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가는 중국 호수, 먹지도 씻지도 못한다

[현장 르포] 장쑤성 우시시 '죽음의 물'로 변한 타이후

등록 2007.12.29 12:05수정 2007.12.2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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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개방 30년 천지개벽의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의 산하가 죽어가고 있다. 대기오염, 수질오염, 생태계파괴에 해양오염까지 전방위에 걸친 대규모 환경파괴로 중국 대륙이 신음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급속한 경제성장 속에 오염되고 썩어가는 중국 호수와 하천의 실태를 타이후와 황허·양쯔강을 통해서 2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말]

타이후의 한 지류인 얼완 하천은 여전히 심각한 녹조에 물들어있다. 오염된 크고 작은 하천의 물은 별다른 정화 없이 그대로 타이후에 흘러 들어간다. ⓒ 모종혁



5월 중순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에서는 돌연 생수 사재기 소동이 일어났다. 우시에 인접한 호수인 타이후(太湖)에 녹조가 뒤덮이면서 수돗물이 오염되자 우시 시민들이 식수 구하기에 나섰던 것. 당시 타이후의 수위는 반세기 만에 최저치로 낮아지고 각종 오염물질이 유입되면서 녹조가 확산되는 상황이었다.

580여만 우시 시민들은 식수원인 타이후가 오염되어 한동안 식수를 마실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자 심리적 공황에 빠져들었다. 이에 생수 사재기 소동이 발생하고 우시 내 상점에서는 생수 가격이 폭등했다. 광천수를 구입하기 위해 앞 다퉈 줄을 선 긴 행렬을 우시에서는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6월 들어 주변 성시를 통해 식수 공급이 활발히 이어지면서 우시는 안정을 되찾아갔지만, 시민들은 두 달 가까이 수돗물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샤워조차 마음 놓고 하질 못했다.

지난 15일부터 3일간 기자는 우시를 찾았다. 우시는 녹조의 악몽을 조금씩 치유하고 있었다. 우시를 찾은 날 타이후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호숫물은 오염되어 썩은 냄새를 진하게 풍겼지만 심각한 녹조 현상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올 하반기 들어 장쑤성 정부는 타이후의 환경오염을 개선시키기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장쑤성은 타이후 주변 2150여 개에 달하는 오염물질 배출공장을 내년 말까지 영구 폐업조치시키고, 600여개 공장에 대해서 오염상황을 개선치 않으면 폐업시키겠다고 경고했다.

타이후에서 발생한 녹조의 원인이 주변 공장에서 내보내는 막대한 산업 폐수와 도시에서 흘러나오는 생활 폐수였기 때문. 7월 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장쑤성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업종의 공장 폐쇄와 더불어 타이후로 흘러나오는 폐수를 줄이기 위해 폐수정화시설을 대폭 늘리기로 결정했다"면서 "녹조를 유발하는 화학성분인 인이 포함된 세제 사용을 줄이고 향후 3년 내 살충제와 질소 비료 사용도 각각 30%, 20%로 낮추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내리는 비로 타이후은 아름다운 절경을 감추었다. 타이후에만 72개의 작은 섬이 있어 독특한 자연풍광을 뽐낸다. ⓒ 모종혁


성장 일변도 산업화 정책이 가져온 타이후의 녹조 재앙

중국은 개혁개방 이래 지난 30년간 성장 일변도의 산업화 정책을 매진해왔다. 장쑤·저장(浙江)·안후이(安徽) 등 3개 성에 걸쳐 있는 타이후 일대는 산업화의 혜택을 받은 대표적인 지역이다. 우시·쑤저우(蘇州)·이싱(宜興)·자싱(嘉興) 등 타이후 인접도시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 재정수입의 16%를 차지할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우시만 하더라도 2006년 현재 중국 15대 경제도시 중 하나로, 총생산액 3300억 위안(한화 약 41조 2500억원, 전년비 15.3% 증가), 수출입총액 391.84억 달러(전년비 34.2% 증가)를 기록했다.


오늘날 우시의 발전에는 타이후의 공로가 가장 컸다. 타이후는 전체 면적이 2425㎢에 달하는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로, 산업 발전 및 도시 성장에 필요한 공업용수와 생활 식수를 우시에 공급해왔다. 호수 내 72개의 작은 섬이 있는 타이후는 자연풍광도 아름다워, 달리 관광자원이 없는 우시에 외부 관광객을 유인해 주기도 했다.

'타이후를 빼고 우시를 논하지 말라.' 이 말은 우시에게 있어 타이후의 존재 가치를 일깨워주는 격언이다. 타이후는 우시의 생명줄 역할을 하여 580여만 우시 시민들에게 경제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지만, 인간은 타이후를 파괴하는 것으로 보답했다. 2005년 중국 전체 면적의 0.4%에 불과한 타이후에 배출되는 오폐수는 60억 톤으로, 중국 전체 배출량의 1/10에 달했다. 날마다 늘어나는 공장에서 쏟아지는 오염물질과 산업폐기물, 비료, 정화되지 않은 하수 등은 쉴 새 없이 타이후로 흘러나갔다.

그동안 우시는 제지·비료·염색·필름·시멘트 등 오염물질의 배출이 심각한 공장을 앞 다퉈 유치하여 부유한 산업도시로 성장했다. 이에 비례해 타이후의 물은 마실 수도 없고 몸도 담가서는 안 될 정도로 썩어갔다. 지난 5월에 일어난 생수 사재기 소동은 오염된 타이후의 현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우시 시민들의 식수원인 타이후는 유해 침전물에 잠식당해서 수돗물을 틀면 오폐물이 쏟아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 3대 호수 중 하나가 녹조로 가득 차서 물고기조차 찾아보기 힘들게 된 것이다.

런민시루를 가로지르는 하천은 우시 시민들이 내버린 각종 쓰레기와 생활폐수로 심각하게 오염됐다. ⓒ 모종혁



기계공장과 화공공장이 몰려있는 한 우시 산업단지의 하천에서는 주민들이 오염된 하천에서 음식 재료를 씻고 빨래를 한다. 주민들의 건강은 누구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 모종혁


수질 5급 이하 주요 호수만 10개... 호수 수마저 줄어든다

타이후는 죽어가는 중국의 호수를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7월 12일 중국 국가환경총국은 타이후를 비롯해 안후이성 차오후(巢湖), 윈난(云南)성 뎬츠(滇池) 등 3개 호수에 대해 강력한 환경대책을 내놓았다. 환경보호총국은 호수 주변에서 암모니아와 인이 포함된 물질을 방류할 수 있는 모든 공장 설립계획을 금지했다. 또한 내년 말까지 호수 내 어류양식장을 폐쇄하며 반경 1㎞ 이내에서 비료를 사용하는 야채와 화훼 재배를 금지시켰다.

중국정부가 타이후·차오후·덴츠에 대해 강도 높은 오염방지 계획을 발표한 것은 중국 전체 호수 중 3개 호수의 수질오염이 가장 심각하기 때문이다. 2005년 국가환경총국이 27개 주요 호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환경오염으로 수질이 5급 이하로 판정된 곳은 10개에 달했다. 5급 이하는 공업용수로도 쓰지 못하는 전혀 쓸모없는 물이다. 타이후·차오후·덴츠의 수질 오염은 5급 이하로, 생명체가 제대로 살아가기 힘든 조건이다.

저우셩셴(周生賢) 국가환경총국장은 "지방정부들이 산업투자 유치에 눈이 어두워 환경에 위협이 될만한 요소에 눈 감고 있다"며 "일부 관리들은 지방경제의 진작을 이유로 공해기업에 대한 감독마저 방치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국가환경총국은 11개 성에 분포한 126개 산업단지를 조사했는데, 87.3%가 환경기준을 위반하고 환경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기업들에게 사업인가를 내준 것을 밝혀졌다. 국가환경총국은 "조사대상 75개 폐수처리시설의 절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나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조사대상 기업 529개 중 44.2%가 환경기준을 어겼다"고 발표했다.

과도한 수자원 사용과 무분별한 개발로 호수의 수마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1949년 사회주의 정부 수립 이래 1천여 개의 호수가 말라 없어졌고 지금도 해마다 20개의 호수가 환경오염으로 지도에서 사라지고 있다. 반세기 이전 중국 중부의 후베이(湖北)성에는 1천 개 이상의 호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300개로 줄어들었다. 전체 호수면적도 2438㎢로 34%나 축소됐다.

후베이와 후난(湖南)성에 걸쳐있는 둥팅(洞庭)호도 수질오염과 토사유입으로 100년 후에는 완전히 사라질 전망이다. 해발 3193m의 고원에 위치하여 면적 4456㎢, 저수량 1050억㎥에 달했던 칭하이(靑海)호도 마찬가지다. 칭하이호는 관개농업과 목축을 인한 무차별적인 용수 사용으로 매년 항저우(杭州) 시후(西湖)만한 면적이 감소하고 있다.

량천은 잡히지 않은 물고기 어획을 포기한지 오래다. 량천 부부와 4살 난 딸은 배 위에서 어느 때보다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 모종혁


허술한 단속에 지속되는 폐수 배출, 타이후의 위기는 현재형

타이후를 비롯해 썩어가는 호수를 살리기 위해 중국정부는 각종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미미하다. 단시일 내에 효과를 노린 전시행정이 대부분인데다, 지방정부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단속과 감독만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27일 <중국인민라디오>는 "타이후 주변 화공공장은 여전히 조업 중으로 대기 중에 메캐한 오염물질을 뿜어내고 밤마다 몰래 공업폐수를 배출한다"고 전했다.

<중국인민라디오>는 "6월 타이후의 녹조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저우톄(周鐵)진의 화공공장은 야간에 오폐수를 내보냈다"면서 "저우톄진에만 200여개의 화공공장이 조업 중이지만 관계당국은 형식적인 단속에만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자가 찾은 타이후 얼완(二灣)에서도 필름 제조공장이 한창 작업 중이었다. 다국적 기업인 아그파와 크고 작은 관계기업이 몰려있는 얼완에는 타이후로 통하는 작은 하천이 흐르고 있다. 얼완의 하천은 오염으로 인한 녹조로 인해 짙푸른 색깔을 띠고 있었다.

얼완에서 만난 어부 량천(32)은 "올해 초부터 녹조가 심각해져서 물고기가 거의 잡히지 않는다"면서 "잡히는 고기도 기형이 많아 제값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량은 "사실 지난 2~3년 전부터 타이후 곳곳에서 녹조가 발생했다"면서 "수십 년 이래 최악의 가뭄으로 올해 녹조 현상이 더욱 심각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량은 "더 이상 타이후에서 물고기를 잡아 살아가긴 힘들 듯하다"면서 "배운 것은 어부질밖에 없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우시 런민시루(人民西路)를 가로지르는 하천에서 만난 왕신(63)은 "지금은 겨울이라 괜찮지만 여름에 하천을 지날 때면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말했다. 왕은 "20여년 전만 해도 물고기를 잡고 수영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온갖 쓰레기와 오물로 물에 손을 담그기도 힘들다"면서 "이런 하천들이 타이후로 곧장 흘러 들어가니 녹조가 생기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자조했다.

녹조 사태후 타이후에서 검출된 발암물질은 기준치의 200배를 웃돌았다. 타이후 주변에 거주하는 3000만 명의 주민들은 지금도 식수를 위협받고 있다. 오늘날 그들은 자신들에게 갖은 혜택을 준 타이후를 파괴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우시시 정부는 타이후의 오염을 개선시키기 위해 타이후로 통하는 일부 하천의 물을 막아 수질 개선사업에 나섰다. 파괴된 환경을 복원시키는 작업에는 파괴된 기간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게 된다. ⓒ 모종혁


#타이후 #황허 #양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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