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7.12.31 19:23수정 2007.12.31 19:23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노면에 크게 표시되어 있는 '24시간 버스전용' 차선
김정애
29일 저녁 송년회 모임이 있어 즐기다 보니 자정을 넘어 30일 새벽 1시 30분경이 되어서야 해산을 하게 되었다.
집으로 가기 위해 대로변으로 나가 택시를 잡으려 해도 빈 택시는 오질 않았다. 게다가 이미 기다리고 있던 사람도 몇 되기에 저 만치 더 걸어 올라가서 잡는 편이 나을 것 같아 무작정 걷다보니 버스정류장까지 가게 되었다.
이 늦은 시각에도 버스가 다니는 것일까? 정류장에 웬 사람이 이렇게 몰려 있지? 번호별 노선표를 살펴보니 마침 우리집 방향으로 가는 버스도 있었다.
밑져야 본전 기다려 보기로 했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저만치서 버스 여러 대가 줄지어 왔다. 내가 탈 버스도 멀리서 알아볼 수 있도록 번호판을 환하게 밝힌 채 달려오고 있었다. 택시비를 벌었다는 생각에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버스가 멈췄고 문이 열렸다. 타려고 올려다 보니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연말이라 나처럼 송년회를 마치고 귀가하는 사람들일까? 늦은 시각, 예상치 못한 인파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다. '와~ 이 늦은 시각까지 버스가 운행되다니 땅덩어리가 좁은 거 빼고는 우리나라처럼 살기편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선진국이라는 나라도 막상 가서 살아보니 대중교통은 배차간격이 길어서 우리처럼 편리하지가 않을 뿐더러 일찍 끊기기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리고 내가 살던 호주는 브리즈번 시티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만 벗어나도 해만 지면 칠흑 같은 어둠이 엄습해, 바깥출입은 엄두도 못 낼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밤이면 더욱 불야성을 이루어 낮인지 밤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가 아닌가.
많은 사람들로 차 안은 복잡했지만 버스는 거침없이 씽~씽~ 달렸다. 그런데 느닷없이 택시 서너 대가 버스전용차로로 진입을 하더니 제 차선인 냥 여유 있게 달린다. 한 대였다면 위반차량인가보다 했을 텐데.

▲ 파란선 안 버스전용 차선으로 무법자처럼 진입을 한 영업용 택시
김정애
궁금해서 기사아저씨께 “이 시간엔 택시도 버스전용차로 통행이 허용 되나요?”라고 물으니 아니라며 단속이 소홀한 틈을 타 위반을 하는 택시가 많다고 했다.
난 기사아저씨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카파라치라도 된 듯 얼른 가방 속에서 카메라를 꺼내 택시가 다른 차선으로 이동하기 전에 셔터를 눌렀다.
시원스레 뚫린 버스전용차로와는 달리 옆 차선은 수많은 차들이 뒤엉켜 정체를 이루고 있었다. 어떤 차량은 그 와중에도 차선변경을 하려고 노란불을 깜빡거리며 무조건 차머리를 들이밀었고,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사고라도 날까봐 염려스러웠다.
아무리 시력이 안 좋은 사람이라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도록 노면엔 커다랗게 ‘24시간 버스전용’이라고 쓰여 있는 데도 불구하고 끼어든 택시기사는 평소 준법정신에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자정을 넘긴 시각이라 할증료에다 꼼짝 못하고 서 있어도 요금이 올라가기 때문에 승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고속도로처럼 뻥 뚫린 전용차로를 시원스레 달리는 쾌감보다는 옆 차선에서 끼어들기를 하는 얌체족을 향해 아우성치듯 경적을 울려대는 광경을 보니 오늘따라 노면에 쓰여 진 ‘24시간 버스전용' 표시가 유난히도 크고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차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도로사정을 감안해 택시회사, 화물운송업체 그리고 자가운전자 등에게 일정 시간대만이라도 버스전용차선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면 어떨까? 탄력 있게 시간제로 바꾼다면 수많은 차량들이 아까운 기름을 길바닥에 버리게 되는 일은 없을 거란 생각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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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사는이야기나 인물 여행정보에 대한 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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