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목사들의 정당 창당은 본질 왜곡한 죄악

이명박에 힘 실으려는 속셈 눈에 보여...목사의 본분에 충실해 주길

등록 2007.12.28 18:39수정 2007.12.2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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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이명박을 찍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지운다고 발언해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청교도영성훈련원의 전광훈 목사가 이번에는 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지난 27일 서울 연지동 여전도회관에서 창당 예비모임을 가진 전 목사는 오는 18대 총선에서 100석 이상의 의석을 목표로 가칭 '사랑실천당'이라는 이름의 정당을 창당한다고 밝혔는데요.

 

이날 창당식에 참석한 인원은 장경동 목사(대전중문교회)와 이태희 목사(성복교회), 장학일 목사(예수마을교회), 김문훈 목사(부산포도원교회) 등 약 70여명의 목사들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또 취지문에서 "배가 고프던 시절에는 하나님을 찾더니 경제성장 이후 신앙심이 떨어졌다"며 "일부 친북반미사상을 가진 좌파들이 들고 일어나 난동을 부리며, 사회를 혼란시키고 국가를 존폐위기로 내몰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랑실천당'은 1월 중 발기인 대회를 열고, 3월에 지구당을 결성한 후 곧이어 4월 총선에서 100석 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기독교 보수정당으로 그 색채를 분명히 하면서 창당하는 '사랑실천당'은 전광훈 목사를 주축으로 기독교계 원로들이 합세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장로 대통령에 힘 싣는 목사 정당, 과연 지지 얻어낼 수 있을까

 

이번 창당을 선언한 목사들의 목적은 아마도 장로 대통령을 뽑았으니 이제는 그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의 당위성이 인정받기는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우선 국민정서상 기독교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물론 정당은 그 정당을 지지하는 세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정권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기독교 목사들이 중심이 되어 만드는 정당에 대해 일반인이나 타 종교인들은 그들의 창당목적에 동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칫 국론 분열과 종교간의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되는 것입니다.

 

또한 이들은 창당 취지에서 밝힌대로 "하나님에 대한 신앙심을 회복"하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는 종교적으로는 얼마든지 용인될 수 있습니다만 정치에 있어서는 그와같은 취지는 맞지 않습니다. 다종교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정치적인 세력을 모아 신앙심을 고취시키겠다"는 명분이 과연 타당하느냐 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목사들의 정치활동에 대해 그 부작용은 이들의 생각보다 심각함을 알아야 합니다. 심각한 획일화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즉 자신들이 담임하는 교회 교인들의 정치적 성향은 모두 다릅니다. 그런 사람들의 정치적인 성향을 한데 모으려는 시도도 잘못이거니와 그런 시도에 종교적인 신앙심을 이용하려는 시도야 말로 현대판 우상숭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바울이 목회하던 고린도 교회에서도 파벌이 있었습니다. 당시 고린도교회 사태는 정치적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바울을 지지하고, 베드로를 지지하고, 예수를 지지하는 등 각자 자신들의 종교적 지도자를 놓고도 파벌싸움으로 몸살을 앓던 교회였습니다. 그러기에 교회 내의 사람들의 성향을 한 데 모으는 것이야말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부분 기독교인들의  판단입니다.

 

목사 본분을 잃어버린 정치적 행동, 과욕이 불러올 망신 불 보듯

 

이들 목사들의 면면을 보면 모두 친 이명박 성향이며 정치적인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전력이 있습니다. 목사의 본분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후안무치한 이들의 행태에 실소와 우려를 금할 수 없는 것입니다.

 

목사는 우선 자신의 정치 성향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담당하고 있는 교회 교인들은 그 목사의 정치적 성향을 지지해서 모인 무리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목사의 정치적인 성향에 대한 반발이 충분히 예상될 뿐 아니라 그와같은 현상은 자칫 교회의 내분으로 촉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목사는 또한 국가와 정치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내려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정치 현장에 뛰어들어서 어쩌겠다는 것입니까.  이들이 만들 '사랑실천당'과 정치성향이 반대되는 다른 당에 소속된 기독교인들과도 싸울 겁니까?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사랑실천당' 만들어야 할까

 

이들이 만든 사랑실천당은 아마도 기존의 정당과는 달리 좋은 명분을 가지고 출범할 것입니다. '사랑'과 '평화' 그리고 '화해' 와 '용서' 등등. 이런 미사여구를 들여대며 정치적인 불감증에 노출된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 = 국민에 대한 사랑 실천'이라는 도식을 심어주려 할 것 같군요.

 

그런데 문제는 현실 인지도가 너무나 낮은 목사들이 정치세계를 너무 모르신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예수의 사랑'을 모범으로 가져오겠지요. 그런데 예수는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어떤 '세력'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사실이 없습니다.

 

'사랑'이 곧 '세력화'되면 그 사랑은 의미를 퇴색하게 됩니다.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희생이며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이 모태입니다. 그것은 자신이 죽음으로써 실현되는 고귀한 가치입니다. 그래서 '예수의 사랑'은 곧 '십자가의 희생'으로 귀결되는 것입니다.

 

십자가의 희생이 없는 예수의 사랑은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목사들이 만들겠다는 정당은 이름만 '사랑실천당'일 뿐 특정 후보를 밀어주고, 특정 종교를 옹호할 것이 뻔 합니다. 사학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실시할 것이며, 이명박의 거수기 노릇을 할 것이 뻔해 보입니다. 아마도 이들이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면 '이명박'과 '하나님' 두 분을 섬겨야 할 것 같습니다. 또 과연 이들이 타 정당에 대해서 어떤 '사랑'을 실천하려는 것일까요.

 

논점을 벗어난 얘기를 잠시 해야겠습니다.  개신교는 천주교에서 파생된 종파입니다. 중세 로마교황청의 지나친 성경왜곡에 반대해서 루터가 일으킨 종교개혁으로 시작된 종파입니다. 그래서 보수적인 개신교가 바라보는 천주교는 이단이거나 사탄의 종교입니다.

 

스스로를 '개혁교회'라고 주장하는 이런 한국 개신교가 요 근래에는 전혀 '개혁'적인 모습이 아닌, 세상의 물질만능주의에 함몰되고 성공주의의 앞잡이가 되고, 경제만 살리면 만사형통이라는 '맘모니즘'에 빠져 있음을 볼 때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한국 민족운동의 아버지인 함석헌과 김교신 선생의 스승이었언 '우찌무라 간조'는 일본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청년들에게 민족정신과 애국심을 키우도록 훈련했습니다. 그는 일본 기독교의 창시자라고 할 만큼 몇 안되는 일본 기독교계의 지도자며 스승이었습니다.

 

한국 기독교는 바로 이런 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서구의 물질만능주의와 쾌락주의에 반대하면서 과감하게 성경의 정신을 따르는 몇몇 지도자들로부터 오늘날의 '민족정신운동'이 시작된 것입니다.

 

흔히 기독교에서 자랑하는 33인의 독립운동가들 중 60%가 기독교인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조상들의 정신문화를 저버리고 미국의 복음주의가 들어오면서 '기복주의'로 선회합니다. 그 후 이런 아류들이 파생됐는데 소위 '부흥사'들의 등장입니다.

 

초창기 평양교회의 길선주 목사가 부흥사였다고 주장합니다만 지금의 부흥사들이 스스로 자위하는 소리에 불과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길선주 목사의 부흥회에서는 '회심'이 주제였습니다. 도둑놈, 노름꾼, 첩살이, 깡패, 술주정뱅이 등  정신세계를 잃어버린 육체의 덩어리들에게 길 목사는 '정신'과 '신앙'이라는 고귀한 가치를 심어주는 설교를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부흥회는 어떤가요.  목사들은 '까라면 까'가 대부분입니다. '축복'을 외치지만 궁극적으로는 '돈'이며 '세상의 성공'이 주류입니다. 그러나 '정직한 과정'은 빠지기 일쑤입니다.

 

이런 오염된 물을 먹고 자란 변종들이 바로 오늘날 한국교회

 

성경의 왜곡된 가르침, 예수 사랑의 편파적 인용, 목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독단적 교회운영, 목회의 세습, 이제는 정당을 만들어 권력을 손에 쥐려는 야욕까지… 외제차를 '주님의 선물'이라며 타고다니는 이런 대형교회 목사들보다는, 월세교회에서 교인도 없이 자기 가족들과 함께 새벽 찬 이슬을 맞아가면서 눈물의 방석을 적시며 교인들의 형편을 위해 기도하는 진정한 한국교회 목사들이 저에게는 더 위대하게 보여집니다.

 

전광훈 목사님은 이런 '사랑실천당'이 벌써 만들어져 있음을 모르십니까? 

덧붙이는 글 | 미디어다음에도 송고함 

2007.12.28 18:39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미디어다음에도 송고함 
#정당창당 #사랑실천당 #이명박 #전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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