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5일이면 이명박 정부의 시대가 열린다. 이제 인수위 구성도 끝나고 정권인수에 본격 나서게될 것이다. 투표율이 62%였고, 득표율이 48.7%였다. 모든 유권자중 30%가 유효한 투표를 이명박 당선자에게 던진 셈이다. 참여정부의 집권기간동안 국민은 많은 실망을 하였고, 그 실망을 야당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으로 심판한 것이다. 그 실망의 실체나 대상에 대한 견해는 다를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국민의 선택은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무엇인가?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은 계층을 불문하고 유행병처럼 번졌다. 기득권층은 경제적 형평성을 추구할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참여정부를 비판하였고, 서민들은 양극화로 인하여 서민들의 생활이 갈수록 어려워졌기 때문에 비판하였다. 말하자면 참여정부는 부유층은 물론 본래의 지지기반이었던 서민층에서도 최악의 수준으로 비판을 받았던 것이다.
기득권층이 추구하는 경제적 자유와 효율성은 사실상 참여정부 하에서 만개하였다. 사실상 정치권력이 시장으로부터 지배를 받았다고 할만큼 시장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된 기간이었다. 시장의 요구대로 신자유주의 정책기조를 유지하였고, 그런 정책기조에 맞는 경제관료를 기용했다. 한미 FTA를 타결하였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하여 기업에 부담이 될 정책을 취하지 않았다. 집권초 법인세를 인하하였다.
문제는 균형발전론과 양극화를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킨 점이다. 이것이 정권의 형평성 편향을 의심하게 만든 원인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한 것, 지역균형발전 전략, 삼불정책을 고수한 것, 종부세와 양도세로 대별되는 부동산 정책 등은 기득권층의 이익에 실질적으로 반하는 점도 있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기득권층에게는 유리한 5년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서민들을 위한 복지예산을 꾸준히 늘려온 것도 사실이다. 양극화를 해결하는 데 노력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양극화의 심각성을 화두로 부각시킨 것도 이정부의 노력이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수도권의 비대화와 지방의 공동화를 해소하기 위해서 혁신도시나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고 있기도 하다. 집값의 폭등을 막기 위하여 수없이 많은 정책수단을 동원하고 대책을 쏟아낸 것도 사실이다. 사교육비 문제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삼불정책을 고수한 것도 교육 양극화를 막기위한 고육책이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의 삶은 점점 어려워졌다. 양극화라는 화두를 부각시키는 데 성공하였지만 그것을 완화하는 정책에는 거의 손도 대지 못한 상황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헌재의 판결로 좌초하였다. 혁신도시 등은 거액의 토지보상비 등이 풀려나가면서 부동산 시장의 불안요소로 작용하였다. 여러번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였지만 거듭 효과를 보지 못하다 이미 엄청나게 오른 후 비로서 진정이 되었다. 삼불정책의 고수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비정규직, 청년실업, 자영업의 불황, 재래시장의 불경기 등 불만요소는 너무 많다.
결국 국민의 눈에 참여정부는 무능하게 보였다. 어떤 상황이었건 결과적으로 서민들의 삶을 향상시키지 못했다. 수출이 집권초에 비하여 2배로 증가하고, 카드대란과 신용대란을 적극 해결하였으며, 이제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일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 수준으로 높였다. 국가경쟁력 순위도 많이 향상되었다. 주가는 집권기간동안 3배로 올랐다. 그러나 여전히 서민들의 삶은 향상되지 않았다.
언론의 비우호적 보도도 참여정부를 더욱 무능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야당의 그러한 공격은 본래 그럴 수밖에 없다손 치더라도 언론의 의도적 왜곡이나 부당한 공격은 공평하지 못하다. 게다가 여론이 나빠진 후에는 여당의 정치인들조차 청와대와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더욱 무능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그래서 결국 이명박 당선자를 참여정부의 반대세력의 대표로 선택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무엇인가?
경선과 선거과정에서 수 많은 부정과 부패의혹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위와 500만표가 넘는 차이로 당선됐다. 심지어 '부패가 무능보다 낫다'는 성립할 수 없는 주장마저 유권자들에게 수용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복개천인 청계천을 뜯어내고 한강물을 끌어다 흘리는 성과, 서울시의 대중교통 체계에 일대 변혁을 가하고 정착시킨 성과에 국민은 주목한 것이다. 이런 방식의 성과주의가 대한민국호의 앞길도 열어줄 것인지는 주의깊게 지켜볼 대목이다.
이명박을 선택한 국민들이 이명박 당선자와 새로 출범할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재벌들은 각종 규제를 제거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출자총액 제한제도의 철폐, 금산분리법의 개정, 수도권 공장총량제 등의 완화, 그리고 각종 감세정책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시장에서 지배적 힘을 가진 자신들이 그 힘으로 더욱 시장에 대한 지배를 확고히 하고 이윤기회를 확대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계층과 강남권에 고가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은 보유세와 양도세를 완화하고 개발이익 환수제를 폐지해주길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부동산 시장의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고 시장안정을 꾀하려고 시작한 참여정부의 대책들이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점점 강화돼 왔다. 이것에 대한 불만은 소위 말하는 세금폭탄론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외국에 비하여 보유세등이 그리 높다고 볼 수는 없으나 과거에 비하여 엄청나게 높아졌다는 점에서 불만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시작과 더불어 이러한 불만이 해소되길 바랄 것이다. 이러한 바람을 반영하며 취임하기도 전에 이미 강남권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은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청년실업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새정부가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고, 경제를 성장시켜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제성장이 일자리의 창출로 연결되고, 그 것이 다시 내수경기의 활성화를 이끌며, 기업은 더욱 투자를 늘려가는 선순환을 기대하는 것이다. 반드시 그러한 논리적 사고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높은 성장을 구가하던 시기에 일자리가 넘치던 것을 추억하고 있다.
재래시장과 자영업자들은 경기가 회복되면 장사가 잘 될거라는 기대를 모아서 이명박을 선택한 것이다. 대형 마트들이 지역마다 상권을 장악하여 재래시장은 갈수록 장사가 안된다. 언론들이 경기의 바로미터로 재래시장을 찾아가서 취재하고 보도하지만 암울한 소식들만 들린다. 고용이 창출되지 않으면서 할 수 없이 자영업에 나선 많은 사람들은 장사가 안돼 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이명박 정권이 해결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택시운전기사들은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전도자들이었다. 손님은 없고, 가스요금은 너무 비싸서 고통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기업의 접대비를 제한하고, 성매매를 단속하면서 가뜩이나 밤에도 손님이 없었다. 게다가 대리운전이 과열경쟁을 하면서 싼값에 손님들을 차지하니 더더욱 손님이 없다. 하루하루 사납금도 채워서 입금하기 어려운 일이 많았다. 그래서 그들중 대부분은 정권교체를 홍보하는 데 열을 올렸던 것이다. 이것은 이명박 정권에 기대를 크게 걸고 있다는 방증이다.
학부모들은 높은 사교육비의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 등을 금지하는 삼불정책이 사교육의 폐해를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는 데 목적을 두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수능은 물론 내신을 위한 과외까지 성행하며 사교육비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결국 학부모들은 기여입학제를 제외한 나머지를 풀겠다는 이명박을 선택한 것이다. 자율형 사립고를 수백개 만들어서 수월성 교육을 추구하려는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사교육을 줄이면서 공교육을 정상화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기대와 요구는 그 자체로 어려운 경우도 있고, 때로는 서로 모순되어 동시에 추구할 수 없는 것조차 담겨있다. 그러나 국민의 정권교체는 그러한 기대를 반영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당연히 공약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겨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의무가 정권담당자에게 주어진 것이다.
국민의 기대는 충족될 것인가?
이명박 당선자와 그 주변에서는 이미 의욕을 보이고 있다.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풀어서 투자를 유도하고, 국가채무를 줄이면서 동시에 소외계층의 복지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같다. 마치 대처이즘이나 레이거노믹스를 연상하게 만드는 MB노믹스의 핵심이다. 시장의 자율을 확대하고, 감세와 복지축소를 단행하면 경기활황으로 국가재정이 튼튼해진다는 주장인 것이다.
재벌들의 바람부터 살펴보자. 정부가 시장을 감시하고 균형을 잡는 것보다 시장의 자율에 맡기고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면 과연 투자를 늘릴 수 있을까? 전혀 효과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일부 투자증가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있지만 실제로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근본이유는 규제나 세금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 내수시장의 이윤기회가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달라질 뿐이다. 다만 재벌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데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재벌들의 편의를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는 충족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기득권층이나 강남의 고가주택 소유자들은 어떨까? 양도세의 완화, 보유세의 경감, 개발이익 환수제의 폐지, 그리고 재건축 층고제한의 완화 등의 정책이 실시되면 분명 그들의 바람은 이루어진다. 문제는 그러한 정책을 취할 경우 부동산 시장의 극심한 투기열풍과 가격폭등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점이다. 버블이 심해지면 버블의 붕괴에 따른 경제적 타격도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일이다. 그래서 시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그래도 결국 참여정부에서보다는 훨씬 유리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흐름속에 자연히 등장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외환위기로 급속히 문제가 심각해진 것도 사실이다. 기업이 애써 인적자원에 투자하고 교육해서 활용하려면 비용효율성이 떨어진다. 당장 업무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채용하려고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가 강요하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흐름을 거스리기 어려운 지경이다. 이러한 경제구조의 변화속에서 더욱 시장자율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권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재래시장과 자영업자들의 형편은 어떨까? 재래시장의 어려움은 대형마트 등의 시장장악에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 대책을 세우려면 결국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규제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시장자율을 주장하는 정권이 이러한 접근법을 사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자영업자들은 외환위기와 그 극복과정에서 기업들이 단행한 해고와 고용관행의 변화에서 절대숫자가 너무 많이 늘어나서 생긴 문제이다. 자영업자 비율이 10% 미만이어야 해결될 일이지만 지금 30%를 넘나들고 있다. 해결될 가능성은 없다.
택시운전자들의 생활형편은 개선될 수 있을까? 유류세를 경감해주면 아주 조금은 부담이 덜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객의 수요는 여전히 늘어날 가능성이 없다. 기업의 접대비 지출한도를 늘려줄 형편도 아니다. 성매매 같은 비윤리적 행위를 합법화할 수도 없고, 불법인 이상 단속을 하지 않아서 흥청거리도록 방치할 일도 아니다. 대리운전 같은 경쟁업태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택시의 이익을 보장해줄 수도 없다. 물론 신규허가를 막아서 서서히 공급을 줄일 수는 있겠으나 효과는 수십년이 지나야 약간 나타날 정도이다. 기대할 것이 없어 보인다.
자율형 사립고를 많이 설립하고, 본고사를 부활시킬 수 있도록 대학에 학생선발에 대한 자율을 부여하면 결과는 어떨까? 결코 지금보다 사교육비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본고사를 각 대학별로 따로 준비하는 특화된 사교육이 새로 늘어날 것이다. 심지어 중학생들의 자율형 사립고 입시준비를 위한 사교육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초등학교부터 사교육에 몰두하게 될 것이다. 사회가 구조적으로 학력중심에서 실력중심으로 변화를 하지 않는 한 악화를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전혀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교체를 선택한 국민의 선택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현정권이 기대한 바와 달리 성과를 내지 못했으니 다른 쪽을 선택한 것에 대하여 누구도 함부러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의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 또한 전혀 충족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재벌과 부동산 부자들의 기대는 일부 충족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서민들의 삶을 향상시킬 방향은 아닌 것이다. 5년을 지켜보고 국민들이 또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그렇게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저질 정치권을 원망하는 국민이 늘어날까 걱정될 뿐이다.
2007.12.28 17: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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