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한 부부가 말하는 '행복의 비결'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에서 주최한 한국어 말하기 대회

등록 2007.12.31 17:34수정 2007.12.3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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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뜸상 결혼 이민자 천수아씨가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 임청호 이사로부터 으뜸상을 받았다. ⓒ 양주승

▲ 으뜸상 결혼 이민자 천수아씨가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 임청호 이사로부터 으뜸상을 받았다. ⓒ 양주승

12월 30일,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이사장 임영담)이 주최한 '제7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중국 결혼이민자 천수아(29)씨가 국제결혼한 부부들의 갈등을 극복한 '행복의 비결'을 소개해 으뜸상을 차지했다.

 

천수아씨는 연단에 올라서자마자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는 여유 있는 모습으로 청중들의 귀와 눈을 사로잡으며 원고도 없이 능숙한 한국어로 연설을 시작했다

 

천수아씨는 중국 요령대학에서 국제무역학을 전공했다. 대학 도서관에서 처음 만난 김진만(36)씨와 결혼해 올해로 4년차이며 두 살난 아들 세한 군을 둔 그녀는 "연애결혼이라 서로 잘 이해하고 안 싸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엄청 싸웠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한국에서는 여자들이 음식을 하는데 중국에서는 대부분 남자들이 음식을 만든다" 면서 "남편은 제가 해주는 음식을 편하게 먹으면서도 "'이거, 맛이 이상해, 냄새가 난다, 느끼해서 못  먹겠다'는 등의 말이 많으며 투정을 부려 싸움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저 역시, 한국 음식이 맛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김치는 너무 맵고 또 비빔밥은 꼭 '개밥' 같았다"고 털어놓자 객석에서는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지금 천수아씨는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로 김치를 좋아하고 신랑 역시 한동안 아내가 중국 음식을 안 해주면 해달라고 조르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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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부천 중국동포 응원단 부천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들이 대거 참석해 천수아씨를 응원했다. (앞줄 빨간 외투를 입은 사람이 으뜸상을 수상한 천수아씨) ⓒ 양주승

▲ 재 부천 중국동포 응원단 부천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들이 대거 참석해 천수아씨를 응원했다. (앞줄 빨간 외투를 입은 사람이 으뜸상을 수상한 천수아씨) ⓒ 양주승

그녀는 "중국에는 '부추계란볶음'이 있는데 보통 한국 사람들은 잘 안 먹기 때문에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부추를 잘게 채 썰어 '계란말이'처럼 살짝 바꾸어서 해주면 아주 잘 먹는다"면서 "같은 요리를 할 때도 방법을 조금 바꿔서 한다"며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자 관객들은 공감의 박수를 보냈다.

 

그녀는 중국과 한국의 상차림 문화에 대해서도 소개했는데 "중국에서는 큰 접시에 음식을 가득 놓는데 한국에서는 작은 접시에 조금씩 놓잖아요"라면서 "처음 시댁에서 상을 차릴 때 커다란 접시에 음식을 가득 담아 내놓아 식구들을 놀라게 한 경험이 있지만 이제는 한국 상차림에도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과 결혼한 중국 친구들을 만나면 '우리 신랑은 중국 음식을 절대 안 먹는데 너의 신랑은 어떻게 그렇게 잘 먹게 되었느냐?'고 물어오면 남편에게 중국 음식을 해 줄 때 중국 문화까지 느끼게 해주기 위해 사랑까지 듬뿍 담아내는 것이 비결이라고 답했다"고 말해 양국 간 음식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그녀는 "부부싸움을 할 때 서로가 흥분하게 되면 신랑은 한국말로, 나는 중국말로 싸웠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는지 서로가 몰랐다"면서 "때론 차이가 너무 많아 싸우고 못 살 것 같아서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아옹다옹 살다 보니 지금은 미운정 고운정 다 들어 귀여운 아들도 낳고 서로의 성격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누구든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처음 접하면 문화적 충격을 받게 되는데 특히 저희들처럼 국제결혼한 사람들은 둘만 부딪치는 게 아니라 두 나라의 문화가 부딪친다"면서 "하지만 둘이 계속 '너 다르다', '나 다르다', '우리 음식이 아니다', '우리 엄마는 그렇게 안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끝으로 "자기 생각보다는 상대방의 문화를 더 열심히 이해하고 노력하는 것이 자기를 위하고 가족의 행복을 위한 길"이라면서 "중국인이자 한국 사람임을 잊지 않는 것이 국제결혼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라고 마침표를 찍었다.

 

대회가 끝난 후 천수아씨는 "남편은 통역 일을 하고 있으며 한국 이름 천수아는 시아버님이 지어주신 예쁜 이름"이라고 소개하면서 밝게 웃어 보였다.

 

이호규 심사위원은 심사평에서 "한국어는 다른 나라 말과 달라 밑에 받침이 있어 발음에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대화에 쑥스러움을 갖지 말고 용기 있게 입을 크게 벌리고 한국말을 배울 것"을 주문했다.

 

이 위원은 이어 "예전에 외국여행 시 영어를 못해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호주 공항에서 4시간, 시카고 공항에서 3시간 갇혀 있는 등 창피를 당한 적이 있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한 후 "결혼이민자로서 또는 이주노동자로서 한국문화에 적응하고 함께 살려면 언어습득이 최우선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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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말하기대회 입상자 한국어 웅변대회에 참가한 연사들과 함께 기념촬영. 오른쪽에서 세번째 빨간 외투를 입은 사람이 으뜸상을 수상한 천수아씨. ⓒ 양주승

▲ 한국어말하기대회 입상자 한국어 웅변대회에 참가한 연사들과 함께 기념촬영. 오른쪽에서 세번째 빨간 외투를 입은 사람이 으뜸상을 수상한 천수아씨. ⓒ 양주승

이날 웅변대회에는 으뜸상을 차지한 천수아씨를 비롯 9명이 참가해 라집구말마구아(발음상·방글라데시), 이나(감동상·중국), 수려휘(창의상·중국), 손춘화(관객상·중국)씨 등 4명이 입상했다.

 

정확한 한국어 발음을 구사해 '발음상'을 받은 방글라데시 라집구말마구아 스님은 "8년 전 불가에 입문, 방글라데시 사찰에서 불교공부를 하던 중 2006년 1월 한국에 와서 대한불교조계종 부천 석왕사에서 불교공부를 하고 있다" 고 자신을 소개한 후 "한국의 전통문화와 불교문화를 배워 방글라데시에 돌아가 한국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회에 출전한 결혼이민자들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인한 부부와 가족 간의 갈등 그리고 자녀 교육에 대한 문제를 가장 당면한 현실의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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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변대회에 출전한 중국결혼이민자 왼쪽으로부터 이나(감동상), 천수아(으뜸상), 수려휘(창의상). ⓒ 양주승

▲ 웅변대회에 출전한 중국결혼이민자 왼쪽으로부터 이나(감동상), 천수아(으뜸상), 수려휘(창의상). ⓒ 양주승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천타임즈(www.bucheontime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2.31 17:34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천타임즈(www.bucheontime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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