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는 길고 복잡...남북경협 손놓을 건가?"

5년 전 인수위 간사 윤영관 전 장관의 대북정책 '조언'

등록 2007.12.28 12:43수정 2007.12.28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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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관 전 외교통상부장관. ⓒ 이병선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장관. ⓒ 이병선

"신 정부는 비핵화와 대북 경협의 연계를 시도함에 있어 보다 정교한 구체적 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비핵화는 5년 이상 걸리는 복잡하고 기나긴 과정이다. 북한이 이것을 완수할 때까지 남북경협을 안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비핵화 과정을 세분화시키고 경협의 과정도 세분화시켜 상호 연계시키는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첫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교수가 27일 자신이 원장으로 있는 한반도평화연구원 주최 세미나 기조강연을 통해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나름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명박 당선자 측의 대통령직 인수위가 막 출범한 가운데 5년 전 인수위의 통일외교안보분과 간사를 맡았던 윤 전 장관의 ‘조언’이라는 점에서 일단 눈길을 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 결단을 내리면 이에 상응한 경제적 지원으로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 내에 3000달러로 높이겠다는 이명박 당선자의 이른바 '비핵·개방 3000' 구상이 가진 허점에 대해 지적했다. 앞으로도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르는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 남북경협을 중단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는 "북한 당국은 앞으로 1년 내지 1년 반 정도 핵문제에 대해 협조적이지 않은 자세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국정부가 내년 말까지 외교적 업적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급해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얻어낼 것은 얻어내고 자신들의 협상 지렛대인 핵과 관련한 불투명성은 유지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이 핵프로그램 신고 문제와 관련해 시간을 끌면서 2009년 새로운 미국 정부의 출범을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예상했다.

 

그는 또 "북한은 비핵화와 경협을 연계하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반발하거나 테스트하려 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협조적이지 않은 북한 당국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가 당면하게 될 쉽지 않은 도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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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오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권우성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오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권우성

"모두 바꿔 치우겠다는 생각은 비현실적...보완하고 업그레이드하라!"

 

윤 전 장관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사업들을 모두 바꿔 치우고 새롭게 짜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무리수를 자초하는 일일 것"이라며 "그보다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 철학에 입각해서 보완하고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특히 ‘조건부 대북포용’에 대한 국제적 합의의 틀이 마련돼 그 안에서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한국만 포용정책을 바꿔 치우겠다고 나선다면 국제적 합의를 무시하는 것이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북정책은 원칙을 지키되 그때그때 상황과 이슈에 따라 유연하게 추진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인권문제 등은 미국정부가 추진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조용하게 남북간 채널을 통해 추진함으로써 북한 당국의 체면을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단기적인 성과와 업적에 연연하지 말고 원칙에 입각한 남북 협력관계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정부의 의지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정책이 실패하는 경우에 대비해서 모든 백업(back up) 플랜을 마련해두라"는 조언도 했다. "과거 역사를 살펴볼 때 인간이 계획한대로 역사가 진행되리라는 보장은 없다"면서 "백업 플랜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장관은 마지막으로 한미관계와 관련 "우리가 한미관계에 대한 미래 비전이나 평화구상을 짜는데 주도적으로 안을 만들고 리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에게 시급하고 전부이지만 미국에게는 그들이 다뤄야 할 수많은 이슈들 중 하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07.12.28 12:43 ⓒ 2007 OhmyNews
#윤영관 #인수위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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