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태안에 오기를 잘한 것 같다"

밤새 아파 두고 올 수 없어 데리고 왔는데...

등록 2007.12.26 21:23수정 2007.12.2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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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기름유출사고로 죽음의 바다가 되어버린 태안반도 현장을 눈으로만 봐왔습니다. 그나마 부지런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자원봉사자들 덕이었지요. 그런데 제가 운영하는 인터넷 모임 회원이 아들과 함께 자원봉사를 다녀온 사진과 느낌을 전해주기에 소개합니다.
 
수원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그는 “결코 아들자랑이 아니다”라면서 “대통령 당선자라는 사람이 경제를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좁은 국토를 두 동강 내겠다고 벼르고 있어 안타까워하던 참에 바다에서 일어난 재앙을 구경만 할 수 없어 몸이 아픈 아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다녀왔다”라고 말하더군요.
 
병든 노약자나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을 외면하지 못하는 국민성으로 제2의 국난이라는 외환위기도 2년 만에 해결한 우리이기에 태안반도의 기름유출사고 같은 재앙쯤이야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맞아 가족여행을 다녀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행도 일종의 교육이니 탓할 게 아니지요. 하지만 자녀들과 힘든 노동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자연을 살리기 위해 땀을 흘리는 것도 뜻있는 교육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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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면서도 기꺼이 가겠다며 새벽에 일어나 합정동 이토마토 앞에서 달을 배경으로 포즈를 잡고 서있는 자랑스런 아들 ⓒ 우리일

몸이 아프면서도 기꺼이 가겠다며 새벽에 일어나 합정동 이토마토 앞에서 달을 배경으로 포즈를 잡고 서있는 자랑스런 아들 ⓒ 우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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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바다다!! 네가 그토록 좋아하던 바다~~그러나 뒤로는 죽음의 검은 기름띠가..ㅠ ⓒ 우리일

바다! 바다다!! 네가 그토록 좋아하던 바다~~그러나 뒤로는 죽음의 검은 기름띠가..ㅠ ⓒ 우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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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에도 다녀왔던 구름포 해수욕장 근처 바닷가에 가까이 다가가니 황폐 그 자체..ㅠ ⓒ 우리일

지난 여름에도 다녀왔던 구름포 해수욕장 근처 바닷가에 가까이 다가가니 황폐 그 자체..ㅠ ⓒ 우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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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윤기가 반질반질 흐르는 크고 작은 몽돌들을 보니 29만원 밖에 없다고 하면서 이마에서는 개기름이 좔좔 흐르는 전직 대통령이 떠올라 눈물이 나오려한다. ⓒ 우리일

검은 윤기가 반질반질 흐르는 크고 작은 몽돌들을 보니 29만원 밖에 없다고 하면서 이마에서는 개기름이 좔좔 흐르는 전직 대통령이 떠올라 눈물이 나오려한다. ⓒ 우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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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턱과 연결된 커다란 바위의 윤기 나는 검은 기름이 위장, 위법의 달인이면서도 국민의 선택을 받은 당선자의 무식하고 천박한 경제 논리를 떠올리게 한다. ⓒ 우리일

산중턱과 연결된 커다란 바위의 윤기 나는 검은 기름이 위장, 위법의 달인이면서도 국민의 선택을 받은 당선자의 무식하고 천박한 경제 논리를 떠올리게 한다. ⓒ 우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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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사고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게 있다면, 너만큼은 부패와 부정을 묵인하거나 부러워하는 사람이 되지 말기 바란다.. ⓒ 우리일

아들아! 사고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게 있다면, 너만큼은 부패와 부정을 묵인하거나 부러워하는 사람이 되지 말기 바란다.. ⓒ 우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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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카만 기름으로 뒤범벅된 옷을 입고 주저앉기가 미안한 곳도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흘린 땀과 따뜻한 사랑을 깔아뭉개는 것 같아서요. ⓒ 우리일

새카만 기름으로 뒤범벅된 옷을 입고 주저앉기가 미안한 곳도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흘린 땀과 따뜻한 사랑을 깔아뭉개는 것 같아서요. ⓒ 우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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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히 잘살고 평화롭던 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기가 막힌 사람들은 말이 없고..그저 묵묵히 닦고 또 닦아낼 뿐.. ⓒ 우리일

멀쩡히 잘살고 평화롭던 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기가 막힌 사람들은 말이 없고..그저 묵묵히 닦고 또 닦아낼 뿐.. ⓒ 우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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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모두 아름다웠던 몽돌들인데.. 지금은 차이가 납니다. 기름이 묻은 곳과 안 묻은 곳의 차이가 이렇게 클 줄이야.. 군사독재의 상징인 천민자본주의로 인한 부정·부패만큼이나 소생하기 요원해보여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 우리일

전에는 모두 아름다웠던 몽돌들인데.. 지금은 차이가 납니다. 기름이 묻은 곳과 안 묻은 곳의 차이가 이렇게 클 줄이야.. 군사독재의 상징인 천민자본주의로 인한 부정·부패만큼이나 소생하기 요원해보여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 우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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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아직 살아있는 것도 있네~ 반갑다~ 어찌하다 용케 살아남은 너를 보니 너무 반갑다~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부디 혼자 살아남은 좀비가 되지 말고 뉴욕의 전설같은 너이길.. ⓒ 우리일

와~ 아직 살아있는 것도 있네~ 반갑다~ 어찌하다 용케 살아남은 너를 보니 너무 반갑다~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부디 혼자 살아남은 좀비가 되지 말고 뉴욕의 전설같은 너이길.. ⓒ 우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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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토하고 아팠던 아들을 두고 올 수 없어서 데리고 왔는데 '엄마! 나 여기 오기를 너무 잘한 것 같다'라고 말하는 녀석이 기특하고 믿음직스럽습니다. ⓒ 종아니

밤새 토하고 아팠던 아들을 두고 올 수 없어서 데리고 왔는데 '엄마! 나 여기 오기를 너무 잘한 것 같다'라고 말하는 녀석이 기특하고 믿음직스럽습니다. ⓒ 종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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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한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아침 점심 두 끼 식사 제공받는 것도 미안하다. 이제 우리는 상처투성이인 바다를 두고 돌아가야 하는데.. ⓒ 우리일

별로 한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아침 점심 두 끼 식사 제공받는 것도 미안하다. 이제 우리는 상처투성이인 바다를 두고 돌아가야 하는데.. ⓒ 우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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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포 해수욕장 부근. 3면이 바다인 옥상에서 이토마토에서 제공해준 맛있는 점심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 우리일

구름포 해수욕장 부근. 3면이 바다인 옥상에서 이토마토에서 제공해준 맛있는 점심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 우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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닦아도 닦아도 끝이 없고 아득한데... ⓒ 우리일

닦아도 닦아도 끝이 없고 아득한데... ⓒ 우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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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는 다시 물이 들어오고.. 이제 우리는 상처난 저 바다를 두고 돌아가야 하고..카메라 앞에서 아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 우리일

바다에는 다시 물이 들어오고.. 이제 우리는 상처난 저 바다를 두고 돌아가야 하고..카메라 앞에서 아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 우리일
 
‘세월이 약이겠지요’ 라는 노랫말이 있습니다. 사고가 발생생한 지 20일을 넘기면서 검은 파도도 조금씩 묽어지고 해상에 기름띠가 대부분 사라지고 있으며 사실상 해상 방제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해경 방제대책본부는 26일 항공순찰 결과, 전날까지 태안군 가의도-신진도, 보령시 삽시도-볼모도 인근에 옅게 퍼져있던 기름띠가 관찰되지 않았다며 시름에 빠져 있던 지역 주민들도 국민적인 관심과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힘을 얻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외면한다는 언론 보도에 놀랐는지, 각 정당들도 현장을 찾아 세밑 민심잡기에 나섰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각본에 의한 그들의 연출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우리 모두의 힘으로 푸른 바다를 다시 찾을 것입니다. 서해안 주민들 파이팅! 자원봉사자 여러분 파이팅!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뉴스보이(http://www.newsboy.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안반도 기름유출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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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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