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 잡는 인수위, 바짝 엎드린 부처들

인수위 "현 정부 빚 2배 늘어".... 새 정부 이름은 '이명박 정부'

등록 2007.12.30 15:45수정 2007.12.3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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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9일 오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첫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9일 오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첫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현 정부 들어 급격히 늘어난 국가 채무는 성장 잠재력을 까먹을 정도로 심각하고 시급한 문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참여정부 5년 동안의 국가 채무 증가를 정식으로 문제삼고 나섰다. 인수위는 29일 열린 전체 워크숍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중장기 핵심 국정과제로 국가채무 관리 선진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30일 워크숍 브리핑에서 "국가 채무가 현 정부 들어 2배 이상 늘어 300조 원에 달했고 성장 잠재력을 까먹을 정도로 심각하게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라며 "세출 구조 혁신 등을 통해 국가채무를 관리하는 선진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참여정부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김종민 대통령비서실 국정홍보비서관은 최근 한 잡지 기고문에서 "참여정부 들어 국가 채무가 167조 원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방만한 재정운영과는 거리가 멀다"며 "채무 규모 역시 GDP대비 33.3%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77.1% 등 국제 기준에 비추어도 건전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종민 비서관은 "채무 증가 원인을 따져보면 증가액의 78%(132조 원)가 외환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외평채 발행 69조원,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투입한 공적자금의 국채전환분 53조원, 서민주거를 안정화하기 위한 국민주택채권 11조원 등"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당선자 측이 이를 문제삼고 있는 데 대해서는 한 마디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불러온 세력들의 염치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인수위는 '군기 잡고'

 

인수위는 새해 초부터 시작되는 각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를 앞두고 '기선제압'에 나서는 인상이다. 업무 인수인계의 고삐를 바짝 틀어잡는 것은 내년 2월 취임 전에 일찌감치 국정을 장악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인수위가 워크숍에서 '서민들의 생활 안정'을 당면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취임 전에라도 유류세 인하와 휴대전화 요금 인하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서민 생활비 30% 절감 공약을 취임 전에 실현하기 위해 유류세 10%, 휴대전화 요금 인하는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재경부는 고유가 시대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유류세 인하의 효과가 일시적이며, 저소득층 등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이 미약하다는 이유로 유류세 인하에 반대해왔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자의 유류세 인하 방침이 발표되자 입장이 바뀌었다. 재경부는 굳이 국회의 입법절차를 거지치 않고서도 유류세 10% 정도를 인하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을 통한 탄력세율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도 하기 전에 인수위가 유류세 10% 인하 방침을 밝히고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앞서 인수위는 '업무보고를 위한 보고서 작성지침'을 각 부처에 전달했다. 7개 항으로 구성된 지침의 주요 내용은 지난 5년 동안의 주요 정책에 대한 자체 평가와 함께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을 실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사실상 인수위 보고 단계부터 '이명박 정부'로 전환해, 취임 직후 공약 이행에 돌입하겠다는 강력한 주문이다.

 

강승규 부대변인은 "당선자는 서울시장 인수위 시절에도 서울광장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만들어서 취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0년 만의 정권 교체에 따른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에 맞춰 공직 사회의 기강을 새로이 확립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자기 부처 자랑만 하는 업무보고가 돼선 안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앞서 인수위는 청와대에 새정부 출범 전 고위직 공무원과 공기업 관리직 인사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도 보냈다.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첫 워크숍에서 인수위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첫 워크숍에서 인수위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정부 부처들은 '바짝 엎드리고'

 

인수위가 1월 중순까지 마무리 할 것으로 보이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둘러싸고서도 정부 부처에서는 벌써부터 경쟁을 벌이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인수위에 파견을 나오기 위한 공무원들의 '줄대기' 경쟁도 필사적이다. "인수위에 들어가면 초고속 승진이 보장된다"는 인식 탓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인수위 워크숍에서 "(정부) 각 부서에서 인수위원으로 들어오길 경쟁적으로 얘기한다고 하는데, 인수위원 돼서 도움 되는 게 있느냐"며 "행여 공직자들이 인수위에 오는 것이 앞으로 부서의 처신에 도움 된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누군가로부터 전달받은 메모에는 "인수위속 정통부 위원 자리에 가려는 공무원 누구누구는 정치 관료다", "그는 모 인사와 동창이라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등 공무원들의 로비 실태를 엿볼 수 있는 내용이 적혀있기도 했다.

 

이 당선자는 또 부처 통합설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팽배한 공직사회를 염두에 둔 듯 "사람을 줄이는 것보다 기능을 어떻게 줄여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처를 줄이는 게 아니라 기능을 우선해서 조직을 개편하라"는 지침을 제시한 것이다.

 

이어 "(참여정부가) 지난 5년동안 한 업무를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볼 필요는 없다"며 "각 부처에서 나온 분들과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인수위원들이 긍정적으로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워크숍 말미에 김형오 부위원장은 "10년만에 여당에서 야당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난 5년 간 잘잘못을 꼼꼼히 따져서 바로잡을 것과 계승할 것을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며 "공직 사회의 전문적 의견은 인정하되, 관료들의 집단 이기주의와 보신주의에 끌려다녀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른 바 '채찍과 당근' 전략인 셈이다.

 

새 정부 이름은 '이명박 정부'... "대통령 이름 붙이는 게 글로벌스탠더드"

 

한편 워크숍에서는 새 정부의 명칭을 '이명박 정부'로 확정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대부분의 토론자들이 정부 앞에 대통령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글로벌스탠더드'라는 의견이었다"며 "미국도 '부시 어드미니시트레이션', 일본도 '고이즈미 정권, 후쿠다 정권'으로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문민정부'식으로 작위적으로 붙이지 않겠다"며 "'이명박'이라는 브랜드가 경제살리기라는 의미로서 가장 파워풀한 브랜드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참석한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인수위원회 첫 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참석한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인수위원회 첫 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2007.12.30 15:45 ⓒ 2007 OhmyNews
#이명박 #인수위 #참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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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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