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네티즌, 무슨 일에 울고 웃었나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를 통해 본 한 해

등록 2007.12.29 13:58수정 2007.12.3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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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 해마다 연말이면 가져다 붙이는 식상한 말이지만 2007년 역시 이 단어 외에 다른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 듯하다. 그야말로 많은 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사고가 부른 각종 논쟁으로 인터넷은 1년 내내 뜨거웠다.

국내 포털사이트 중 가장 많은 수의 네티즌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네이버. 네이버 메인화면 우측 상단에 배치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인기검색어)'는 인터넷상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 사건에 대한 네티즌의 관심이 어떠한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대중의 분노를 부르는 사건에는 질타와 비판을, 감동적이고 따뜻한 뉴스에는 눈물과 격려를 보내며 올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는 네티즌들.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를 통해 2007년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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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 아빠'라는 네티즌이 4월 12일 자신의 블로그에 '경주에서 아이들 상대로 숙박업을 하는 분들께 고합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공개한 사진. 이 사진은 이른바 '수학여행 부실 식단 파문'을 불렀다. ⓒ 두 아들 아빠


[겨울에서 봄까지...] 사람들의 분노 부른 끔찍한 아동 학대

지난 1월 SBS는 사회고발 프로그램 '긴급출동 SOS 24'를 통해 친할머니로부터 학대받아온 5살 꼬마아이의 사연을 소개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 할머니는 자신이 밖으로 외출할 때면 손녀를 '개처럼' 방문에 묶어놓았다. 자신이 없을 때 말썽을 피우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채 1m도 되지 않는 줄에 묶인 채 마치 동물처럼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핥아먹는 아이의 모습이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보여지자, 시청자와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할머니를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 "차라리 고아원에 보내라"는 거친 의견이 쏟아졌고, 이런 상황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자아이를 방치한 프로그램 제작진에도 비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이날 '끈에 묶인 아이'라는 인기검색어는 네티즌들의 슬픔과 어처구니없는 분노를 반영하고 있었다.


2월에는 탤런트 권상우를 협박한 폭력조직 서방파의 전 보스 김태촌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로 떠올랐다.

그가 권씨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 공연을 강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세상 무섭다, 아직도 조폭이 활개치다니냐라며 혀를 차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와 함께 10~20대 네티즌들은 '김태촌이 누구고 서방파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인터넷상에 올리기도 했다. 일종의 촌극이 빚어졌던 셈이다.

2월 10일 자살로 마감된 탤런트 정다빈의 짧았던 인생에 애도를 전했던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스트레스와 아픔이 없는 저 세상에선 행복하시길"이라는 마지막 인사말을 썼다. 손목에서 발견된 상처로 인해 '타살 의혹'이 잠시 일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타살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부검 결과를 발표해, 정씨의 죽음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이외에 2007년 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화제로는 가수 이현우의 무면허 음주운전, 이른바 '강남 부유층'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다는 '55만원 상당의 명품 문구세트', 영화배우 전도연이 평범한 회사원과 교제하고 있다는 뉴스,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야후의 '음란동영상' 노출, 화려한 현역시절을 보낸 야구선수였던 박동희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가수 이승철의 표절의혹, 부실하게 제공되는 학생들의 수학여행 식단 등이 있었다.

[늦봄에서 여름까지...] 재벌 회장의 엇나간 아들 사랑에 철퇴 내린 네티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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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폭행'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4월 하순. 자신의 아들이 술집 종업원들에게 맞고 들어오자, 직접 나서 '보복 폭행'을 자행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네티즌들의 집중적인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법이란 만인 앞에 평등한 것임에도 부와 권력을 이용해 법 위에 군림하려 한 김 회장을 향한 질책이었다.

그가 "내 아들이 눈을 맞았으니, 너도 눈을 맞아야 한다"며 술집 종업원을 때린 사실이 보도되자 네티즌들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아니라, 한화조폭단 김승연 두목이군"이란 냉소적인 댓글을 달았고, "여기 댓글 달지 마세요, 큰일납니다. 김 회장이 경호원 대동하고 나타나서 리플 단 사람 나올 때까지 뺨 때리면 어떻게 해요"라는 등의 조롱성 의견을 쓴 이들도 다수였다.

5월에는 당시 '유력 대권주자'로 불리던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낙태에 관해 "반대하지만 불가피한 낙태는 허용해야한다" 요지의 발언을 해 네티즌들의 빈축을 샀다.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라는 이 전 시장의 발언에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안타까움과 분노를 동시에 표했다.

네티즌들은 "장애인도 살 권리가 있다" "태아일 때 아기가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죽여도 된다면 태어난 장애인도 죽여도 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얼마나 무서운 논리인가"라는 비판성 의견을 전하며 이명박 전 시장이 지닌 '생명철학'에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었다.

두 사건만큼은 아니지만, 2007년 늦봄과 여름 사이에 네티즌의 이목을 끈 사건들도 많았다. 의사협회 전현직 집행부가 룸살롱에서 로비를 벌이고, 속칭 '카드깡'까지 일삼았다는 의혹, 수사권 독립을 외쳐온 경찰이 재벌수사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뉴스, '이동전화 휴면요금'을 조회하는 네티즌들로 인해 통신위 홈페이지가 다운됐다는 소식, 노숙자들에게 맞아 숨진 '노숙 소녀'의 안타까운 죽음 등이 그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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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여름. 네티즌간의 뜨거운 논쟁을 부른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 ⓒ 영화홈페이지


[여름에서 가을까지...]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에게 퍼부어진 비난

7월엔 아프가니스탄에 선교·봉사활동을 목적으로 방문했다가 이슬람 근본주의세력(탈레반)에게 피랍된 경기도 분당 샘물교회 신도들로 인해 한국이 들끓었다. 납치에서부터 석방까지 수없이 많은 관련 뉴스들이 쏟아졌고, 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다각도에서 진행됐다.

피랍과 억류 소식을 접한 네티즌 중에는 "남의 일 같지 않다. 좋은 일 하러 간 사람들인데, 제발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피력한 이도 있었지만, 인터넷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컸다. "왜 가지 말라는 곳까지 가서 문제를 일으키느냐"는 힐난부터 "돌아오면 석방에 든 비용을 그들에게 부담시켜야 한다"는 댓글까지가 중구난방으로 쏟아진 것. 이 사건은 한국 교회의 맹목적인 선교방식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개그맨 심형래가 제작한 영화 '디 워'에 관련한 논쟁도 무더운 여름 날씨 이상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했다. '디 워' 지지자들은 "이제 한국도 할리우드에 필적하는 영화기술력을 가지게 됐다. 심형래는 애국자다"라며 영화를 옹호했지만, 이에 비판적인 네티즌들은 이들을 이른바 '심빠'로 격하시키며 '디 워'를 "유치하기 짝이 없는 영화"로 규정했다.

이 논쟁에서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던 문화평론가 진중권은 수많은 심형래와 '디 워' 지지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야 했다. 결국 논쟁은 한국의 대표적 시사토론 프로그램의 하나인 MBC '100분 토론'에까지 옮겨가 인터넷 '댓글 전쟁'(?)을 더욱 달아오르게 만들기도 했다.

그밖에도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는 '수십억 탈세 연예인'이 누군가에 대한 설왕설래, 적절치 못한 상황에서 웃음을 보인 MBC의 베테랑 앵커 엄기영의 방송 중 실수, 탤런트 오현경이 '동영상 파문'을 딛고 10년 가까운 세월만에 드라마로 컴백했다는 뉴스 등도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사였다.

연예와 방송 관련 뉴스 외에도 카리브해에 출몰했다는 미확인비행물체(UFO), 동남아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한국인들의 황제관광(섹스관광), 국내 유명업체들이 만든 녹차에서 농약이 검출됐다는 소식 등도 네티즌들을 놀라움과 반성 속으로 이끌었다.

전 동국대 교수 신정아 사건으로 촉발된 '허위학력 파문' 역시 이 계절의 '핫 이슈'였다.

적지 않은 숫자의 유명인들이 이로 인해 눈물 섞인 사과를 하거나, 쩔쩔매며 해명을 거듭해야 했다. 건축가 이창하, 동숭아트센트 김옥랑 대표, 연극배우 윤석화, 인기강사 정덕희, '디 워'의 감독 심형래, 방송인 최화정·주영훈·강석, 탤런트 최수종 등이 '허위학력'와 관련해 곤욕을 치른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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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한국을 어깨춤으로 들썩이게 했던 '텔 미'의 주인공 원더걸스. ⓒ 오마이뉴스 유성호


[가을에서 겨울까지...] 대통령선거와 BBK, 그리고 '원더걸스 열풍'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던 가을부터는 한국의 '새로운 5년'을 책임질 대통령을 뽑는 선거. 그리고, "내가 바로 적임자"라며 나선 대선 후보들이 네티즌들의 집중 주목을 받았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외에도 이회창, 권영길, 문국현, 이인제 등의 후보자들이 관심의 대상이었고, "결혼하면 1억원, 출산하면 3천만원"이라는 '독특한 공약'을 내놓은 허경영 후보도 네티즌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했다.

'대선의 마지막 뇌관'으로 불리던 언필칭 '이명박 후보의 BBK 연루 의혹' 역시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결국 지난 19일 실시된 선거에선 이명박 후보가 승리했다. 지지자들은 뜨거운 박수와 감동적인 포옹으로 이 후보를 감싸안았지만, "이제 한국의 민주주의는 끝났다"며 이명박 후보의 당선에 절망감을 드러낸 네티즌들도 적지 않았다.

'이명박'과 'BBK' 이상으로 네티즌들의 관심을 끈 인터넷 인기키워드는 '원더걸스'였다. 10대 소녀들로 구성된 이들의 노래 '텔 미'가 2007년 하반기 한국사회를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10대만이 아니라, 30대와 40대들까지 '테테테테… 텔 미"를 따라 부르며 공전의 대히트 상품이 된 '어깨춤'을 따라했다.

공중파방송 3사의 아나운서들도 바로 이 '텔 미 열풍'에 뛰어들었다. 각 방송사의 간판 여성 아나운서들이 오락 프로그램에서 이 춤을 춘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순위에는 아나운서의 이름이 올랐다. '이정민 텔 미' '최송현 텔 미' 등의 이름으로.

'무릎팍 도사'와 '미녀들의 수다'는 네티즌들에게 최고의 사랑을 받는 '방송사의 대표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씨름선수 출신 개그맨 강호동이 진행하는 MBC '무릎팍도사'는 출연하는 연예인의 90% 이상을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로 만드는 파워를 자랑했다. 가수 박진영과 문희준, 영화배우 예지원, 야구선수 양준혁 등은 이 프로그램 출연 후 인기의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

외국인 여성들이 출연해 그들이 한국에서 겪은 사건과 에피소드 등을 들려주는 KBS '미녀들의 수다' 역시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1년을 보냈다. 여기에 출연했던 여성들 중 상당수가 '인터넷 인기스타'로 등극했고, 이들의 미니홈피는 하루에 적게는 수천 명, 많게는 수만 명이 드나드는 '핫 코너'가 됐다.

에바, 리에, 자밀라, 브로닌 등으로 대표되는 '미수다' 출연진들의 폭발적인 인기는 드라마 데뷔나 CF로도 이어져 에바와 브로닌의 경우 탤런트가 되거나, 상업광고의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드라마와 소설에 불어닥친 '역사 열풍', 탤런트 김희선의 결혼과 신혼생활이 공개된 미니홈피, 가수 서태지의 컴백, 영화배우 이대학의 트랜스젠더 수술, 전 남자친구의 가수 아이비 협박사건, 이효리의 국민연금 장기체납, 탤런트 박철과 옥소리의 파경 등도 연예관련 뉴스에 관심이 높은 네티즌들의 주목을 끌었다.

또 하나 뜨거운 인터넷 논쟁을 불렀던 뉴스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드러난 '삼성 비자금' 관련 소식들이었다.

'삼성왕국' '황제 이건희' 등의 신조어가 만들어진 것도 2007년 가을이었다. 네티즌들은 "돈이 인간의 양심까지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삼성'과 '이건희'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고, 이 목소리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인기검색어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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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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