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젠.젠. 젠틀맨'의 외로운 이야기

"아무리 옆구리가 시려와도 시험에 붙어야지"

등록 2007.12.28 17:14수정 2007.12.29 15:23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 추운 겨울, 크리스마스날 혼자서 방바닥을 긁어야 했던 수많은 솔로들이여 주목하라. 내년이면 나이 29살을 바라보고 있지만 아직도 여자 친구를 한 번도 사귄 적이 없는 외로운 남자가 여기에도 있다. 주인공은 대학 졸업 후, 몇 해째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최아무개씨. 그를 지인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 쪽은 많이 추우니까 이쪽으로 앉아. 내가 그 쪽으로 갈게." 본인도 추울 텐데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최씨. 아직까지 여자 친구를 만나본 적이 없다는 것을 믿기 힘들 만큼 그는 '젠틀맨'이다. 

 

"여자랑 단둘이서 영화보고 식사하면 데이트한 거라고 할 수 있는 건가?"

 

조금 웃기지만 솔직한 대답이다. 정말로 지금까지 한 번도 데이트를 해본 적이 없었냐는 질문에 오히려 반문하는 그. 좋아하는 이성이 생겨서 영화도 같이 보고 선물을 전하기도 했지만 거절을 당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고 이후 자신감이 없어진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세상의 반은 여자다. 그 중에 분명 운명은 나타날 것이다."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일까. 최씨는 언젠가는 자신의 짝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감이 많이 결여돼있다. 그런 탓에 동성 친구들과 여자 선후배들을 여자 친구 삼아 가끔씩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 물론 술이 가장 친한 친구일 게다. "내가 로맨스물 영화는 거의 꿰뚫고 있거든. 남자 주인공보다 잘하면 잘했지 못하지는 않을 텐데 말이야." 하지만 정작 자신의 옆에는 여자 친구가 없다며 연거푸 소주 두 잔을 들이켰다.

 

"주위에서 가끔씩 소개팅을 할 마음이 있는지 물어보지만 시험에 붙고 나서 생각해야지."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이 본인의 자신감 회복임을 알면서도 시험을 핑계로 웃어넘기기 일쑤다. "물론 생기기만 하면 업고 다닐테지만…." 그는 나이답지 않게 천연무공해의 순수한 열정을 가진 남자이다. 주변에 항상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의 서글서글한 성격을 알 수 있다.  

 

어느 덧 솔로 10000일을 훌쩍 넘겨버린 최씨, 술잔을 털어버리듯 걱정을 털어버리고 하루 빨리 자신감을 충전하기를 응원한다. 마찬가지로 공무원 시험에 몇 해째 매달리느라 있던 여자 친구도 보내놓고 혼자 구석 한켠에 쪼그려 앉아 공부하고 있을 다른 솔로들에게도 다가오는 새해에는 꼭 핑크빛 세상이 선사되길 기대해본다.

2007.12.28 17:14 ⓒ 2007 OhmyNews
#솔로 #연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3. 3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