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무엇을 버리시겠습니까?

노무현 대통령과 문희준이 알려준 버릴 것

등록 2007.12.31 11:29수정 2007.12.31 11:31
0
원고료로 응원

드디어 2007년 마지막 날이 왔습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더 늦기 전에 묵은 것을 털어낼 준비들은 하셨습니까? 털어냈다면 어떤 묵은 것을 털어낼지 여러분은 결정하셨나요? 아직 결정하지 못하셨다면 제가 털고 싶은 이 묵은 것을 같이 한 번 털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얼마 전 MBC 예능 프로그램 <무릎 팍 도사> 문희준 편을 보았습니다.

 

“저는 오이를 3개 먹었다고 한 적이 없어요. 그때 상황이 어떤 상황이었냐면 리포터가 ‘요새 다이어트 어떻게 하세요?’ 그래서 ‘오이 3개만 먹는다’고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리포터가 ‘역시 록음악은 배고픈 음악’이죠. 이랬던 거를 앞뒤 말 다 빼고 그거만 따다가 문희준은 ‘록음악 한다면서 오이 3개만 먹는다’더라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나오기 전에 그때 자료들을 다 찾아봤거든요. 그런데 그걸 읽다 보면 저도 안티가 되고 싶을 정도라니까요.”

 

지금도 검색창에 ‘문희준 오이’라고만 쳐도 수많은 자료를 볼 수 있으니 이에 대해 더 긴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저는 여기서 버려야 할 것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a

앞뒤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말 한 마디만 놓고 비판한 것 때문에 마음 아파했다는 문희준 ⓒ iMBC

앞뒤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말 한 마디만 놓고 비판한 것 때문에 마음 아파했다는 문희준 ⓒ iMBC

 

아 잠깐! 제가 버려야 할 것이고, 여러분에게 같이 버리자고 주장하는 것이  ‘악성 댓글’ 이라고,  이렇게 생각하셨습니까? 아닙니다. 그게 아닙니다. 제 얘기를 조금만 더 들어주십시오.

 

<무릎 팍 도사> 문희준 편을 처음 봤을 때 떠오른 사람은 물론 그를 비난했던 안티 팬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서 자꾸만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 악성 댓글을 달지 않았지만 문희준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에 심정적으로 동조했었기 때문에 그 방송을 보고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방송이 끝나고도 며칠간 그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에 대해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노무현 대통령이 겹쳐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막말하는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못 해 먹겠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죠.”

 

이 말들 기억나십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이 말들 이후 보수 언론들을 중심으로 하여 많은 언론들이 대통령답지 못하다는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검색창에 ‘대통령 못 해 먹겠다.’라는 말을 쳐보면 ‘문희준 오이’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많은 검색 자료들을 볼 수 있습니다.

 

분명 대통령이 한 말이고, 대통령이 하기에 적절해보이지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정말 그럴까요? 노무현 대통령도 문희준처럼 ‘앞뒤 상황은 잘라먹고 그 말만 받아 보도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대통령 못 해 먹겠다.’

 

사실 국민으로서 그리 듣기 좋은 말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 장악이 어렵다는 등의 심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도 있었던 적이 있는 표현일 때도 있었습니다. 현 이명박 정권에서도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내년 총선에서 승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저런 말을 한 것이 정말로 ‘못 하겠다’는 뜻이었을까요.

 

‘이 쯤 되면 막 가자는 거죠.’

 

이 역시 많은 비판을 받았던 말입니다. 그렇지만 그 당시 더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은 그가 그런 말까지 하게 한 검사라고 생각해보신 적은 없습니까. 평검사와의 대화를 시도한 노무현 대통령의 시도보다 그가 한 그 한 마디에 그의 진의가 묻혀버리는 그 상황, 이런 상황에서 그의 진심이 사람들에게 통해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허나 말은 어쨌든 듣기에 따라 달라지고 상황이 어찌 되었건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이라는 점만큼은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여전히 노무현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희준이 했던 이 말을 들으면서 다시한 번 저와 여러분이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비판적 시각이라는 것이 타당했는지에 대해 분명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될 것입니다.

 

“보고 있다 보면 저도 안티가 될 정도라니까요.”

 

문희준은 본인조차 안티가 되고 싶을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그에 대한 비판 아니 비난은 정도로 벗어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가 정말 비판받아야 할 부분도 존재했지만 보수 언론을 필두로 한 여러 매체들이 이른바 ‘트집 잡기’ 식 보도를 한 것도 사실입니다.

 

가깝게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는 것을 노무현 정부 탓만 하던 언론들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마자 사실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은 것은 아이템을 찾지 못했다는 식으로 얘기 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국군 최고 통수권자인 국가 원수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행동조차 비판 받은 적이 있습니다.  국군의 날 행사에서 카 퍼레이드를 할 때 나이 많은 국방 장관이 우산을 들고 있게 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던 것입니다.

 

비판이었을까? 트집이었을까?

 

우리나라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했으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J 일보사에서 엘리자베스 여왕 방한시 썼던 이 사설을 보면 정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건전한 비판을 하려 했던 것인지 트집을 잡으려 했던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여왕에게 선물한 영화까지 코드로 뽑는가'

 

이 사설 기억나십니까?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방한했을 때 나온 사설입니다. 당시 제가 <오마이뉴스>에 썼던 기사를 요약해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사설의 주요 비판 내용은 노무현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선물한 영화 4편 중 한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선물했다는 점이다. 세 편은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다. 한 감독의 작품이 세 편이나 되었다는 점에서만 본다면 다소 편향적이라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이 사설에서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들이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은 받았으나 한 감독의 시선에 비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만을 집중 소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사설에서는 최근작만 해도 <쉬리> <공동 경비 구역 JSA> <태극기 휘날리며>가 있다며 질책하고 있다. 

 

이창동 감독의 작품을 비판한 까닭이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추었다는 것 아니었는가? 사설에서 언급한 저 세 작품은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을 소재로 삼았다는 것에서부터 어둡다 못해 가슴 저리고 때로는 비참하기까지 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이기에 충분한 작품들이다.

 

<쉬리>에서는 사랑하는 여인을 한국 사회의 불행한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쏘아야만 하고, <공동 경비 구역 JSA>에서는 한창 나이의 두 젊은이가 결국은 자살을 해야만 했고, <태극기 휘날리며>는 반세기 지나서도 아픔을 묻고 살아야 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이것들은 어둡지 않은 것인가? 게다가 '한 감독의 시선에 비친'이라고 하며 비판하면서 정작 사설에서는 오로지 '분단' 상황만을 소재로 한 영화를 예로 드는 편협함을 보이고 있다."

 

이제 제가 버리고자 주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이 가십니까? 영화에 대해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던 사람들은 J일보 사설이 논리가 얼마나 빈약한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영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J일보 사설의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거나,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은 J 일보사가 주장한 내용들이 모두 다  사실인양 받아들일 가능성도 높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 누구의 탓이라기보다 바로 스스로가 진실에 목말라 하는 자세가 없기 때문입니다.

 

진실을 갈증내지 않는 자세, 부디 저 멀리 떠나기를

 

우리는 TV를 바보 상자라 부르면서도 껴안고 살고 있고, 거짓말만 보도 하는 신문이라면서도 밥 먹을 때 심심하면 펼쳐보곤 합니다. 그런 매스미디어를 손에서 떠나보내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매스 미디어를 손에서 떠나 보낼 수 없기에 우리는 2007년 이것을 더욱더 보내야만 합니다.

 

저는 그것을 떠나 보낼 것을 갈망하며 또 이 글을 보는 독자 여러분 역시 그것을 과감히 떠나 보내기를 주제넘게 부탁드려 봅니다. 바로 이것 말입니다.

 

“진실에 대해 갈증내지 않는 자세여, 2007년과 함께 같이 부디 떠나다오!”

덧붙이는 글 | 미디어, 그대로 수용하면 바보가 된다는 거. 이 평범한 진리를 잊는 순간 그것은 무서운 칼이 되어 우리에게 향할 것입니다.

2007.12.31 11:29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미디어, 그대로 수용하면 바보가 된다는 거. 이 평범한 진리를 잊는 순간 그것은 무서운 칼이 되어 우리에게 향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민주당은 앞으로 꽃길? 서울에서 포착된 '이상 징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