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는 온종일 코와 눈만 남기고 물속에 몸을 담근채 생활한다. 그렇다고 하마가 수영을 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신의 몸높이 만한 수심에서 바닥을 디디며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조수영
하마 한 마리가 빠끔히 눈을 내민다. 하마는 거의 하루종일 물에서 지내기 때문에 물속에서 생활하기 유리하게 진화되었다. 눈과 귀와 콧구멍이 두개골 위에 있어 오랫동안 물에 떠 있을 수 있고, 잠수할 때에는 귀, 코, 입, 눈꺼풀에 물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코르크 병마개처럼 완전 밀폐 상태가 된다.
하마가 하루종일 물속에서 사는 것은 아마 평균 몸무게가 4톤이나 나가는 육중한 몸 때문인 것 같다. 육지에서는 미련하고 우둔해 보이지만 물속에서는 부력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민첩하고 날렵하기까지 하다. 물론 연예도 물속에서 암수만의 수중발레로 사랑을 하고, 분만도 물속에서 한다.
그러나 아무리 물속이 움직이기 편하다 하더라도 먹이를 먹기 위해서는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래서 뚱보 하마는 밤마다 먹이를 찾아 초원을 헤맨다. 그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먹는 풀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갑자기 하마 한 마리가 우~하는 소리를 지르며 큰 입을 벌리고 하품을 했다. 큰 입은 사람 한 명을 통째로 삼킬 것 같다. 하마가 초식동물인 게 천만다행이다. 송곳니도 장난이 아니다. 하마의 이는 악어의 딱딱한 피부를 뚫을 정도로 강력하다.
하마야! 똥 좀 그만 뿌려... 시도 때도 없이 볼일을강력한 이와 무섭게 큰 입을 가진 하마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눈앞에 있는 것만 식별할 정도로 시력이 좋지 않다. 또한 밤눈과 길눈이 어둡기 때문에 밤새 풀을 뜯어 먹으며 이동할 때 길을 잃기 십상이다. 그래서 하마는 쉴 새 없이 똥, 오줌을 싸 놓아 그 냄새로 집을 찾아온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날씨가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자기가 찔끔찔끔 싸놓은 배설물만 믿고 정신없이 풀을 뜯어 먹고 있는 동안에 갑작스런 일기 변동으로 소나기라도 한차례 쏟아지면 배설물이 다 쓸려 내려가 버려 냄새와 흔적을 찾아낼 도리가 없어진다.
그래서 소나기가 내리면 하마는 풀 먹는 것을 중단하고 긴장과 초조, 불안감으로 이리저리 방황하면서 냄새를 찾으려고 혈안이 된다. 이리저리 헤매던 하마는 그만 길을 잃어버려 엉뚱한 곳으로 찾아들고, 결국에는 맹수들의 집단공격을 받아 허무한 최후를 마치고 만다.
하마의 이런 습성은 동물원에 와서도 버리지 못한다. 동물원에서는 길을 잃을 위험이 없는데도 하마는 뭍이건 물속이건 시도 때도 없이 볼일을 본다. 게다가 똥과 오줌을 동시에 배출하면서, 꼬리를 쉴 새 없이 좌우로 힘껏 흔드는 바람에 배설물은 사방으로 분산된다. 이 혼합물은 하마 우리의 천장, 벽, 금방 간 수영장의 물도 똥물로 바꿔버린다.
멀리 가젤인 듯한 초식동물이 강으로 물을 먹으러 나왔다. 어디선가 악어가 뱁새눈을 뜨고 노리고 있을 것이다. 깊은 뿌리로 강물을 빨아들이며 살고 있는 아카시아 나무의 잎은 기린이 먹는다. 풍부한 물을 믿고 자라는 초원과 늪지는 세계적인 동물 서식지이다. 잠베지강 뱃놀이의 의미가 여기에 있다.
잠베지강은 남부 아프리카의 야생동물의 터전이다. 비록 최근 짐바브웨와 잠비아가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마구잡이 개발을 하는 바람에 동물들의 생태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지만 잠베지 강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마지막 낙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야생동물을 부르는 폭포소리... 잠베지 강을 물들인 석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