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호 석굴 윈강의 대표적 석굴
최종명
제20호 불상이 있는 입장권(60위엔)을 다시 보며 윈강 석굴을 빠져 나왔다. 윈강 석굴은 불교를 숭상한 남북조 시대 북위의 화려한 조형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석굴마다 웅장하고 인자한 불상은 영롱한 빛을 담고 있고 벽화에 수놓은 은은한 채색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한치도 흔들리지 않고 '미(美)'의 경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아름다운 감흥을 준 선비족의 나라 북위에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솟아나고 있다.
타퉁 윈강석굴은 뤄양(洛阳)의 룽먼(龙门)과 둔황(敦煌)의 마오까우쿠(莫高窟)와 더불어 은 중국을 대표하는 3대 석굴이다. 그리고 깐쑤(甘肃) 성 톈수이(天水)에 있는 마이지산(麦积山) 석굴을 4대 석굴에 포함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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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강석굴 02 1500년 전 남북조 시대 북위가 세운 불교 유적지인 윈강 석굴 ⓒ 최종명
다시 택시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북위의 수도였던 따퉁(大同)에서 남쪽으로 80km 가량 떨어진 쒸엔콩쓰이다.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거의 2시간이나 걸렸다. 그나마 택시를 탔으니 망정이지, 버스를 찾았다면 아마 따퉁에서 하루를 더 묵어야 할 지도 모른다.
중국 오악의 하나인 북악 항산(恒山)에 가면 가파른 절벽에 세운 사원인 쒸엔콩쓰(悬空寺)가 있다. 항산의 가장 독특한 절경이라 일컬어지는 씨엔꽁쓰는 절벽을 따라 지어졌으니 반 정도는 공중에 붕 떠있는 형상이다. 그래서 하늘 위에 그린 사원이라 일컫기도 한다.
중국 오대 명산은 동악(東岳)인 태산(泰山), 서악(西岳)인 화산(華山), 남악(南岳)인 형산(衡山), 북악(北岳)인 항산(恒山), 중악(中岳)인 숭산(嵩山)을 말한다. 형산을 아쉽게 가진 못했지만 4악을 비롯해, 오악을 합친 절경을 지닌 황산(黄山)을 올랐으니 나름대로 중국의 명산은 섭렵한 셈이다.

▲아래에서 바라본 쒸엔콩쓰 암석 조각에 새긴 쒸엔콩쓰과 실제 쉬엔콩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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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491년 북위는 항산의 진룽샤(金龙峡) 협곡에 처음 지은 쒸엔콩쓰는 몇 차례 수건(修建)하긴 했지만, 여전히 위태롭고도 불안하다. 마치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사원은 절벽에 기대어 절묘하게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는데, 곳곳에 아름다운 불상이 있으니 가히 경이롭기도 하다.
쒸엔콩쓰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아래 암석에 '장관(壮观)'이란 두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는 당나라 시인인 이백(李白)이 친히 쓴 것이라 한다. 이백 뿐 아니라 그 누구라 하더라도 장관임을 느끼지 않을 것인가.

▲쒸엔콩쓰 '장관' 시인 이백이 썼다는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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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세히 보면 '장관(壮观)' 글자 중 '壮'의 '士'자 옆에 점 하나가 더 가일수 돼 있다. 어쩐 연유일까. 전하는 바에 의하면 이백이 이곳의 기이한 모습에 감탄한 후 웬일인지 자신의 전공인 시를 짓지 않고 오히려 붓으로 바위에 두 글자를 쓰더니, 강렬한 감동을 더 표현하기 위해 점 하나를 더 찍었다고 전해진다. 오랜 세월 흐르며 그 글자는 많이 퇴화됐지만 1990년 다시 글자를 복원하면서 점 하나도 같이 조각돼 되살아났다고 한다.
멀리서 바라보는 모습도 독특하지만 겨우 150평방미터의 좁은 공간에 40여 칸이나 되는 목조 건물을 따라 위 아래 좌우로 다니면서 두루 살펴보니 아주 위험천만이지만 흥미롭다.
사원 제일 꼭대기의 싼쟈오뎬(三教殿)에는 석가모니, 노자, 공자의 조각상이 함께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하늘을 향해 있는 사원답게 종교적 합일을 드러낸 것이 아닐까. 사실은 종교투쟁이 격화되던 북위 시절, 세 종교의 합일을 도모하기 위해 지어졌기 때문이다.

▲싼쟈오뎬 쒸엔콩쓰 싼쟈오뎬 오르내리는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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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절묘함은 베이러우(北楼) 쪽에 3개 층으로 구분된 건물이다. 제일 아랫층에는 우포뎬(五佛殿)이 있는데 다섯 보살을 모신 곳이다. 중간 층에는 관인뎬(观音殿)이 있는데 중국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관음보살을 모셨다. 제일 윗층에는 바로 싼쟈오뎬(三教殿)이 있다.
원래 명칭은 현공각(玄空阁)이라 했는데, '玄(현)'은 도교, '空(공)'은 불교를 상징하는 의미라 하고 지금의 '현공사(悬空寺)는 같은 음의 씨에인(谐音)이다. 사원이 절벽에 매달린 형상이라 해 '매달다'라는 뜻의 '悬'을 붙여 부르던 것이 굳어진 것이라 한다.
위태로운 위치만큼이나 이곳에는 진귀한 모습이 많다. 도교, 불교, 유교의 흔적이 합쳐 있을 뿐 아니라 불상이나 벽화의 예술적인 가치도 사뭇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특히, 레이인뎬(雷音殿)의 조각 및 벽화는 경이로울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오죽하면 영국의 한 건축학자는 '역학과 미학 그리고 종교가 일체화된 아름다운 융합'이라고까지 칭찬했겠는가.

▲레이인뎬 쒸엔콩쓰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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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절벽 위에 그린 듯한 쒸엔콩쓰. 각 칸칸마다 신비로운 예술품을 내장한 건물들을 긴 나무들이 지탱하고 있는 모습도 가관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오르내리면 무너지지 않을까 염려가 될 정도로 가파른 모양의 1500여 전 유물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여전했다. 앞으로도 하늘을 향해 염원을 빌던 '세 종교의 합일' 정신만이라도 영원했으면 좋겠다.

▲쒸엔콩쓰를 지탱하고 있는 긴 나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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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쒸엔콩쓰 하늘 위에 그린 종교합일의 염원 ⓒ 최종명
오후 3시가 넘었다. 밥을 챙겨먹고 나니 택시운전사가 새로운 곳을 소개하며 유혹한다. 단호히 거절했다. 추가 요금도 그렇지만 시내로 돌아가면 날도 저물 것이다. 비가 오락가락하는데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따퉁 시내로 돌아왔다. 지금은 남북조 시대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북위의 수도이지만 비 오는 거리를 거니는 것도 기분이 상쾌하다. 우산을 쓰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과 빗물에 비친 건물들을 바라보며 한적한 도시를 1시간 내내 걸었다.
호텔로 들어가니 정전이다. 게다가 정전으로 인해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그 속에 갇힌 사람들이 2시간 이나 꼼짝 못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이긴 했지만 윈강 석굴의 은은함이 피어나는 듯, 쒸엔콩쓰의 절묘함도 살아나는 듯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http://blog.daum.net/youyue/13768333에도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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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품취재를 통해 중국전문기자및 작가로 활동하며 중국 역사문화, 한류 및 중국대중문화 등 취재. 블로그 <13억과의 대화> 운영, 중국문화 입문서 『13억 인과의 대화』 (2014.7), 중국민중의 항쟁기록 『민,란』 (2015.11)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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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여년 전 석굴과 절벽 따라 세운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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