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는 더이상 고치 속에 머물지 않는다'

[서평] 이재철의 <믿음의 글들, 나의 고백>

등록 2007.12.31 16:25수정 2007.12.3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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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힘이 나를 사로잡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토록 좋아하던 술과 담배의 냄새조차 역겨워진 것이 바로 그 날부터였고, 트럼프와 화투짝이 보기도 싫어진 것 역시 그날부터 였고, 주위의 친지나 동료, 그리고 가족들이 나더러 ‘사람이 변했다’고 말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날부터였다. 1984년 8월 2일, 그날이야말로 늘 내 곁에 계시던 주님에 대하여 비로소 눈을 뜬 날이었다... 그날은, 말하자면 나의 새로운 생일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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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이재철지음/홍성사 ⓒ 이명화

이재철 목사의 <믿음의 글들, 나의 고백>은 홍성사 ‘믿음의 글들’ 시리즈 100번째 책으로 저자가 젊은 날의 사업가에서 출판인으로 그리고 목사로 서기까지 그 변화의 과정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


저자가 처음 시도했던 ‘믿음의 글들’ 제1호 <낮은대로 임하소서>가 발간됐을 때 그는 만 32세로, 주식회사 홍성사 대표이사였다. 그러나 ‘믿음의 글들’ 100번째 <믿음의 글들, 나의 고백>이 출판됐을 때, 그는 만 43세로 ‘주님의 교회’의 목사가 되어 있었다.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앉게 된 젊은 사업가로서의 성공은 숱한 젊음의 방황과 방탕의 날들 속에 깊이 빠져들게 했다. 돈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돈의 위력을 즐기기 시작했으며 신앙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제일 먼저 집을 바꾸고 벤츠 승용차를 구입하고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모두 외제로 바꾸었다. 낮이면 골프, 밤이면 살롱과 요정으로, 벤츠를 타고 유명인사들과 만나 돈을 물쓰듯 썼으며 외국으로 진출하고 사업을 확장시킨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의 신앙양심은 마치 ‘구두 속 돌멩이’처럼 그의 영혼을 저리게 했다.

‘구두 속 돌멩이’의 발저림은 그가 젊음의 열정을 우상으로 섬기고 있을 때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래서 그는 맘껏 세상을 좇지도 못했다. 그 때 그가 제일 부러워했던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알지 못한 채 ‘자기 원하는 대로 마음껏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는 양심의 가책없이 철저하게 타락하지도 못했고, 철저하게 그리스도인이 되지도 못한 회색분자였을 뿐이었다.

빛과 어둠, 쾌락과 가책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그는 하나님 앞에서 서원했던 순수한 신앙을 잃어버리고 이중적인 생활들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업의 위기와 많은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 밤, 우연히 아내의 머리맡에 놓여진 눈물로 얼룩진 일기장을 보고 나서 그는 충격에 사로잡힌다.


“나는 오늘도 버스를 타고 수유리 너머로 갔다. 시골길을 하염없이 걸으면서 오늘도 역시 어김없이 죽음을 생각했다. 약을 먹고 죽을까 아니면 손목을 그어 죽을까... 그러나 그것은 내가 취할 길이 아님을 나는 다시 한번 더 확인하고 되돌아 왔다. 나를 살리기 위해 십자가에 돌아가신 주님께서 주님의 뜻을 위해 내게 주신 남편이므로 나는 사랑해야만 한다. 나는 할 수 없지만 주님께서 사랑하라 명령하시므로 나는 사랑해야 한다. ‘주님! 도와주세요. 나의 약함을 주님께서 잘 아시잖아요.”

그의 말대로 '욕망을 섬기는 자의 어리석음이란 자신의 어리석음 자체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들의 어리석음을 흔들어 깨우시는 것이다. 거듭 찢으심으로, 거듭 때리심으로… 단 한번도 아내가 죽음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해 본 적이 없었던 그는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은 그의 아내를 ‘날개 없는 천사’라고 불렀으며 아내는 단 한번도 그에게 화를 내 본 적이 없다. 그날 밤, 저자는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며 눈물로 몸부림친다. 그는 아내가 불쌍해서 울고, 자기 자신이 한심해서 울고, 또 그의 지나간 세월이 아까워서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지나간 세월이 아까워서 울었다. 내 나이 만 35세-그동안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해왔는가? 아무것도 없었다. 황금같이 나의 귀한 젊은 나날들을 헛되이 보내고 헛된 욕망 때문에 어이없이 모두 탕진시켜버리고 말았다. 나에게도 순결한 믿음의 세월이 있었는데, 나에게도 순수한 영혼의 세월이 있었는데 그러나 지금의 나의 영혼은 더럽게 오염된 추하디 추한 넝마조각 같은 몰골일 뿐이었다. 그래서 덧없이 허송해 버린 세월이 아까워서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주 울었다. 이 대목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지나간 세월이 아까워서 울어본 기억이 있는가. 헛되이 보낸 세월이 너무 아까워서 울고 또 울어본 적이 있는가. 그래서 다시는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리라고 다짐하며 밤을 하얗게 지새운 적이 있는가.

뼈가 깎이는 아픔에 눈물을 흘려본 당신이라면 결단코 당신은 남은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못할 것이다. 남은 세월 앞에 감사하며 겸손하게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며 노력할 것이다. 저자는 하나님 앞에서 회개해도 도무지 용서받을 수 없는 저주받은 죄인이라는 절망감으로 또 울었다. 그 때 주님이 그의 마음속에 찾아 오셔서 ‘나는 단 한번도 너를 버린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날 밤, 그는 만 35년 동안 황금같이 귀한 시간을 헛된 욕망을 위해 허송해 왔음을 속죄하기 위해 신학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비로소 이제껏 지나온 세월 속에 내가 계획한 대로 되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튿날, 그는 그렇게 좋아하던 담배도, 술도 냄새조차 역겨워지고 즐겨하던 트럼프나 화투짝도 싫어졌다.

'날개를 얻은 나비는 더 이상 고치 속에 머물지 않는다. 미련없이 벗어 던져버린다. 그리고 다시 되돌아 가지도 않는다.'

그는 신학을 하기로 결단하면서 다섯가지 서원을 한다. 그것은  ‘첫째, 신학을 한다. 둘째, 하나님의 영광위해 홍성사 ‘믿음의 글들’이란 나비가 아름답게 잉태된 이상 ‘고치’에 더 이상 미련 갖지 않고 정리한다. 셋째, 일생동안 자기 이름으로 된 예금통장을 갖지 않기로 한다. 넷째, 자기 이름으로 등기되는 집을 사지 않는다. 다섯째, 자기집착을 하지 않는다.

이 책 속에는 홍성사가 있기까지, 또 저자의 삶이 변화되고 지금이 있기까지, 또한 저자가 걸어 온 인생길에서 만났던 소중한 만남의 기적들도 담겨 있다. 사람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저자는 책의 맨 끝 ‘남기는 말’에서 적고 있듯이 ‘천지를 창조하신 손으로 단 한순간도 빠짐없이 나를 붙들고 계시는 하나님을 날마다 확인’했다고 고백하며 글을 맺고 있다.

당신은 혹시 소위 말하는 세상의 성공의 잔을 마시고 취해보았는가. 혹은 성공으로 가던 길에서 낭떠러지로 떨어져 보았는가. 혹은 자기 교만과 집착과 열정으로 잘 되던 일이 어느 날 문득 잘 되지 않는 것을 경험하였는가. 완벽한 준비를 해놓고도 도무지 일이 진척되지 않고 고전하며 고통스러운 시간들 속에서 헤매고 있는가. 성공에서 맨 밑바닥까지 떨어져 보았는가. 욕망을 따라 사는 즐거움 속에서 영혼의 발저림으로 맘껏 그 욕망과 쾌락 속에서 즐기기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가.

그 모든 것을 경험해보고 자기 집착과 욕망과 교만을 내려놓고 세상사는 일이 나의 계획과 뜻대로 되어지지 않음을 경험했는가. 후회에 찬 울음으로 밤을 지새워보았는가…. 이 책은 바로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리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일독을 권한다.

믿음의 글들 나의 고백: 홍성사의 여기까지

이재철 지음,
홍성사, 1992


#믿음의글들나의고백 #이재철 #홍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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