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선물이란 참으로 좋은 것

등록 2007.12.25 15:57수정 2007.12.2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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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선물이에요.”
  “무슨?”
  “크리스마스잖아요.”

 

  딸 셋이 몰려와서 내밀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어서 당혹스러웠다. 아이들의 환하게 웃는 웃음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아이들의 마음이 모아져서 준비한 물건이니, 고맙다. 아니 감동이다. 선물을 준비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타협을 보았을까? 물건을 고르기 위하여 얼마나 고심하였을까? 아이들의 마음이 손에 잡히는 것 같다.

 

a 마음 장미

마음 장미 ⓒ 정기상

▲ 마음 장미 ⓒ 정기상

  자상스러운 아빠가 되지 못하여 부드럽게 말하는 것이 어색하다. 습관이란 정말 무서운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바꿔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무뚝뚝한 태도로 어색하게 대꾸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아이들의 정성에 감동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것을 표현할 수가 없으니, 미안하다.

 

  우리 가족 중에 기독교를 믿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아무런 선물도 준비하지 않았다. 아니 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이 탄생하신 날이니, 무관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아이들 선물을 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빠에게 선물을 준비하였으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사랑.


  사랑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필요가 없다. 누구는 그랬다.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당신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그냥 당신이기 때문에 사랑한다고. 가족이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닌가. 가족이니까, 사랑하고 사랑하기에 무엇이든지 주고 싶어지는 것이다. 아이들이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이 여기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니, 감동이다.

 

a 사랑이 배어 있는

사랑이 배어 있는 ⓒ 정기상

▲ 사랑이 배어 있는 ⓒ 정기상

  뭔가 해주고 싶었다. 아니 해주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무엇을 해주면 좋겠느냐고 물으니, 큰 아이와 둘째는 고개를 옆으로 흔든다. 막내는 전자 사전을 요구한다. 큰 아이와 둘째에게도 자꾸 강요를 하니, 웃는다. 선물을 받기 위해서 선물한 것이 아니란다. 마음이 예뻐서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다.

 

  “아빠 그럼 우리 모두 회 먹으러 가요.”


  둘째의 소박한 요구가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어려운 일이 아니니, 곧바로 실천하기로 하였다. 가족이 크리스마스 날 점심을 같이 먹게 되니, 그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었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바로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선물이란 참으로 좋은 것이란 것을 실감하였다.<春城>

2007.12.25 15:57ⓒ 2007 OhmyNews
#선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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