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천갈등' 깊어지나

등록 2007.12.28 16:19수정 2007.12.2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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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한나라당 내부의 제18대 총선 공천과 관련한 기류가 벌써부터 심상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비롯한 주변에서는 내년 1월말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기정사실화하며 '물갈이'를 통한 인적 쇄신을 거론하고 있는 반면, 박근혜 전 대표측에서는 "선거 직전에 공천을 하면서 반대파를 대대적으로 숙청하겠다는 의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 당선자가 전날인 27일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찬회에서 "국민을 향해 나간다는 것은 어쩌면 개인의 희생이 따를 것"이라면서, 이번 총선에서 계파 배려는 없을 것이라고 사실상 선언한 것을 놓고도 미묘한 파장이 퍼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양측 모두 확전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년 1월 들어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하면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당선자의 측근인 이방호 사무총장은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1월말쯤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하려 한다"며 "여권 상황이 정비된 이후 공천을 해도 늦지 않고, 2월초에는 국회 동의가 필요한 문제도 있는데 인수위에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당선자가 이야기했듯 경선 과정에서 어떤 자리에 있었다는 것으로 불안해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공천을 하다 보면 자연히 시대에 맞는 사람이 남게 되는 것"이라며 '물갈이'의 필연성을 거듭 강조했다.

 

당선자의 최측근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도 전날 "공천을 늦춰도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내 개인 생각"이라며 "인수위가 거의 방향이 잡히고 국회에서 의결할 법안이 마무리되고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공천준비위·기획위가 발족하는 순간 모든 이슈가 공천에 밀린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에서는 공천 일정이 늦춰지는 분위기에 거듭 우려를 표시하면서 "현재 있는 의원들을 거수기로 활용하다, 후보등록에 임박해 공천을 진행하며 반대파를 힘 한번 못쓰게 하고 쳐내려는 의도"라며 긴장을 곤두세웠다.

 

한 측근은 "1월말에 공심위를 구성, 2월을 넘겨 공천을 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면서 "당선자 측에서 이미 공천을 준비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우리한테는 2월에 한다고 하면 그 말을 들을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고 반발했다.

 

또 다른 측근은 "사무총장이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함부로 할 수 있느냐. 지도부의 생각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서 "공심위 구성을 그렇게 늦게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결국 막바지에 공천을 해서 반발도 하지 못하게 해 놓고 ,박 전 대표쪽을 대대적으로 숙청하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측근은 "당장 공심위 구성에 박 전 대표측과 비주류측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어느 정도 들어 가느냐가 공천 방향을 가늠하는 척도"라며, 이 당선자의 전날 발언과 관련해서도 "어느쪽에서 뛰었는지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박 전 대표측을 배려하지 않겠다는 의미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이 당선자와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가짐에 따라, 그 이후로 거론돼 오던 당선자와 박 전 대표간 회동도 조만간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당선자의 한 측근은 "되도록 연내에 만난다는 방침"이라고 했으며, 박 전 대표측도 "연말을 넘기지 않고 만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kyunghe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7.12.28 16:19 ⓒ 2007 OhmyNews
#이명박 #한나라당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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