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내린 바닷가가 이렇게 안타까울 줄이야"

[현장] 폭설과 강풍으로 멈춰진 태안 복구작업... 새해까지 재개 힘들 듯

등록 2007.12.30 14:42수정 2008.01.17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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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내리는 만리포 해수욕장 30일 현재 태안반도에 강풍과 폭설이 내리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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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로 그나마 작업 중단 어렵게 작업을 시작했지만 강풍과 폭설에 작업을 중단하고 발길을 돌리는 자원봉사자들. ⓒ 신문웅


"연말 연초에 눈이 오면 조상들은 다음해에 풍년을 기약하는 서설(瑞雪 상서로운 눈)이라고 좋아했다는 말이 있었으나, 오늘처럼 내리는 눈이 이렇게 야속하기는 처음입니다."

"기름 유출사고가 안 나고 이맘때 이렇게 함박눈이 왔다면 태안반도는 아마도 관광객들로 북새통이 되었을텐데…."

함박눈이 내리고 있는 30일 오전 11시경 태안반도 만리포 해수욕장 한 슈퍼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은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발길을 돌리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있었다.

"31일까지 기상 특보... 새해 1월 2일은 돼야 영상 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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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추워도 만리포 해변에서 추위와 맞서서 기름띠 제적 작업을 펼치고 있는 자원봉사자. ⓒ 신문웅

어제 오후부터 내린 눈은 현재 태안반도에 10㎝ 정도의 적설량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이틀 정도 계속 내릴 전망이다.

서산기상대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을 설명하며 "태안반도에는 풍랑경보·강풍주의보·대설주의보의 기상 특보가 내려진 상태로 이 기상 특보는 31일 밤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31일 기상 특보가 해제되더라도 서해상에 파고가 2~4m로 높아 해상에서는 작업이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현재 기온이 영하 5℃ 정도고 실제 체감 온도는 영하 10℃가 훨씬 넘는다, 적어도 새해 1월 2일은 돼야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폭설을 동반한 강한 바람이 불자 방제본부는 오늘 오전 복구 작업 중단을 지시하고 자원봉사자들의 태안 방문을 자제 시키고 있다.

특히 많은 눈이 내림에 따라 방제에 속도가 붙던 섬 지역과 구석진 골짜기 해변에 대한 방제 작업이 사실상 1주일 정도 불가할 것으로 보여 주민들과 방제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실제 어제도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가 구석에 있던 기름띠를 몰고나와 모항항 북방파제 인근에 형성되는 등 우려스러운 상황도 발생했다.

여기에 많은 눈으로 백리포·구름포·재너머 등 길이 좁은 지역은 아예 접근도 못하고 고립된 상태로, 눈이 계속 올 경우 그동안의 방제작업이 수포로 돌아갈까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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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울 뒤로 하고 만리포 해변에 도착한 자원봉사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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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파도가 일고 있는 만리포 해변 어렵게 도착한 자원봉사자들은 높은 파도에 놀라고 있다. ⓒ 신문웅


발길 돌리는 자원봉사자들... "밥이라도 팔아주자" 단체식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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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에 들고가서 일하고 싶다 멀리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이 눈에 쌓인 방제장비들을 애초롭게 바라보고 있다. ⓒ 신문웅

태안군 재난상황실의 안내에 따라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들이 계획을 아예 수정하고 있는 가운데, 오늘 눈이 오는 가운데도 태안반도를 찾은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비교적 안전한 만리포 해수욕장과 천리포 해수욕장, 구례포 해수욕장 등에 차를 대고 바닷바람을 쐰 뒤 발길을 돌리고 있다.

태안군은 멀리서 온 자원봉사자를 위해 자원봉사 확인증을 발급해주고 있다.

자원봉사자들도 아쉽지만 발길을 돌리면서 가져온 방제 장비를 대책본부에 전달하고 돌아가는가 하면 일부 자원봉자들은 온 김에 밥이라도 팔아주자며 식당에서 단체로 식사를 해 주민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다.

이처럼 돌아가는 자원봉사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강풍과 싸우며 만리포 해변에 300여명, 천리포 해변에 30여명 등이 해안가에 밀려온 기름띠 제거 작업을 펼치고 있다.

태안군 재난 상황실은 오후 3시경 내일 작업 여부를 확정지을 예정이지만 이 상태라면 앞으로 2~3일은 사실상 작업이 불가한 것으로 지역 주민들과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 이유는 추운 날씨로 사실상 기름띠가 바위에 얼어붙어 제거 작업이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만리포에서 만난 한 주민은 발길을 돌리는 자원봉사자들은 보며 "눈이 2~3일 계속 와 오늘같이 복구 작업이 중단이 계속된다면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며 "복구 작업이 가능한 날씨가 되면 다시 태안반도로 달려와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검은 기름과 하얀 눈... "함박눈으로도 가려지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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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못가린 기름띠 천리포항 선창에 눈이 와 더욱 기름이 오염된 부분이 뚜렷하게 대별되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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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방제는 아예 포기 풍랑 주의보가 발효되어 섬과 암벽의 작업은 더욱 불가능한 상태이다. ⓒ 신문웅


밤새 내린 눈은 태안반도를 새햐얗게 만들었지만 기름으로 오염된 곳은 오히려 흰 눈과 검은 기름띠가 대비되어 오염의 정도를 가늠케 하고 있다.

이 중 천리포항 선착장의 방파제 벽이 반은 눈이 쌓여있고 반은 눈이 없었다. 기름에 오염된 절반의 벽은 밤새 눈이 내렸지만 기름에 의해 눈이 쌓이지 않았고 오염이 안 된 부분만 눈이 쌓였기 때문이다.

이를 본 한 주민은 "아침에 일어나 온 세상이 하얗게 된 줄 알았는데 기름에 얼마나 쩔었으면 밤새 내린 함박눈으로도 가려지지 않으니 할 말이 없다"며 "앞으로 얼마나 기름띠를 제거해야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한편 태안 재난종합상황실은 오늘(30일)에 이어 내일도 폭설과 한파로 기름제거 자원봉사를 잠정중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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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왔으면 밤새 내린 눈과 강풍에 대책본부도 풍지박산이 났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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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책임져야지 한 자원봉사자가 '아이고 힘들당 삼성 책임지삼'이라고 삼성의 성의있는 태도를 촉구하는 글을 등에 붙이고 만리포에 도착했다. ⓒ 신문웅


#태안반도 기름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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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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