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다 타자가 더 어려웠어요"

[2008 2월22일상②] 손현희·안병기·안소민·양형석 기자

등록 2007.12.27 10:31수정 2008.01.3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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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08 2월22일상' 수상자로 강기희 김종성 모종혁 서부원 손현희 안병기 안소민 양형석 엄두영 이윤기 조수영 등 총 11명의 시민기자를 선정했습니다. 2월22일상은 한 해 동안 꾸준히 좋은 기사를 쓴 시민기자들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시상식은 2008년 1월11일 오후 4시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2월22일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만원씩을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2007 올해의 뉴스게릴라상>과 <2007 특별상>, 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제2회 대학생 기자상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를 드립니다.  <편집자주>

"이오덕 선생님과 자전거가 지금의 저를 있게 했죠"
[2008 2월 22일상] 자전거 타고 세상 이야기 전하는, 손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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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희 시민기자 ⓒ 손현희

"'언제나 맑음, 구름 한점 없음!' 이건 제 별명이랍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웃음을 잃지 않고 즐겁게 살아가는 게 제 꿈이기도 하고요. 또 그렇게 살아가기도 해요."

 

어디선가 호호호 웃음소리가 들릴 듯하다. 손현희 시민기자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웃음 많고 매사 낙천적인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생각난다. 그 때문인지 기사도 친구에게 말걸 듯 친근하고 쉽게 쓴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그런데 남편 덕분에 이오덕 선생님이 쓴 책을 읽으면서 '우리 말'을 다시 공부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내가 배우고 익혀왔던 시가 참 꾸밈이 많았구나 생각했어요. 사실 그 때부터 시 쓰기는 거의 그만 둔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 뒤로 그는 시를 쓰는 대신 '우리말을 살려쓰자'는 말을 더 많이 하게 됐다. 기사를 쓸 때마다 '쉽게 쓰자'고 되새긴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서, 가끔은 글이 어렵다고 남편에게 혼나기도 한다.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살가운 '우리말'로 동무에게 '얘기하듯' 쓰는 게 손현희 기자의 쉬운 글쓰기 방법이란다.  

 

이오덕 선생을 만난 게 인생의 첫 번째 전환점이었다면 자전거를 만난 건 두 번째 전환점이었다. 손현희 기자는 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지난 5월부터 '두 바퀴에 싣고 온 이야기 보따리'라는 이름으로 연재하고 있다.

 

지금까지 쓴 기사 중에서 기억에 남는 하나는 지난 5월 17일 돌아가신 권정생 선생님 댁에 다녀온 이야기 <권정생 선생님, 늦게 와서 죄송해요>다.

 

"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한 주 뒤에 우연찮게 선생님 댁을 찾아가게 됐어요. 그곳에서 참 가슴 뭉클한 이야기도 많이 듣고, 선생님 뼛가루가 뿌려진 언덕에서 가슴이 먹먹해서 울기도 했어요."

 

마음 같아서는 지금처럼 한주에 한번이 아니라 날마다 자전거를 타고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주변의 정겨운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손현희 기자. 특히 산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할머니처럼 소박하게 살지만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최고의 글감이란다.

 

"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우리 둘레에도 얼마든지 좋은 볼거리가 많다는 걸 느꼈어요. 자꾸만 사라지는 옛 것을 찾아다니는 일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할 겁니다. 아무튼 남편도 나도 몸이 튼튼하기를 바랄 뿐이에요."

 

☞ 선생님, 이렇게 돌아가시면 어떡해요!

☞ '삽입' '삭제' 좀 어지간히 씁시다!

 

"기사쓰기보다 타자 치기가 더 어려웠어요"
[2008 2월 22일상] 시인 아닌 시인, 안병기 기자

 

"사실 기사 쓰는 것보다 타자 치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제가 소위 '독수리'거든요. 새벽 2~3시에 일어나 타자를 치기 시작하면 서너 시간은 족히 걸려서 기사 하나를 완성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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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기 시민기자 ⓒ 안병기

독수리 타법의 '고수' 안병기 시민기자. 지난 5월부터 하루 한건 꼴로 '시 더듬더듬 읽기'와 '속리산의 암자들' 등 시·서평·여행기 기사를 쓰고 있다. 따라서 거의 매일 새벽 2시경에 일어나 서너 시간 동안 고행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 '고행'에서 벗어날 마음이 없다. 독수리 타법 때문에 쓰겠다고 생각한 글을 쓰지 못한 경우는 없었기 때문.

 

그는 문장 처음에 왜 칸을 띄워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덜컥' 글쓰기를 시작했다. 때문인지 안병기 기자의 수상 소감은 무척 겸손했다.

 

"혹 제 글을 읽으면서 불편을 느끼신 분이 있다면 이 기회에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참고 봐주시면 앞으로 더 나아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렵고 버거운 주제를 만나도 "난 쓸 수 있어!"라며 스스로를 격려한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글을 계속 쓰게 한다.

 

안병기 기자는 소위 정식으로 등단한 '시인'이 아니다. 그런데도 시를 쓰는 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시가 시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리고 도무지 '시답지' 않은 요즘 시에 대한 일종의 야유다. 그는 '그저 좋아서' 시를 쓴다. 시는 자신의 영혼에 주는 선물이다.

 

"지금까지 '시'라는 형식으로 올렸던 글들은 다 '못 갖춘마디'지요. 이젠 제대로 음표를 갖춘 마디, 그런 시 쓰기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주제넘을지 모르지만 국악 음반에 대한 이야기도 쓰고 싶습니다."
 
타자가 느려도 어깨가 아파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안병기 기자. 그는 그냥 독수리가 아니라 '쉬지 않고 나는 독수리'다.

 

☞ 초등학교 1학년 오탁번의 개고기에 대한 생각

-☞ 우아한 미소가 모든 걸 덮을 수는 없다

 

만년 '눈팅족', 남도의 예향 전주를 들쑤시다
[2008 2월 22일상] 나는야 전주 소식통, 안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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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민 시민기자 ⓒ 안소민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시민기자는 <오마이뉴스>의 숨어 있는 보물 같은 존재다. 상근기자가 알지 못하는 알토란 같은 지역 소식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안소민 시민기자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그의 전담 분야는 남도의 예향 '전주'.

 

"전주에는 현대와 전통이 함께 있어요. 공연도 많이 열리죠. 처음엔 이런 걸 알려주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하면 할수록 전주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안소민 기자는 2007년 한해 동안 전주국제영화제를 특별 취재한 'JIFF 통신', 전주의 예술인들을 인터뷰한 '온고을 사람들 인터뷰' 등 전주에 관한 기사를 많이 써왔다. '전주 소식통'인 안소민 기자도 예전에는 '눈팅족'이었다.

 

오마이뉴스에 가입하고 4년 동안 다른 사람들 기사만 보다가 우연히 송고한 글이 기사로 채택되면서 기사쓰기에 재미를 붙였다. 처음에는 서평 기사만 주로 쓰다가 공연,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예술 분야로 글쓰기를 넓혀갔다. 특히 올해 일주일 동안 전주국제영화제를 취재한 경험은 그에게 기자로서의 자신감을 안겨줬다.

 

"처음에는 혼자서 어떻게 쓸까 궁리를 많이 했어요. 취재하면서도 고생 많이 했죠. 특히 <황혼에서 새벽까지, 밤이 깊을수록 전주는 빛났다>는 엄청 고생했어요. 하루 종일 서른명이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는데, 나중엔 목도 아파오고…. 아휴, 근데 마지막에 기사로 나온 건 얼마 되지도 않았어요."

 

그렇게 고생한 탓인지 전주국제영화제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단다. 직장과 육아로도 모자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까지 병행하고 있는 안소민 기자. 그래도 올해 80여건의 기사를 썼을 만큼 악바리 같은 면도 있다.

 

"글을 쓰면서 또 다른 나를 발견했죠. 일상생활에서 나를 해방시켜 주는 탈출구, 그게 '글쓰기'였어요."

 

'생계를 벗어난 나만의 독특한 글쓰기', 그게 안소민 기자가 하고 싶은 거다. 자신만의 독특함을 찾기 위해 그는 자신이 잘하는 분야보다 자신이 쓰고 싶은 분야에 대해 글을 쓴다. 그런 글쓰기를 통해 그는 배우는 게 많다. 특히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이 더 많이 배우는 것 같다고.

 

☞ 황혼에서 새벽까지, 밤이 깊을수록 전주는 빛났다

☞ 들어봤어? 국내 최초 '색소폰 오케스트라'

 

내 기사의 주인공은 '만년 조연'들
[2008 2월 22일상] 스포츠는 내 인생, 양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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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석 시민기자 ⓒ 양형석

양형석 시민기자는 명랑만화 속에서 금방 튀어나온 주인공 같다. 아니 요즘 잘 나가는 개그맨 '정형돈'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래서 영화나 책동네 기사를 쓰려니 했는데 알고 보니 주 종목이 스포츠 기사란다.

 

"제가 스포츠 기사를 쓰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좋아하기 때문이죠."

 

그가 좋아하는 스포츠 중에서도 그가 더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바로 '조연'.

 

"시민기자가 직업기자에 비해 경기장을 드나들면서 입체적인 취재를 할 기회가 제한적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시민기자만이 쓸 수 있는 독특한 시각의 기사가 나오기도 하지요. 결승 홈런을 때려 스포츠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선수보다는 앞 타석에서 끈질기게 투수를 괴롭혀 볼넷을 얻어낸 선수에 주목하는 게 그거죠."

 

인상에 남는 기사를 물으니 '좋은' 기사보다는 '악플'에 시달린 기사를 꼽는다.

 

"제1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때 쓴 <일본에 패하면 지금껏 잘한 것은?>이라는 기사에 악플이 많이 달렸어요. 당시 이상한 대회 규정 때문에 한국이 일본에게 2연승을 거두고도 4강에서 다시 만나게 됐어요. 만일 3차전에서 패하면 이전에 2번 이긴 것과는 상관없이 결승에 진출하지 못할 상황이라 꼭 이겨야 한다는 기사를 썼죠. 그런데 독자들은 '승리 지상주의' 식으로 받아들였나 봐요. 그나마 오마이뉴스에는 30여개 악플이 달렸는데 포털에서는 정말 수백개의 악플이 달렸어요."

 

그래도 그 독한 악플을 견뎌내고 양형석 기자는 기사를 계속 쓰고 있다. 이젠 악플이든 뭐든간에 기사를 통해 독자와 소통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단다.

 

"스포츠만큼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분야도 없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스포츠 기사는 월드컵 같은 큰 이슈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다른 분야에 비해 크게 주목 받지 못합니다. '변두리'죠. 하지만 제가 쓰는 기사가 독자들에게 '쉬어가는 페이지' 역할을 하는 걸로 만족합니다."

 

잘 나가는 주연보다는 잘 안 나가는 조연을 빛나게 하는 기사를 쓰고 싶다며, 스스로 조연을 자처해 온 양형석 기자. 그래도 2월22일상을 받으니 기분은 좋은 모양이다. "정말 꼭 받고 싶었던 상"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는다. 또 자신과 같은 조연들, 열심히 스포츠 기사를 써온 시민기자들과 영광을 함께 하고 싶다는 수상 소감도 남겼다.

 

☞ 첫 KO패 최홍만, 위기 아닌 '기회'

☞ 성추행 파문, 비인기 종목의 설움?

2007.12.27 10:31 ⓒ 2008 OhmyNews
#2008 2월 22일상 #손현희 #안병기 #안소민 #양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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