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 태안 살리기에 이런 아이디어 어떤지요?

등록 2007.12.29 14:42수정 2007.12.30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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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기름유출 자원봉사자들 의항리 일대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 여름 피서철에도 요즘처럼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 김민수


태안 기름유츨 사고가 발생을 한 후 저는 2차에 거쳐 그 곳을 다녀왔습니다. 내년 1월에는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온 가족이 함께 그 곳에 다녀오려고 합니다. 그렇게 넉넉하게 날짜를 잡은 이유는 이번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곳의 복원은 단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 아닐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제가 속해있는 단체가 봉사를 간 곳은 의항리에 있는 십리포해수욕장과 몽산이라는 곳이었고, 1차 때는 800여명, 2차에는 1300여명이 참여를 했습니다. 2차 자원봉사 준비를 위해 하루 먼저 태안에 도착을 했고, 함께 온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즐거운 상상(?)을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상상으로만 그치지 않을 수도 있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자원봉사자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우리 업소는 숙박료를 20% 할인하여 드림으로써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자원봉사 전날 오후 7시쯤 태안에 도착을 했습니다. 봉사장소 근처에 있는 펜션을 예약했지만 단체봉사이기에 다음 날 아침일찍 태안군청에서 방제에 필요한 물품을 수령해야 하는 관계로 태안시내에서 숙박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방이 없었습니다. 숙박업소를 네 곳이나 방문하고나서야 겨우 방 두칸을 구할 수 있었는데 가격이 방 하나당 5만원이나 합니다. 보통 숙박료는 4만원인데 사람들이 많아 5만원이며, 밤 9시가 넘어서 도착하시는 분들은 방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른다는 것입니다. 그 곳은 숙박업소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었는데 밤 8시가 조금 넘으니 대부분의 숙박업소가 간판불을 다 껐습니다. 방이 다 찼다는 뜻이겠지요. 다음 날 높으신 분이 온다는 보도가 있어서 취재진들 때문에 그런가 했더니 태안 기름유출 사고 이후 자원봉사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생긴 특수라고 합니다.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조금 아쉽더군요.
빈방이 없을 정도로 영업특수를 누리고 있다면 손님이 많아도 숙박료를 평소요금을 받든지, 한 20% 정도 할인해서 10%는 군에서 지원하고, 10%는 업소가 부담한다면 이 곳에 봉사하러 오시는 분들과 마음으로 하나될 수 있을텐데 하는 조금의 아쉬움 같은 것입니다.

기름때를 닦아주신 자원봉사자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저희 주유소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여러분의 차를 닦아 드리겠습니다.

물론 이런 주유소를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상행길에 길마다 이어지는 차량행렬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바쁜 길이기에 세차를 무료로 해준다고 주유소에 들를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설령 많다고 해도 그 만큼은 그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터이니 손해는 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 그런 현수막을 보면 세차를 하지 않고 집으로 향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이 한결 따뜻해 지겠지요.

우리 식당을 믿고 찾아주신 자원봉사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최고의 밥상을 여러분께 20% 할인된 가격으로 차려드리겠습니다.

할인한 20%는 위에서 제안한 대로 군과 업소가 각각 10%씩 부담하는 것입니다.
지역의 경제가 많이 어렵다고 합니다. 특히 서해안산 해산물이 안전하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태안지역의 식당들은 서해안산 해산물로 풍성한 밥상을 차리고, 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봉사자들은 종일 봉사하면서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으면 좋을 것입니다.

무료급식소에서 주는 밥은 사실 봉사하는 기쁨으로 맛나게 먹는 만찬입니다. 아무래도 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즈음이면 배가 고프죠. 간식으로 떼우는 방법도 있지만 지역경제를 살려준다는 생각으로 자원봉사자들은 태안에 있는 식당을 이용해주고, 아예 식당은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스페셜식단을 메뉴로 내어놓으면 어떨까요?

자가용으로 오시는 분들도 많지만 많은 분들이 대형버스나 봉고차를 이용해서 옵니다. 그러니 단체손님들이 편하고 빠르고 맛나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하면 침체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겨울수련회는 서해안의 작은 섬에서 환경캠프로 열립니다.

자원봉사 현장에 가보니 종교기관이나 단체들이 봉사를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종교단체들은 여름과 겨울 수련회를 갖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서해안의 작은 섬들로 장소를 정하면 어떨까요? 그 곳에 가서 자원봉사활동도 하고, 환경이라는 주제로 수련회를 연다면 이보다 더 생생한 체험이 어디있을까 싶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을 싣고 온 버스들을 보니 유난히 교회차가 많았습니다.
보수적인 성향이 교회도 있고, 진보적인 성향의 교회도 있습니다. 그 곳에서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목사들도 많이 만났습니다만 그 곳에서만큼은 "좋은 일 하십니다" 서로 격려할 수 있었습니다. 이념과 성향이 달라도 지금 태안에서 하고 있는 봉사의 일이 같은 것이니 서로 비판을 할지언정 그 곳에서는 하나가 되는 것이지요. 저는 수많은 교회차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교회마다 각 기관이 겨울수련회를 2박3일 혹은 3박4일씩 갖는데 이런 수련회를 기름유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작은 섬 같은 곳에서 가진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기름유출 사고는 단 시일내에 복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랜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겨울뿐 아니라 여름 캠프도 가능하겠지요.

아이디어 창구를 만들었습니다.
현명하신 국민 여러분의 고견을 듣겠습니다.

이미 많은 아이디어들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공유되지 않는 아이디어도 있고, 전문적인 방제작업에 대한 안내가 없어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대부분 기름때만 일일이 손으로 제거하는 정도의 봉사를 하고 돌아옵니다. 그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정확한 자원봉사요령들이 제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2차로 봉사를 간 곳은 갯벌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갯벌에 들어가면 기름이 갯벌에 엉켜 문제가 된다는 의견도 있었고, 보이는 기름을 걷어내야지 바라만 봐야하냐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결국 자기 판단에 따라 갯벌에 들어가는 분들도 있었고 들어가지 않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정확한 작업지침이 있으면 좋을 것입니다. 이런 창구가 일원화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많은 아이디어들이 올라왔는데 개중에는 실재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아이디어도 있었습니다. 1차 봉사때는 현수막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없는 것 다 수거해서 가져갔다가 폐기물로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다 효율적이고 다양한 자원봉사 참여를 위한 방법들이 나와야 합니다.
현재는 너무 고비용저효율의 자원봉사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 곳에 다녀오면 일단은 마음이 편합니다.
고난의 현장에 잠시라도 다녀와야 미안한 마음이라도떨쳐버릴 수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그런데 서울에 사는 저의 경우에는 왕복기름값, 식사비, 숙식비, 준비비 등을 생각해 보면 서너시간 앉아서 수거한 기름이 1.5리터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허탈합니다.

그런데 저만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자원봉사에 참여하기 위해 드는 비용들이 현재는 봉사의 내용에 비하면 너무 고비용입니다. 물론 나라 전체로 보면 어떨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이젠 보다 많은 전문적인 장비들과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다는 미생물을 이용한 방법들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물론 비용의 문제가 발생을 할 것입니다. 저는 1회 자원봉사할 수 있는 정도의 액수라면 기꺼이 내어놓을 수 있습니다. 저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함께 하지 못하는 분들의 심정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옵니다.
국민들의 귀한 성금을 뒤로 빼돌리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사람은 국민들의 하나된 마음을 깨뜨리는 파렴치한입니다. 정말 도움이 손길을 주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일의 끝에 결국에는 '없는 놈만 더 죽어났다'는 말이 나오면 안될 것입니다. 그러면 국민들은 너무 허탈해할 것입니다.

에필로그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이런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 더 행복하겠다고 생각한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이미 사건은 터졌습니다. 사고를 유발한 당사자들은 묵묵부답이지만 그들의 대답을 기다릴 여력이 없은 국민들은 팔을 걷어부치고 태안으로 태안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현실은 절박합니다.

이런 일들을 계기로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는 귀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태안 기름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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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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