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안상수 원내대표, 김영선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 28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안상수 원내대표, 김영선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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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박근혜 전 대표가 28일 내년 국회의원 선거 공천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새해가 되자마자 양대 계파가 공천 문제로 '내전'에 들어갈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표는 "공천이 늦춰질 것 같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 좀 늦춰질 것이라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이 공당인데 국민들이 그렇게 늦춰야 되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냐"고 말했다. 인수위 작업도 중요하지만 공천도 중요하다는 게 박 전 대표의 입장이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정권 인수 작업을 핑계로 공천 작업을 최대한 늦추려는 이 당선자의 구상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에 앞서 "인수위가 바쁜데 지금 당에서 공천 문제를 이야기하냐"는 이 당선자의 말을 전한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1월에 인수위 업무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해야 하고 2월 초순에는 국회 동의가 필요한 일도 많다. 우선은 인수위에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하는데, 지금 공천을 논의하게 되면 조그마한 것을 갖고 서로 갈등을 빚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국민들의 기대가 큰데 벌써부터 공천을 갖고 우리끼리 싸우면 안 된다."
전날에는 '이명박 캠프의 좌장' 이재오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수위가 (내년) 1월에 거의 방향이 잡히고 인수위에서 국회 의결을 받아야 할 법안들이 마무리가 된 이후에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총장이 이 같은 논리를 더욱 정교화시킨 셈이다.
"3월 초 최종공천 확정"... 박근혜계 의원들에게는 '불안의 계절'
▲ 정종복 사무부총장. ⓒ 이종호
▲ 정종복 사무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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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친이명박계로, 공천심사위 간사를 맡게 될 정종복 사무부총장은 "1월 말쯤 공천심사위를 꾸린 뒤 3월 초에 최종공천을 확정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당선자 측의 계산대로라면, 내년 1월은 '공천 휴지기'가 된다.
이 당선자로서는 공천 문제에 신경을 덜 쓰면서도 정권 인수 작업에 매진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셈이지만, 이 당선자에 반기를 들었던 박근혜계 의원들로서는 '불안의 계절'을 보내게 된다.
2000년 윤여준 전 장관, 2004년 김문수·홍준표 의원이 주도한 '공천 물갈이'를 지켜본 사람들로서는 당권을 사실상 장악한 이명박계가 이 기간 동안 '물밑 작업'을 해놓은 뒤 2월 말~3월 초에 대대적인 '숙청'을 하지 않겠냐는 의심을 할 만하다.
2000년 한나라당 공천탈락자들이 주축을 이룬 민주국민당의 몰락을 생각하면 박근혜계의 위기감은 대단하다.
그해 2월 중순 공천에서 탈락한 김윤환·이기택·이수성·박찬종 등 한나라당 중진들이 민국당의 깃발을 들고 이회창이 이끈 한나라당에 맞섰지만 두 달 뒤 치러진 총선에서 단 2석을 얻는 참패를 맛보았다.
내년 총선 일정(4월 9일)을 역산하면, 3월 초에 공천 탈락한 의원들은 타당으로 말을 갈아타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한다고 해도 한 달 뒤 총선에서 힘도 써보지 못한 채 낙선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 셈이다.
박 전 대표는 최근 불거진 당권·대권 일체화 논란에 대해서도 "당헌·당규에 나와 있는 대로 (분리)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당헌당규에 참 잘 정리돼 있는 것 같다. 당헌·당규를 고친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24일)는 이 당선자의 입장과 언뜻 차이가 없는 것으로 비치지만, 대통령이 당권과 대권을 동시에 거머쥐는 '제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당 쇄신' 명분으로 이명박 당선자의 측근들이 승기 잡나
이 당선자가 27일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국민을 향해 나아가는 것에는 어쩌면 개개인의 희생이 따른다"며 공천 물갈이를 시사한 데 대해서도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의 불만이 많다.
유승민-박창달(대구 동을), 김용갑-조해진(경남 밀양·창녕), 이인기-박영준(경북 고령·성주·칠곡), 윤경식-송태영(청주 흥덕갑), 구상찬-배용수(서울 강서갑) 등 '친박 대 친이' 구도의 공천 대결이 이뤄질 지역구에서는 '당 쇄신'이라는 명분으로 이 당선자의 측근들이 승기를 잡을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측근들은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며 애써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공천 대학살'을 우려한 박 전 대표가 측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작심하고 한 말이라는 게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대표 시절에) 지방선거나 재보궐 선거에서 자기 사람을 심지 않고 상향식 공천을 실천했다"며 "이 당선자 측에도 '분위기 떠 보기'식으로 이러저러한 얘기를 흘리지 말고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2007.12.28 2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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