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지처 클럽>, 통쾌한 복수극은 언제쯤?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12] 비상식적 설정과 자극적인 내용 전개 '불쾌'

등록 2007.12.29 17:16수정 2007.12.3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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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을 질긴여자, 억센 여자로 표현하는 <조강지처 클럽> ⓒ SBS

주말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은 오현경 컴백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더욱이 스타작가 문영남이 극본을 맡고 있어 방송사, 시청자 모두 기대를 했던 드라마였다.

하지만 지금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방송사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 시청률 때문에 답답한 상황이다.

왜 그렇게 된 것일까?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작품이 무엇 때문에 이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 걸까.

여러 의견의 공통점은 작품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리한 설정, 분노하는 시청자

<조강지처 클럽>은 가족의 행복과 소중함을 일깨운다는 기획의도 아래 불륜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만들자는 아주 식상한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그것을 담아내는 스토리 자체도 진부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온 가족의 남자들이 불륜을 저지르고 그의 조강지처들이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 주요 이야기이다. 그러나 아버지부터 아들, 사위까지 모두 바람을 핀다는 설정 자체부터 자극적인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아버지 한심한(한진희)은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내 안양순(김해숙)과 별거를 하고 다른 여성인 복분자(이미영)와 한집에 산다. 당연히 자식들에게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아버지이다.

하지만 아들 한원수(안내상)가 불륜에 빠지자 아버지 한심한은 아들에게 조언이 아닌 조언을 하고, 오히려 불륜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둔갑시켜 지지한다. 세상 어느 아버지가 아들의 불륜을 덮어주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지지를 할까? 당연히 시청자들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특히 한원수는 외도를 하면서도 아내에게 당당하다. 온갖 무시와 폭력을 행사하며 이혼을 요구하는 뻔뻔스러운 인물이다. 자신의 불륜이 실패로 끝나자 아내 때문이라며 "넌 여자도 아니야!"라고 외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에 가족들 상당수는 아내 나화신(오현경)에게 "남자라면 바람 한 번쯤 필 수도 있다"며 아들과 오빠의 행동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한심한의 사위 이기적(오대규)의 바람이 들통나고 아내 한복수(김혜선)가 분노하자 오빠인 한원수는 이기적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는 같은 편이야!"라고 말한다.

즉 남자들의 외도와 그에 따른 행동들에 시청자들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상식 밖의 일들이 난무하며, 정상적인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일들을 버젓이 하고 있어 시청자들은 매번 볼 때마다 분노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불륜을 그려내는 데 있어 부부관계의 파경과 외도를 하게 된 원인 등을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그려내야 했지만 <조강지처 클럽>은 그러한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듯하다. 오히려 매회 거듭할수록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남자들이 늘어날 뿐이다.

이 같은 설정을 방송 초기부터 줄곧 유지하면서 더욱더 자극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시청률을 상승시키고자 하는 제작진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분노와 함께 답답함을 느끼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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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들의 외도 모습을 너무나도 뻔뻔하게 그려 분노를 일으킨다. ⓒ SBS


조강지처인 그녀들은 바보가 아닐까?

드라마가 이처럼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은 조강지처들이 모여 클럽을 결성하고 남편의 불륜에 복수를 한다는 설정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몰상식한 남자들의 행동에 당위성이 부여되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행동에 화가 나는 것은 그것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당하기만 하는 조강지처들 때문이다. 물론 당하는 그녀들을 보면서 안쓰러움이 들기도 한다. 버젓이 외도를 하면서 너 같은 여자 때문에 살 수가 없다고 외치며 폭력을 행사하는데도 꿋꿋하게 참아내는 나화신.

물론 약간의 반란이 있었다. 이혼을 당당하게 거론하긴 했지만 헤어졌다는 말에 다시금 순종하는 그녀. 한복수도 마찬가지이다. 남편을 응징하고 패주기도 하지만 결국 남편의 외도를 눈감아주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그녀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남편들의 몰상식한 행동에도 그저 눈감아주고 참아온 시청자들이다. 유쾌하고 상쾌, 통쾌한 복수극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복수극은 전혀 등장하지 않고 오히려 내연녀보다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여성으로 그려져 이제 더는 안쓰럽지가 않을 정도다.

마치 바보가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로 그녀들의 행동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 물론 가정을 깬다는 일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같은 주부로서 드라마를 볼 때마다 왜 남자들의 저러한 행동에 무조건 참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여기에 마치 여성들을 질긴 여자, 억센 여자로 분류해 버린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이다. 나화신 경우 남편의 외도를 알고도 이혼이 두렵고, 아이를 생각해 한원수에게 "이혼은 절대 안 하겠다고 하자", 한원수는 그녀를 보고 '질긴 여자'라고 표현한다.

또한 한복수가 이기적의 외도를 알고 분노가 치밀어 욕을 내뱉고, 폭력을 행사하자 '억센 여자'로 표현하며 그녀들의 행동을 비상식적인 모습으로 취급한다. 정작 그들의 행동이 비상식적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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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쾌한 복수를 차치하고 언제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 SBS


드라마는 시청자와 호흡해야 한다!

이러한 모습이 결국 그녀들을 내연녀보다도 못한 여성으로 만들고, 시청자들은 그러한 모습이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물론 조금 있으면 통쾌한 복수극이 펼쳐질 것이다. 한원수의 행동과 이기적의 오만함을 응징하는 그녀들을 볼 수 있을 테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 작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까, 하는 것이 문제이다.

사실상 남편들의 행동은 여자들의 복수에 당위성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었다. 남성들이 아내를 두고 외도를 하며, 아내는 모든 것을 인내하는 모습 등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지극히 극단적이다. 또한 외도를 그리는 장면에서도 이미 선정성을 넘어서 가족들이 보기엔 거북스러운 장면들도 많았다.

시청자들은 <조강지처 클럽>을 보면서 어떠한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주인공들과 함께 아파하고 울지 않는다. 단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에 욕을 하고, 답답해하며 분노를 느낄 뿐이다.
#조강지처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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