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 당선자 집무실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 당선자 집무실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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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당선자와 박근혜 전 대표가 29일 오후 집권 이후 처음으로 만났다.
박 전 대표가 서울 삼청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있는 당선자 집무실을 찾아가는 형식을 취했지만, 이 당선자가 대선 전 그를 '국정 현안을 협의하는 정치적 파트너'로 부를 정도로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상태다.
이날 회동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앞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시작되는 와중에 이뤄진 만남이어서 더더욱 관심을 끌만 했다.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볼 수 있지만, 두 사람은 간간이 뼈가 섞인 말을 주고받았다.
박 전 대표는 유정복 의원과 이정현 공보특보를 대동하고 당초 예정시간(오후 3시)보다 약 5분 일찍 접견실에 도착했다. 이 당선자는 박 전 대표에게 반갑게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나눴다.
박 전 대표가 "정권교체 해주셔서 정말 잘 다 됐다"고 말하자 이 당선자는 "당원들이 많이 애썼다. 특히 박 전 대표가 도와주셔서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고 화답했다.
박 전 대표는 "선택을 받기까지 굉장히 국민에게 약속을 많이 했다. 그래서 우리가 정말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약속을 다 지켜야할 거 같다"고 말했고, 이 당선자는 2004년 천막당사를 치며 어렵게 선거운동을 하던 시절의 얘기로 화제를 바꿨다.
이 당선자 : 긴 시간 반성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 선거법 지키고 했기 때문에 이제는 그 소리 안들을 것 같애. 참 오랫동안 애썼다. 또 지난번, 2004년에도 공천에서 참 개혁을 진짜 제대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전통을 살려서 아주 눈에 보이지 않게 한나라당이 오랫동안 그동안 도와주십시오하고 약속도 많이 했잖아요.
박 전 대표 : 약속도 많이 했죠.
이 당선자 : 우리가 힘을 합쳐서 정말 그래야 5년하고 이 다음에 5년 일 좀 더하십시오 하고 국민이 안 맡기겠습니까? 하나도 안 지킨다면 안 되죠. 지켜야 한다. 지난 5년, 10년 눈에 보이지 않는 끈질긴 노력을 한나라당이 해 온 게 다 결실을 맺은 것이다.
박 전 대표 : 공천 뭐…. 그러면 정치발전이 많이 이뤄지고 또 많이 변하고 했는데.
이 당선자 : 그럼요.
박 전 대표 : 대통령됐으니까 정치 발전에도 관심을 가지시고 발전을 시켜주길 바란다.
이 당선자 : 국민들이 그걸 또 바라고 있어요. 정치변화 개혁….
박 전 대표가 이 대목에서 "사실 공천 문제나 기타 이런 게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초석이 되거든요. 거기서부터 삐걱거리고…"라고 공천에 대한 얘기를 본격적으로 하려고 하자 이 당선자가 "아이, 그럼요. 내 생각도 똑같아요"라고 곧바로 말을 받았다.
"국민들이 볼 때 '이 사람들이 밥그릇 챙기나' 그렇게 하고 말이지. 아주 공정하게 국민들이 정치권 바라는 게 있고 또 한나라당에 바라는 게 있잖아요. 잘해야 할 책임이 당 대표에게도 있고요. 우리가 옆에서 그렇게 되도록 우리가 해야한다. 그래야지 5년간, 또 이 다음 4월 선거에서…"
이 당선자가 "다른 건 바라는 게 하나도 없고 과반수..."라고 말하자 두 사람은 서로 웃음을 짓기도 했다. 박 전 대표가 "안정적으로 돼야…"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이 당선자는 곧바로 '과반수' 얘기로 화제를 이어갔다.
"이번에 하는 것을 보니까 과반수가 안 되면 앞으로 입법, 개혁적인 부분하고 민생을 살리고 하려면 이제는 국회가 굉장히 중요해지잖아요. 그래서 정말 국민이 원하는 정치변화를 가져와 과반수되도록 박 전 대표가 애를 더써야 한다. 완성 때까지, 약속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한나라당의 국회 과반수 확보를 위해 박 전 대표가 협력해야 한다는 게 이 당선자의 주문이었지만, 박 전 대표는 "당에서도 앞으로 정말 옳은 정치, 나라발전을 위해서 나가시면 적극지지하는 게 당연하다"고 하면서 "세 가지 부탁을 드리겠다"고 했다.
박 전 대표가 "하나는.."이라고 말문을 떼자 민감한 얘기가 나올 것을 걱정한 임태희 당선자 비서실장이 '기자들을 내보내자'는 사인을 보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예, 그냥 먼저..."라고 '공개' 입장을 밝혔다.
"하나는 많이 강조했지만 경제 반드시 살려주길 바라고. 또 하나는 그동안 많이 흔들렸던 나라 정체성을 바로 잡아주길 바라고요. 세 번 째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그동안 정치발전을 했었지만 많은 관심을 갖고 많이 계속 발전해 나가도록 해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별다른 내용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한 이 당선자는 "내가 바라는 것과 똑같다"고 화답했다.
"경제 살려야한다는데 전경련에 가서 투자 좀 많이 해달라고. 우리 규제 풀기로 했잖아요. (박 전 대표 "그런 공약들이 많이 있었죠") 당시 우리들이 경선과정에서 다 공약한 것을 해 가지고 투자 좀 하도록. 국가정체성은 지난번 기자회견할 때도 분명히 얘기를 해 놨다. 역시 새 정부는 이렇게 가는구나 분명히 해놓고… 북쪽에도 메시지를 좀 내가 분명히 보내놨고… 할 얘기는 해야 한다, 앞으로 한다. 정치 변화도 지난번에 이미 시석을 깔았습니다. 잘 깔아서 박 전 대표를 높이 평가하는데 사심없이 하면…. 내가 같이 나가면 나 혼자 하라 하지 말고..."
박 전 대표는 "그렇게 하면 훌륭한 대통령이 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고, 이 당선자는 "한나라당이 모처럼 10년 만에 정권을 잡았는데 '역시 한나라당에 맡기니까 경험 있는 사람들이 하니까 좋다'는 소리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내년 총선서 '과반 획득' 의견 일치
두 사람은 약 8분간의 모두 발언을 제외하고 약 35분간 배석자 없이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 모두 발언만 놓고보면, 두 사람은 내년 총선에서 국회 과반수 획득을 통한 한나라당의 집권기반 공고화라는 총론에서는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당선자가 박근혜계로 대표되는 당내 세력의 존재를 용인하느냐의 여부다.
두 사람은 이와 관련해 '정치 발전'(박근혜)과 '정치 변화'(이명박)라는 뉘앙스 차이가 있는 표현을 사용했다. 박 전 대표가 이 당선자에게 계파간 견제하고 화합하는 조화의 리더십을 얘기한 반면, 이 당선자는 계파의 이해를 뛰어넘는 '사심없는'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비공개 대화 내용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공천 시기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에서 보듯 이들의 갈등은 언제든지 다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2007.12.29 19: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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