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이 MBC를 민영화 하려는 이유

박성제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이 조합원에 보낸 편지

등록 2007.12.28 16:18수정 2007.12.3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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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쪽은 미디어, 통신시장의 구조개편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신문·방송 겸업을 가능하게 하고, MBC를 민영화하겠다는 게 핵심 골자입니다. 최근 MBC 민영화 추진과 관련 많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명박 당선자의 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 홍보단장을 맡았던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27일 "문화방송(MBC)이 공영방송으로서 구실을 하려면 한나라당이 내놓은 국가기간방송법의 통제를 받으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지분을 국민주화 한다든지, 재벌 대기업들을 뺀 기업들의 컨소시엄에 넘겨 민영화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흐름에 대해 언론노조 MBC본부 쪽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박성제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은 28일 오전 조합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MBC 민영화의 부당성을 설명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박 위원장의 허락을 받아 메일의 전문을 올립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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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본사 ⓒ 오마이뉴스 권우성


존경하는 조합원 여러분, 그리고 선후배 여러분. 본부 위원장 박성제입니다.

요 며칠 신문들이 경쟁적으로 써대는 새 정권의 언론정책 관련 기사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으실 것 같습니다. 한 조합원이 제게 물어보더군요.

"위원장님, 이제 우리 어떻게 되는 겁니까?"

어찌보면 한나라당은 참 약속을 잘 지키는 집단인 것 같기도 합니다. 선거 전에 MBC 보도가 편파적이라며 '집권하면 가만 안두겠다'고 협박을 하더니 선거 끝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MBC 민영화"를 바로 선언하고 나서니 말입니다.

아마 그들은 MBC를 마치 대선승리의 전리품 쯤으로 여기고 있는 모양입니다. 어제는 급기야 "4대 재벌을 제외한 대기업에게 MBC를 팔아 넘기겠다"는 발언까지 등장했습니다. 지금쯤 재계 순위 5위 아래의 재벌총수들은 저마다 MBC의 주인이 되는 꿈에 부풀어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동조합은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이 마치 새 정권의 실세인양 거들먹거리면서 흘려대는 이야기에 일일이 대응할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이미 조합이 오래전부터 예견했던 그대로 전개되고 있고, 그에 따른 투쟁의 전략도 이미 세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편지는 공영방송 사수투쟁에 임하는 조합의 자세,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싸움의 단계를 조합원과 MBC 구성원들에게 허심탄회하게 설명 드리고 미리 폭넓은 이해를 구하기 위한 것입니다.


MBC 사영화의 불순한 의도

한나라당은 왜 그렇게 집요하게 MBC를 민영화시키겠다고 협박하는 걸까요? 한마디로 MBC는 권력의 힘으로 통제가 잘 안 되는 방송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들이 제기하는 민영화 논의는 어떻게 포장하든 불순한 의도를 숨기고 있습니다. 그 의도는 바로 'MBC를 특정 기업에게 팔아넘겨 자본에 예속된 MBC가 알아서 권력에 복종하게끔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떠한 형태의 민영화 논의든 단호히 거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MBC 민영화는 곧 MBC 사영화이고, 그 결과 MBC는 권력과 자본에 충실하게 봉사하는 싸구려 상업방송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대선 당일 밤 시청 앞에 무대를 차려놓고 이명박 후보에게 축하케이크를 바치던 모 방송의 행태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민영방송, 상업방송의 속성입니다.

게다가 무료 보편적 공익 서비스를 담당해야 할 공영방송을 시장 속에 내던지면, 돌아오는 것은 시청률 무한 경쟁과 저질 프로그램 양산뿐입니다. 돈 안 되는 교양과 비판적 시사 프로그램은 편성표에서 하나 둘씩 사라지고, 뉴스는 직접적으로 주주이자 광고주의 눈치를 보게 될 겁니다. 권력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렇게 통제하기 쉬운 방송사가 또 있을까요? 손 안대고 코풀기입니다.

국민주 민영화는 허상일 뿐

한나라당의 정모 의원은 민영화 방식의 3가지 옵션으로 "국민주, 4대재벌을 제외한 대기업, 중소기업 컨소시엄"을 얘기했습니다. 듣기 좋은 말로 포장했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습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주인이 생기는 순간 MBC는 사영화되는 것입니다. 아니 MBC를 가지게 되는 중소기업은 그날로 바로 대기업이 될 것입니다.

'국민주 민영화라면 고려해 볼 만한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박근혜씨가 실질적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정수장학회가 30% 주주로 남아있는 현실에서 방송문화진흥재단의 주식만 국민주로 처분한다면 MBC의 대주주는 박근혜씨가 될 것입니다. 특정 기업에게 팔아넘기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결과가 올 수도 있습니다.

만약 정말로 MBC를 국민의 방송으로 민영화시키고자 한다면 한나라당은 먼저 정수장학회 지분부터 몰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소유를 철저히 배제한 100%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안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그렇게 할까요? 가능성은 0%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욱 MBC를 통제하기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투쟁은 외롭지 않습니다

민영화 논의가 당장 현실화되진 않을 겁니다. 이명박 당선자 측이 MBC 민영화 문제를 포함한 미디어 통신 재편 논의를 다루겠다고 밝힌 '21세기 미디어위원회'는 대통령 취임 이후 3월쯤 출범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구체적인 안이 확정되더라도 방송 관련 각종 법률 개정을 하려면,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돼야합니다. 따라서 본격적인 논의는 내년 봄 이후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 같은 음모는 현실에서 큰 저항에 부딪힐 것이 분명합니다. 이미 많은 언론 현업인 단체와 시민단체들이 MBC 민영화 저지라는 한 목소리를 내며 함께 싸우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역시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 투쟁의 핵심은 MBC 문제라고 보고 총력투쟁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공영방송 MBC를 지키는 우리의 투쟁은 결코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투쟁의 첫단추는 내년 초 예정된 경영진 교체 과정에서 끼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 정권이 MBC 사장 선임 과정에 영향을 미치려 하거나 권력의 줄을 탄 인물이 사장 후보에 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음모가 진행되더라도 조합은 이를 밝혀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 음모를 막아낼 것입니다.

사랑하는 조합원 여러분.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습니다. 적들의 의도와 전략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이제 우리가 스스로를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할 때입니다. 오직 시청자와 국민만을 주인으로 섬기는 공영방송 MBC 구성원으로서의 무한한 자부심과 사명감,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자기 확신을 다져주십시오. 조합을 믿고 조합에게 힘을 주십시오.

그것만 있으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MBC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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