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마디 한자말 털기 (12) 중中

[우리 말에 마음쓰기 177] ‘회복 중’, ‘2004년중’, ‘영업중’ 다듬기

등록 2007.12.30 12:29수정 2007.12.3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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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회복 중

 

.. 아픈 아기도 있고, 회복 중인 아기도 있고, 건강한 아기도 있습니다 … 이런 상처들은 잘 감싸주기만 하면 저절로 낫습니다 ..  <야누쉬 코르착-아이들>(양철북,2002) 120, 134쪽

 

 같은 책인데, 앞에서는 ‘회복 중’이라 쓰고 뒤에서는 ‘낫습니다’라고 씁니다. 두 말이 다른 말은 아닐 테지요.

 

 ┌ 중(中)
 ├[명사]
 │  (1) 등급, 수준, 차례 따위에서 가운데
 │   - 성적이 중은 된다 / 이번 시험 문제의 난이도가 중은 갈 것이다
 │  (2) 장기판의 끝으로부터 둘째 가로줄
 │   - 포를 중으로 옮기다
 │  (3) = 중등
 ├[의존명사]
 │  (1) 여럿의 가운데
 │   - 영웅 중의 영웅 / 유엔 가맹 국가 중 20개국 대표 / 너희 중에 누가
 │  (2) 무엇을 하는 동안
 │   - 근무 중 / 수업 중 / 회의 중 / 식사 중 / 그러던 중 / 여행하던 중에
 │  (3) 어떤 상태에 있는 동안
 │   - 임신 중 / 수감 중 / 대학 재학 중에 입대하다 / 휴가 중
 │  (4) 어떤 시간의 한계를 넘지 않는 동안
 │   - 오늘 내일 중으로 출국할 예정 / 오전 중으로 모찌기를 다 마치지 못하면
 │  (5) 안이나 속
 │   - 진흙 중에서 나온 연꽃 / 해수 중에 녹아 있는 산소 / 공기 중에 떠다니는
 │
 └ 회복(回復) :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

 

 낱말책에서 ‘중(中)’을 풀이한 글을 보면 ‘가운데’니 ‘동안’이나 ‘안’이니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가운데-동안-안’이라고만 쓰면 된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군요. 낱말책에 나온 보기글도 봅니다. “근무 중”, “수업 중” 같은 말은 “일한다”, “공부한다”로 쓰면 됩니다. “오늘 내일 중으로”는 “오늘 내일 사이에”란 말이고, “오전 중으로”는 “아침에”예요. 하나하나 살피면 딱히 쓸 까닭이 없구나 싶은 ‘중’입니다만, 참 곳곳에 두루 쓰이네요.

 

 ┌ 회복 중인 아기도 있고
 │
 │→ 낫고 있는 아기도 있고
 │→ 나아 가는 아기도 있고
 └ …

 

 “보는 중이다”나 “듣는 중이다”란 말을 더러 듣습니다. 이런 말은 “보고 있다”나 “듣고 있다”로 다듬으면 한결 나아요. 뭐, 여러모로 쓸 만한 ‘中’이라면 모르지만 ‘중학교-중등-중급’ 같은 자리가 아니라면 따로 안 쓰는 편이 좋겠네요.

 

 

ㄴ. 2004년중에는

 

.. 늦어도 2004년중에는 발효되리라고 내다보고 있다. (단, 미국의 서명과 비준은 불투명하다) ..  <토다 키요시-환경학과 평화학>(녹색평론사,2003) 110쪽

 

 ‘내다보다’란 말을 써서 반갑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흔히 ‘전망(展望)된다’라고 쓰거든요. 하지만 “알 수 없다”라고 하면 될 말을 ‘불투명(不透明)하다’로 쓰고 ‘발효(發效)’ 같은 말을 어쩔 수 없이 쓴 대목은 아쉽습니다. ‘단(但)’은 ‘다만’으로 고쳐야겠어요.

 

 ┌ 늦어도 2004년중에는 발효되리라 본다
 │
 │→ 늦어도 2004년 안에는 발효되리라 본다
 │→ 늦어도 2004년에는 효력을 내리라 본다
 └ …

 

 ‘발효’란 “효력을 내는” 일이고, 효력을 내는 일이란 “법 적용을 받는 일”이며, 이렇게 법으로 적용하는 일은 “사람들에게 영향이나 힘을 미치는 일”입니다. ‘발효’란 말이 공식 낱말이라고도 하겠지만, 이런 말보다는 누구나 한 번에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살펴서 쓰면 더 좋겠어요.

 

 ‘2004년중에는’이란 말에서는 ‘중’을 ‘안’으로 다듬어야 좋지만, ‘중’이나 ‘안’이란 말을 모두 빼고 ‘2004년에는’으로만 써도 좋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말이 지닌 남다른 빛깔입니다. 굳이 안 써도 뜻과 흐름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모습 말이에요.

 

 

ㄷ. 영업중

 

.. 경기도 광주군 실촌면은 현재 영업중인 2개의 골프장과 사업승인이 난 4개의 골프장이 완공되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골프장을 갖고 있는 면이 될 수도 있다 ..  <최도영-통계로 본 지구환경>(도요새,2003) 38쪽

 

 “2개의 골프장과”는 “골프장 두 곳과”로, “4개의 골프장이”는 “골프장 네 곳이”로 고칩니다. ‘완공(完工)되면’은 ‘다 지으면’이나 ‘마무리되면’으로 다듬어 줍니다. “가장 많은 골프장을 갖고 있는”은 “골프장이 가장 많은”으로 고쳐 줍니다.

 

 ┌ 영업(營業) :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
 │   - 영업 사원 / 영업 실적 / 영업을 시작하다 / 오늘은 영업을 쉽니다
 │
 ├ 현재 영업중인 2개의 골프장
 │→ 지금 영업하는(영업하고 있는) 골프장 2 곳
 │→ 지금 장사하는(장사하고 있는) 골프장 두 곳
 │→ 문을 열고 손님을 받는 골프장 두 군데
 └ …

 

 지금으로도 많다고 느껴지는 골프장입니다만, 골프를 즐기는 분들한테는 하나도 안 많다고 느껴질는지 모릅니다. 사람 살 집이 모자라서 아파트를 자꾸 올려세워야 한다면 골프장 지을 땅이 모자라야 할 텐데, 우리 사회 흐름을 보면, 아파트는 아파트대로 끝없이 짓고 골프장은 골프장대로 거침없이 넓힙니다.

 

 사람을 안 보기 때문일까요? 사람 삶은 보이지 않아서일까요? 돈만 잔뜩 벌면 되니까,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가져야 살기 좋은 세상이니까 그러할까요? 말이 말다움을 고이 간직하면서 우리 삶과 문화를 담아내기 어렵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2007.12.30 12:29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외마디 한자말 #우리말 #우리 말 #중 #중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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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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