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보내드리리... 뜨겁게 안녕!

[음반평] <토이 6집 - 뜨거운 안녕과 함께한 연말>

등록 2007.12.31 08:22수정 2007.12.3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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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이 6년간 천신만고 끝에 발표한 육즙(6집: 유희열식 표현) ‘Thank You’가 5주 연속 음반 판매 1위를 기록하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터차트는 지난 한 달 간 (11월 29일 발매) 토이 6집은 주간 차트뿐 아니라, 일간 차트에서도 발매일 이후도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정상을 지켰다고 발표했다. 2007년의 끝자락에 서 있는 이 때, 토이의 뜨거운 안녕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뜨거운 안녕 혹은, 연애의 갱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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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그가 저만치 떨어져서 바라본 20대의 이별은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역동성 속에 깃든 치기어린 심장과 젊음의 자만심이다. 한때, 30대의 여성이 20대 후배들에게 조언하는 내용의 글이 주목받은 적이 있었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유희열도 30대의 그녀처럼 이지형을 바라보면서 묵묵히 조언하는 듯하다.

메시지는 우선, 베이스의 안정감 있는 동형진행에서 그림자처럼 동행한다. 그리고 넘실대는 신시사이저와 고동치는 비트 속에서 고개를 삐죽 내미는 부점 리듬으로 기운을 북돋운다. 이 둘은 어우러져서 "죽지 않아 정신"을 대변하는 듯하다.

유희열은 늘 그렇듯 이번에도 비웃음 없이 배신, 슬픔, 사랑 등등을 한데 모아 음악으로 탄생시켰다. 상대방의 거절로 인해 불필요해진 순정이건만 그는 죽을 힘을 다해 마지막 곤혹마저 끌어 올린다. 그리고 그 실연의 바다에서 건져낸 작별인사가 뜨겁게 영근다. 입술을 깨물면서도 기어코 밝게 미소 짓는 안녕. 결국 건강한 연애의 갱생이야말로 이 음악의 최종 목적지인 것이다.

원한다면 보내드리리. 뜨겁게, 뜨겁게...

소중한 그녀의 모습은 그가 느끼는 맨살 그 자체다. 맞으면 멍들고, 건조하면 트고, 불 쬐면 발개지는 피부. 그는 아직 살아 숨쉬는, 사랑했던 기억들을 꼼꼼히 챙기고서 이제는 방향을 바꿔 현실 속에 자기 자신에게로 무섭게 돌진한다. 걱정스레 바라보는 친구들, 술, 그녀의 속삭임은 찬조출연에 불과하다.


네온사인이 불야성을 이루는, 폭죽처럼 터져 찬란하게 반짝이는 축제 같은 이별. 주인공은 순진하진 않지만 착한 녀석이기에 어떤 아픔도 견딜 수 있을 거다. 그러나 1절과 2절 사이의 간주 부분에 애먼 신시사이저 비트들이 미묘하게 방향을 틀며 충돌한다.

세상을 너무 속속들이 알게 된다는 것은 잔인한 일인 걸까. 결정적 내적갈등의 최고조는 이렇게 비언어적 요소로 분출된다. 하지만 곧 그는 용감불쌍하게 걷다가 달리면서 혹은 훨훨 날면서 훌훌 털고 일어난다.

이별 없는 세대의 뜨거운 이별

이별의 과제 더미에서 허우적대지 않는 이별, 모든 시간을 잘 버텨 온 자기 자신을 되레 뜨겁게 안아주고 보듬으며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이별이기에 그의 헤어짐은 우왕좌왕하며 호들갑 떠는 끝마무리가 아니다. 그저 사랑의 축적된 감정이 뜨겁게 폭발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 자기 안에서 덥혀진 따듯하다 못해 뜨거운 열정 말이다.

사실 우리는 이별 없는 세대에 살고 있다. 상품과 상품으로 만나 차갑게 돌아서는 세대. 도둑처럼 이별 앞에서 몸을 숨기고, 사랑했던 기억마저 부정하며 등 돌리는 세대. 마음이 변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마저 어물쩍 넘겨버리고 이별 같지 않은 이별을 통보하는 세대. 뮤직비디오에서는 마치 100m마다 기다리고 있는 이별들을 향하여 인사하는 듯, 과장된 몸짓으로 힘차게 손을 흔든다.

만일 우리의 가슴이 우리가 당하게 될 모든 이별에 뜨겁게 슬픔을 나누고 위안을 나누면서 다시 힘을 찾을 수 있다면, 그때엔 참된 이별이 있을 수 있을텐데... 뜨거울 수 있다면, 만남도 이별도 모두 긍정적이지 않을까.

치밀하게 계산된 곡의 구조

전체적으로 이 곡은 CODA가 확장된 벗어난 2부 형식을 보이고 있다. 전주 A(a+b)B(c+d) 간주 A'(a'+b)B'(c+d+d') 마무리. 크게 A파트는 Tonal Answer를 통해 친구, 옛 연인과 대화하듯 진행된다. B파트는 호소력 짙은 상승 멜로디라인을 타고 이별에 대처하는 주인공의 뜨거운 자세를 부각시킨다.

관계조로 잠시 동안의 전조를 통해 (B') 곡의 대단원을 단단히 다지는 마무리 공정도 포함 됐다. 유희열의 곡들이 듣는 이에게 추억 등등 개인적 연상을 강하게 불러일으키며 공감을 얻는 이유는 곡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적시적소에 음악적 요소들을 배치하는 특유의 치밀한 표현 방식 때문일 것이다.

예스런 미덕의 정신이 담긴 곡이니만큼 여기에 80년대 트랜스 계열 신시사이저가 쓰인 것도 제격이라 하겠다. 드럼과 베이스 또한 절대 난잡하게 뒤엉키지 않는다. 물론 그래서도 안 된다. 맥박이 뛰는 한 인생은 계속되기에... 이별에 짓무르지 않은 주인공의 맑고 순한 눈에 이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리고 비록 이별의 아픔을 겪었을지언정 그는 전혀 초라하지 않다. 고동치는 비트를 꽉 움켜쥐고 저만치 앞으로 달려가고 있으니 말이다.

2007년 이제, 그만 안녕...

안녕, 이것은 이별의 인사인 동시에 만남의 인사이기도 하다. 저 모퉁이를 돌면 다 큰 어른애같은, 상처 입은 자신의 자아가 수줍게 손을 내밀고 있을 듯하다. 이제 뜨겁게 안녕? 하고 인사를 나눌 차례다. 물론 나 자신과의 조우 말이다. 손에 닿을듯한 2008년은 부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되찾고, 뜨겁게 안을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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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뜨거운안녕.jpg
#유희열 #토이 #뜨거운 안녕 #연말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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