 사람 있다. 이건희 회장이다. 신경영이 처음에는 사원들을 위해서 노력하라는 회장의 명령이라고 생각한 사원들이 많았는데 지금와서 보면 이건희 회장 개인을 위해서 노력하라는 명령이었다고 밖에는 생각하기 어렵게 됐다.

사원들의 급여가 대한민국 1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삼성전자의 경우 50위권 밖이다. 인센티브를 합쳐서 그렇다. 혹자는 인센티브 빼고 그런것 아니냐고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결단코 아니다. 신경영을 통해서 얻은 성과가 사원들에게는 혜택이 돌아오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건희 회장의 삼성을 위해서 일했지만 더 받은 돈도 없이 쓸쓸히 아주 쓸쓸히 삼성을 떠난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른 대안도 없었지만 삼성이 발전한 것에 비해서 사원들의 처우는 제자리 걸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삼성을 만든 것은 이건희 회장이 아니라 수많은 정직하고 깨끗한 사원들의 노력이라는 것을 이건희 회장은 모르는 것 같다. 올해도 나이 많은 부장급 차장급 사원들이 권고 사직을 통해 퇴직했다. 물론 형식은 자발적으로 사업한다고 나간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사원들이 두 번은 속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노력의 대가가 권고사직이고 노력의 대가가 토사구팽이라면 적어도 그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삼성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삼성의 미래가 어떨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직이 옛날처럼 깨끗하지도 않고 정직하지도 않은 오늘의 삼성이 어떤 역사를 이어갈지 궁금한 것이다. 제 2의 신경영은 이제 어려울 것 같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으니 말이다.
#삼성 #천지인한글 #휴대폰 #신경영 #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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