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 왠지 낯설다. '새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란다'. 이게 더 어울린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그동안 대통령의 의중대로 밀어붙이거나 오락가락 하는 정책을 많이 봐왔다. 대통령이라는 권력이 얼마나 대단하면 당선자 주변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먹고살기 힘들다, 일자리가 없다’는 게 국민들의 하소연이다. 도덕적으로 흠집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흠집은 눈감아 줄 테니 ‘어떻게든 경제를 살려 달라’는 국민들의 바람이 표심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대통령 당선자가 다른 것은 제쳐두고 경제에 올인 할 확률이 높다.
경제만큼이나 중요한 게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교육이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경제와 하나의 선상에 놓고 보면 어울리지도 않는다. 교육은 과정이 중요해 눈에 보이는 결과를 잣대로 평가하거나 경제적인 가치를 환산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교육은 경제적인 논리로 풀어갈 수 없다.
2007년 한 해를 정리하며 <교수신문>이 선정한 사자성어가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자기기인(自欺欺人)이다. 분수를 모르는 탐욕과 도덕 불감증을 비꼰 말이다. 자승자박이라고 대통령 주변의 정치인들이 제 새끼줄로 제 목을 매며 정부의 정책을 불신하게 했고 거짓과 위선으로 포장한 지식인들이 사람들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갈 길은 먼데 난제가 가득해 길이 보이지 않는 형국인 산중수복(山重水複)도 후보로 뽑혔다. 현재 교육계가 처한 상황과 닮아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무너진 공교육을 바로 세우고 추락한 교권을 추스르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상대후보와 경쟁을 해야 하기에 선거과정에 내건 공약은 그럴듯하게 포장할 수밖에 없다. 공약(空約)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대통령이 되기 전 백지상태에서 선거기간에 내건 공약(公約)들을 냉철히 분석해야 한다. 상대 후보의 공약도 검증해 좋은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교육정책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효과가 나타난다. 몇몇 입안자들의 말만 믿고 무작정 밀어붙이는 정책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권력이나 여론을 앞세우는 정책도 혼란만 가중시킨다. 이것저것 일을 벌려놓기보다는 하나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교육발전에 디딤돌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찾아내고 분석해 당사자들이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일도 중요하다.
작심삼일이 되는 게 문제지만 해마다 새해 아침을 맞으면 각오를 새롭게 한다. 국가의 정책을 책임져야 하니 대통령 당선자의 각오는 남다를 것이다. 압도적으로 지지를 했으니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나 바람도 클 수밖에 없다.
어떤 일이든 ‘처음처럼’하면 된다. 처음 마음먹은 대로 하면 크게 잘못될 것도 없다. 그런데 떠받드는 사람들 때문에 생각이 바뀌고 그 틈새로 오만과 독선, 아집과 편견이 자리 잡는 게 문제다. 훗날 권력의 무상함을 느낄 때가 되어서야 잘못을 통감하고 후회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세월은 흘러가는 물과 같다. 대통령 당선자도 5년 후에는 누구에게 인가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 국민들로부터 잘잘못을 냉정하게 평가받아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자리를 떠나는 날 손가락질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한다. 공교육이 제자리를 찾게 하고 박수 받으며 떠나는 대통령을 보고 싶은 바람이 이뤄지길 고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과 한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2.29 17:28 | ⓒ 2007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