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 노면에 크게 표시되어 있는 '24시간 버스전용' 차선 ⓒ 김정애
29일 저녁 송년회 모임이 있어 즐기다 보니 자정을 넘어 30일 새벽 1시 30분경이 되어서야 해산을 하게 되었다.
집으로 가기 위해 대로변으로 나가 택시를 잡으려 해도 빈 택시는 오질 않았다. 게다가 이미 기다리고 있던 사람도 몇 되기에 저 만치 더 걸어 올라가서 잡는 편이 나을 것 같아 무작정 걷다보니 버스정류장까지 가게 되었다.
이 늦은 시각에도 버스가 다니는 것일까? 정류장에 웬 사람이 이렇게 몰려 있지? 번호별 노선표를 살펴보니 마침 우리집 방향으로 가는 버스도 있었다.
밑져야 본전 기다려 보기로 했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저만치서 버스 여러 대가 줄지어 왔다. 내가 탈 버스도 멀리서 알아볼 수 있도록 번호판을 환하게 밝힌 채 달려오고 있었다. 택시비를 벌었다는 생각에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버스가 멈췄고 문이 열렸다. 타려고 올려다 보니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연말이라 나처럼 송년회를 마치고 귀가하는 사람들일까? 늦은 시각, 예상치 못한 인파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다. '와~ 이 늦은 시각까지 버스가 운행되다니 땅덩어리가 좁은 거 빼고는 우리나라처럼 살기편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선진국이라는 나라도 막상 가서 살아보니 대중교통은 배차간격이 길어서 우리처럼 편리하지가 않을 뿐더러 일찍 끊기기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리고 내가 살던 호주는 브리즈번 시티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만 벗어나도 해만 지면 칠흑 같은 어둠이 엄습해, 바깥출입은 엄두도 못 낼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밤이면 더욱 불야성을 이루어 낮인지 밤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가 아닌가.
많은 사람들로 차 안은 복잡했지만 버스는 거침없이 씽~씽~ 달렸다. 그런데 느닷없이 택시 서너 대가 버스전용차로로 진입을 하더니 제 차선인 냥 여유 있게 달린다. 한 대였다면 위반차량인가보다 했을 텐데.
a
▲ 파란선 안 버스전용 차선으로 무법자처럼 진입을 한 영업용 택시 ⓒ 김정애
궁금해서 기사아저씨께 “이 시간엔 택시도 버스전용차로 통행이 허용 되나요?”라고 물으니 아니라며 단속이 소홀한 틈을 타 위반을 하는 택시가 많다고 했다.
난 기사아저씨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카파라치라도 된 듯 얼른 가방 속에서 카메라를 꺼내 택시가 다른 차선으로 이동하기 전에 셔터를 눌렀다.
시원스레 뚫린 버스전용차로와는 달리 옆 차선은 수많은 차들이 뒤엉켜 정체를 이루고 있었다. 어떤 차량은 그 와중에도 차선변경을 하려고 노란불을 깜빡거리며 무조건 차머리를 들이밀었고,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사고라도 날까봐 염려스러웠다.
아무리 시력이 안 좋은 사람이라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도록 노면엔 커다랗게 ‘24시간 버스전용’이라고 쓰여 있는 데도 불구하고 끼어든 택시기사는 평소 준법정신에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자정을 넘긴 시각이라 할증료에다 꼼짝 못하고 서 있어도 요금이 올라가기 때문에 승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고속도로처럼 뻥 뚫린 전용차로를 시원스레 달리는 쾌감보다는 옆 차선에서 끼어들기를 하는 얌체족을 향해 아우성치듯 경적을 울려대는 광경을 보니 오늘따라 노면에 쓰여 진 ‘24시간 버스전용' 표시가 유난히도 크고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차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도로사정을 감안해 택시회사, 화물운송업체 그리고 자가운전자 등에게 일정 시간대만이라도 버스전용차선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면 어떨까? 탄력 있게 시간제로 바꾼다면 수많은 차량들이 아까운 기름을 길바닥에 버리게 되는 일은 없을 거란 생각을 해 봤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