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매듭

이제 한해를 매듭짓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자

등록 2007.12.29 15:03수정 2007.12.2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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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 공예'라는 것이 있다. 색색의 끈을 이용해 여러 가지 매듭으로 문양을 표현하는 전통 공예다. 묶는 모양에 따라 30여 가지로 나누는데 도래매듭·생쪽매듭·매화매듭·나비매듭 등 친근한 우리말 이름들이다.


매듭은 끈의 가닥수에 따라 4사(絲), 8사, 12사, 36사 등으로 나눈다. 끈의 색깔은 홍색, 남색, 황색의 3색이 기본이고, 여기에 연두색, 분홍색, 보라색, 자주색, 옥색 등을 가미해 매듭 공예의 화려함을 더한다. 다양한 색깔과 묶는 방법이 어우러져 매듭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도 매듭은 있다. '시간의 매듭'이다. 하루를 스물 네 시간으로 묶고, 서른 날을 모아 한 달로 묶는다. 한 달 두 달이 열두 달이 되면 다시 한 해로 매듭지어 지는 구조다. 그 한 해 한 해가 쌓여 사람의 인생을 이루지 않던가. 인간의 삶이란 시간의 끈을 씨줄과 날줄 삼아 엮어 나가는 매듭공예 같은 건지도 모른다.

인간은 흐르는 시간의 힘을 빌려 삶의 매듭을 만들어 간다. 일상 하나 하나가 모여 한 사람의 삶을 이루는 것처럼, 작은 시간의 매듭들이 모여 인생이라는 큰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작품이 좀 만족스럽지 않으면 어떠랴!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동안 얼마나 성실하게 삶의 매듭을 엮었는가 하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느낀다면 그 걸로 충분하다.

시간의 매듭이 없다면 앞뒤 없이 밀려드는 시간의 홍수 속에서 우리의 일상은 둥둥 떠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매듭짓지 못한 시간에 시간이 겹쳐져, 급기야 무거운 짐이 되어 우리들의 마음을 짓누르게 될 것이다. 시간의 매듭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른다.


사람이 매듭을 좋아하는 것은 뭔가 묶어서 마무리해 두고 싶은 심리 때문일 게다. 어떤 일을 매듭짓는다는 것은 지나간 일에 더 이상 영향을 받지 않겠다는 마음의 다짐이다.

새해 첫날 해맞이 행사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은 새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서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지난 시간들을 깔끔하게 묶어 두고 싶어서다.

섣달그믐과 정월 초하루는 다른 날이던가. 언제나 똑같은 해가 뜨고 지건 만 사람들은 묵은해와 새해로 구분하여 그 의미를 부여한다. 결국 새해는 사람의 마음에 달린 것이다. 묵은 것에 묶여있는 사람은 달력을 넘겨도 새해가 찾아오지 않는다. 옛것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것이 진정한 새해다.

뭔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이다. 설빔을 기다리던 어린 날의 새해 설렘은 점차 퇴색되어 사라져 버렸지만, 새해 맞는 날이면 언제나 가슴이 벅차다. 새해가 주는 신선함 때문이다. 뭔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살아있는 인간에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무자년 새해가 밝는다. 이제 한 해를 매듭짓고 새 출발을 준비하자. 지나간 시간의 매듭은 풀 수 없다. 묵은해는 이미 옛 것이다. 새해 아침은 다가오는 새해를 어떻게 알차게 엮어갈 것인가를 설계하는 희망의 시간으로 족하다.

희망은 삶의 에너지다. 시간의 매듭은 새로운 희망의 출발점이다. 다시 시작하는 새해,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의 매듭을 정성껏 엮어 나가보자. 사노라면 더러 보석처럼 아름다운 매듭도 만들어지지 않겠는가? 하나하나 정성껏 만들어 나가다 보면 크고 작은 매듭들이 모이고 어느덧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작품이 완성되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청양신문>에도 송고한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청양신문>에도 송고한 글입니다
#시간의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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