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최근 열린우리당의 해체를 계기로 자신의 정치적 목표들이 무너졌다면서 퇴임 이후 현실 정치에서 자신의 역할이 없어졌다는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27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참여정부 5년 동안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 국정과제위원회 등에서 비서관 이상 직책을 지낸 전직 인사들의 모임인 '청우회' 회원 및 현직 참모 2백여 명과 만찬을 함께 하면서 대선 이후 심경을 비교적 솔직하게 언급하며 이 같은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복수의 만찬 참석자들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열린우리당의 해체에 대한 아쉬움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은 단순히 `노무현 정당'이 아니라 지역당에서 정책당, 전국당으로 가는 도덕적 가치였고, 제 모든 정치적 자산을 갖다 바친 정치적 가치였다"고 정치적 의미를 부여한 뒤 "이러한 전략적 비전, 근거, 가치가 없어져 버려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제 한국 정치에 대한 암담함과 좌절을 안고 돌아가게 됐고, 전략적 기지가 없어져 버렸다"며 "열린우리당이 있었더라면 앞으로 도울 일이라고 있고, 의지를 가질 수도 있었겠지만 고향으로 돌아가서 할 일이 없어져 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자유인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고, 정치적 역할은 없다"며 참석한 참모들에게 "여러분에게 정치적으로 뭘 하라고 하지 않을테니까 앞으로 편안하게 만나고 친목을 도모하자"고 당부했다. 특히 `청우회' 모임에 대해서도 "이 모임도 정치적 비전을 추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날 만찬에서 "자유인으로 돌아간다"는 언급을 여러 차례 하면서 "편안하게 TV 뉴스를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비서관 출신 한 참석자는 "청우회 모임이 비전과 이념을 지닌 타이트한 모임이라기보다는 느슨한 형태의 친목 도모 모임으로 편안하게 만나자는 취지의 말씀이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적 역할을 않겠다'는 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적극적 의미에서 현실 정치에 영향을 주는 일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차기 정부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참여정부가 들어섰을 때 북핵문제와 신용카드 문제 등으로 1년여 간을 헤맸는데, 다음 정부는 참여정부 때문에 1년 이상 헤매거나, 참여정부 때문에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이 자리에서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전 실장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잘된 방향이었고, 참여정부는 후세에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고,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앞으로 떳떳하게 참여정부의 정책을 보호하도록 노력하자"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는 오후 7시부터 3시간 이상 이어졌고, 문희상 전 비서실장, 유인태 전 정무수석, 이병완 전 비서실장, 배순훈 전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고, 공직에서 물러난 후 참여정부 정책을 비판해온 허준영 전 치안비서관(전경찰청장), 김희상 전 국방보좌관, 정태인 전 국민경제비서관과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전 대선후보의 측근인 김현미 전 정무2비서관은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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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8 12:00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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