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 처녀상.공연예술원 앞에 있는 정선아라리 처녀상의 모습이다.
강기희
김 원장은 정선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정선아리랑을 어떻게 하면 많은 이들에게 알릴 것인가를 고민한 예술가였다. 2006년 5월엔 아예 정선에 둥지를 틀었다.
그가 만든 둥지는 '정선아리랑공연예술원'이다. 마침 폐교(구 광하초교, 정선군 정선읍 소재)되는 학교가 있어 그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교실도 제법 있어 공연예술원으로 쓰기에도 좋았다. 김도후 원장은 빈 학교에다 문화학교를 만들어 각종 강의도 진행한다. 또한 관사는 무형의 소리인 정선아리랑을 유형의 작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숙소로도 제공한다.
그는 또 교실 한 칸을 뜯어 120석 규모의 소극장을 꾸몄다. 음향과 조명 또한 수준급이다. 연극과 음악 공연을 언제든 열 수 있는 정선 지역의 유일한 소극장이다. 서울에서나 만날 수 있는 전문 공연 극장의 탄생은 정선의 공연예술 문화를 몇 단계나 업그레이드시켰다.
그의 경우에도 소프트웨어가 먼저 완성되고 난 후 폐교를 찾아 들어갔다. 공연예술원이 개관을 하고서 곧 바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원인이 그것이다.
예술원을 개관한 이후 그들의 무대는 잠시도 쉬지 않았다. 연극 '부부별곡'을 비롯해 '이야기가 있는 정선아리랑 명인명품전', 가족뮤지컬 '말괄량이 삐삐', '정선아리랑 난타공연', 연극 '비행기재', '하녀들', 뮤지컬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 등등.
그가 만든 대부분의 공연 중심엔 '정선아리랑'이 있다. 정선아리랑으로 풀어낼 수 있는 연극의 소재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만큼 정선아리랑이 지니고 있는 가치가 크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지역의 문화를 찾아서 다듬고 포장해야 살아남는다"정선아리랑과의 만남이 운명적이라고까지 말하는 김도후 원장에게 폐교 활용의 성공 요인을 물었다.
"아직 2년도 되지 않았기에 성공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끊임없는 자기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창작자의 마음을 놓으면 쫓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우리에겐 새로운 예술작품을 지역사회에 공급해 줄 의무가 있는 셈이지요. 신선한 충격을 반복해 줌으로써 지역의 문화예술이 발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도후 연출가정선아리랑공연예술원을 운영하는 김도후씨.
강기희
- 폐교를 예술원으로 만들었는데 맘에 드나요?
"대만족입니다. 예술원이 자리잡은 곳은 수려한 동강이 있는 마을입니다. 어딜 가도 이런 자연 조건은 없을 겁니다. 넓직한 운동장에다 관사까지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서울 사람들이 찾아와서는 다들 놀랍니다. 멋진 장소라고요."
- 정선은 아직 변방의 마을인데 공연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정선은 공연문화의 불모지였습니다. 우리가 그걸 깨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예술원을 개관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공연문화를 수용하려는 정선인들의 잠재적 욕구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상설 공연과 수시 공연을 하고 있지만 늘 객석이 찹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 폐교의 활용에 대해 말들이 많은 요즘입니다. 폐교를 활용하고 싶은 다른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컨텐츠가 확실해야 합니다. 지역과 떨어져서는 어떤 문화도 만들어내지 못하거든요. 정선의 경우 '정선아리랑'이 있지 않습니까. 정선아리랑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엄청납니다. 그것을 잘 포장하고 다듬어 세상에 내놓아야 합니다. 문화산업이라는 게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지역의 농산품을 서울에 가서 팔 듯, 지역의 문화를 세상에 팔아 무형의 자산으로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렇듯 어느 지역이든 폐교를 활용해 성공하려면 그 지역만이 지니고 있는 문화적 가치를 창출해 낼 줄 알아야만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도시의 문화와 시골의 문화가 서로 교류하게 되고, 시골 사람들도 문화를 향유하면서 비로소 선진 문화인으로서의 지위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폐교 임대, 싸다고 쉽게 봐서는 큰코 다치지폐교활용에 있어 성공할 수 있는 요인 몇 가지 |
1. 지역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컨텐츠가 확실해야 한다. 2. 폐교 활용에 있어 성공을 거두려면 홀로설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3. 부단한 노력으로 새로운 작품을 생산해내야 한다. 4. 해당 지역의 지역주민으로부터 인정 받아야 한다. 5. 지역주민과 공생하려는 마음이 없으면 반드시 실패한다. 6. 폐교는 본인 부담으로 임대하기 보다는 지자체로부터 무상임대를 받는 게 좋다. 7. 소프트웨어를 구축한 후 하드웨어(폐교)를 찾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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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용선 시인이나 김도후 연출가나 폐교활용의 성공에 대한 기본 조건은 지역이다. 지역주민과 지역을 떠나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없음을 두 사람은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진용선 시인이나 김도후 연출가가 활용하는 폐교는 정선군에서 무상 임대를 받고 있다. 그러하니 최초 들어가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다. 물론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지자체나 국무총리 산하 복권기금, 또는 문화관광부 등에서 수억 대의 자금을 지원받은 폐교도 있다.
그런 곳이라고 다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자금 지원만 받고 슬며시 문 닫는 문화브로커들도 있다. 마음은 있으되 컨텐츠 개발에 실패하여 조용히 문 닫고 야반도주 하듯 사라지는 사람도 있다.
그럴 경우 지원한 기관이나 단체는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회수도 불가능하고 폐교 활용의 연속성도 떨어진다. 지역으로 보아서 계륵이냐, 보물이냐를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폐교 활용법이지만 주어진 기본만 충실하면 성공하지 않을까 싶다. 지역도 살아나고 문화도 살릴 수 있는 폐교 활용, 이제부터 시작이다.
덧붙이는 글 | 추억의 박물관 / 문의 033-378-7856 홈페이지 www.ararian.com
추억의 박물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개관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
정선아리랑공연예술원 / 공연 문의 033-562-3821 홈페이지 www.muyon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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