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설교자들, 세속주의에서 벗어나라

[서평] 마틴 로이드존스의 <목사와 설교>

등록 2008.01.05 09:37수정 2008.01.0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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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로이드존스의 목사와 설교 저자는 이책을 통해 세속주의에 물든 한국교회와 설교자들을 30년전에 이미 예언이라도 한듯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로이드존스의 목사와 설교 저자는 이책을 통해 세속주의에 물든 한국교회와 설교자들을 30년전에 이미 예언이라도 한듯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 최용호

▲ 로이드존스의 목사와 설교 저자는 이책을 통해 세속주의에 물든 한국교회와 설교자들을 30년전에 이미 예언이라도 한듯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 최용호

수다스럽고 천박한 설교, 고함치며 윽박지르는 모습, 헌금 강요 등 세속주의에 물든 목회….

 

비기독교인들이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서 느끼는 다분히 반감 섞인 이미지들이다. 한국교회 목사들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20세기 최고의 강해 설교자라 불리는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는 이 책 ‘목사와 설교’에서 3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어 그 원인과 해법을 명쾌하게 알려주고 있다.

 

마틴 로이드 존스(1899-1981)는 누구?

 

로이드 존스는 어렸을 때부터 의사가 되기를 바랐고 우수한 성적으로 의과대학에 들어갔으나 하나님께서 그에게 바라시는 것은 육신의 질병을 고치는 의사가 아니라 영혼의 질병을 고치는 목회자의 길임을 깨닫게 됐다.

 

그는 27세 때 장래가 촉망되던 의사 직업을 버리고 아베나본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남웨일즈에 있는 이 도시에서 그는 위대한 사역을 했고, 담임했던 교회에 크나 큰 부흥을 가져왔으며 이후 런던 웨스트민스터 채플로 옮겨 30년간 사역했다.

 

기독교 역사가들은 “그의 깊은 영적 통찰력과 해박한 신학 및 일반지식, 목회자적 충정은 만인의 영혼에 깊은 파도를 일으켰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미 30년 전에 한국교회의 현실을 예언하다

 

<목사와 설교>는 저자가 40여 년간의 성공적인 목회 경력을 토대로 목회자의 설교사역을 원리에서부터 실제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게 파헤치고 있다.

 

우선,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문제들이 현재 한국교회의 목회현장을 너무도 예리하게 진단하고 있어서 독자들을 감탄케 한다. 마치 한국교회가 그렇게 될 줄 알았다는 것처럼….

 

이 책은 원래 1969년 봄에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강의안으로 탄생했고, 1971년에 책으로 출간됐다. 그런데 30년의 세월과 영국과 한국이라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우리의 현실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설교의 영향력이 약화되자 프로그램에 목숨을 거는 한국교회

 

저자는 1장에서 ‘설교의 우위성을 포기하고 다른 프로그램에 의존하려는 모습’에 대해 거론하고 있다. 로이드 존스는 “설교가 퇴조하기 시작하자 예배에 있어서 형식적인 요소가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예배에 여흥적인 요소로 영화를 보여주기도 하고 찬양을 점점 더 많이 하지만 말씀을 읽는 일과 기도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성가대 지휘자가 교회의 새로운 직책으로 부각되고 그는 성가대 지휘만이 아니라 분위기를 창출하는 일을 떠맡게 되었다. 분위기를 만드는 데 너무 시간을 들여서 그 분위기 속에서 정작 설교할 시간은 없어지는 모순까지 일어난다.”

 

여기에 더해서 “간증 순서의 등장, 상담사역에 대한 강조 등도 설교에 대한 강조점의 약화의 증거”라고 말한다. 이런 일들이 실제로 한국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더 나아가 설교자 자신들이 설교의 우위성을 확신하지 않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풍경을 예상이라도 한 듯 로이드 존스는 “설교가 언제나 최우선이며, 설교에 우선권을 주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1,2,3장은 바로 이것에 대한 논증이다. 로이드 존스가 비판하는 설교의 우위성을 포기하는 설교자들의 모습 속에 나의 모습도 있고 한국교회의 모습도 있다. “설교가 쇠퇴하면 교회는 생명을 잃게 된다. 그러면 세상은 빛을 잃고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현재 한국의 모습이 로이드 존스의 말들에서 그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회중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망한다

 

7장에서는 <회중에 의해서 좌우되는 강단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보여준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역시 회중을 지나치게 강조하게 됐다는 것. 이 때문에 교회가 설교를 망치고 있고, 교회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드 존스는 이런 경향에 대해서 분석하면서 “오늘날 사람들은 논리 정연한 설교를 따라잡을 수 없고 전문신학용어를 이해할 수 없다”거나 “과학의 시대에 비과학적 사실을 말하면 안 된다. 일상에 찌든 현대인들을 잘 이해해야 한다. 지나치게 교의적인 설교는 하지마라”는 등의 잘못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는데, 이 모두가 설교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찬양예배 등 퍼포먼스 만연...교회가 망해가는 징조

 

14장에서 로이드 존스는 예전에는 부수적인 요소에 불과했던 음악이 오히려 예배를 지배하고, 설교를 대체하려는 현상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음악은 분명 예배를 감칠맛 나게 하고 품위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나 과도하게 예배 전반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찬양인도자에 의해서 주도되는 예배, 설교 전에 행해지는 ‘성가대 분위기 잡기’ 등은 설교의 약화를 만회해보려는 헛된 노력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런 헛된 노력이 현재 한국교회에서 만연하고 있다. 설교가 부수적인 순서로 전락해 버리고 찬양예배들이 넘쳐나고 있다.

 

로이드 존스의 분석에 의하면 이것은 교회가 망해가는 징조다. 비록 지나친 면이 있고 과격한 면도 있고 한국교회만의 독특한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한국교회는 이런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명의식과 성령의 사람...설교자의 기본 자질

 

로이드 존스는 설교자가 설교자일 수 있는 비결로 ‘소명’을 말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일으키시는 압도적인 소명감과 강제적 강박의식에 의해 세워진 설교자, 교회에 의해서 세워진 설교자, 이처럼 하나님의 손에 의해서 세워지고 붙들려진 자만이 설교자의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평생 설교자로 살아야 하는 한국의 목회자들에게 이런 소명의식이 있는가? 정말 묻고 싶어진다.

 

저자가 설교자에게 요구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하고, 독특한 면은 성령의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6장에서 설교자의 기본자질은 성령에 충만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9장에서는 설교자의 준비를 다루면서 기도하고 말씀 읽는 것에 있어서 성령의 충만함을 받으라고 말한다.

 

“모든 것보다 기도하고 싶은 모든 충격에 대해 언제나 반응을 보이십시오. 나는 이것을 절대적인 법칙으로 삼으려 합니다. 이것이 성령의 역사입니다. 성경을 읽다가 한 구절이 유별나게 부딪쳐 오면 계속 읽어나가지 마십시오. 즉시 멈추어 그 구절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저자는 이처럼 “평소에도 설교자는 성령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며, 아울러 설교단에 올라가서도 성령으로 충만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설교를 잘 준비해서 설교단에 올라가야 하지만 설교단에서는 원고에 매이지 않고 성령의 이끌림을 받아야 한다. 설교는 오직 성령의 역사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설교의 메마름은 성령에 충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설교자들은 이와 같이 “성령으로 충만하라”는 그의 말에 충심으로 동의해야 할 것이다.

 

직업주의라는 함정에 빠지지 말라

 

로이드 존스는 설교자가 직업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주일날에 설교하는 주요 이유가 단지 주보에 설교한다고 미리 알려졌기 때문이라면 설교자에게 있어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 그 의미는 그 설교자에겐 설교하는 일이 자기의 직업 외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는 말이다.

 

이런 직업주의에 빠진 설교자들에 대해서 로이든 존스는 이 책에서 자주 언급한다.

 

“하나님에게서 들은 것이 없으면서도 ‘그저 설교할 때가 됐고 자신에게 맡겨졌으니 어쩔 수 없이 하는’ 설교자들과 그들의 설교, 하나님의 말씀은 오간데 없이 자신의 사변만을 늘어놓는 설교자들이 많다.”

 

왜 그들이 그렇게 되었을까? 로이든 존스는 그들처럼 되지 말기를 당부하면서 많은 제안을 한다. 물론 원리는 성령으로 충만한 설교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원리를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한국교회의 설교자들은 로이드 존스의 조언을 통해 “설교가 무엇인지”에 대한 자기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기실, “설교를 어떻게 할 것인가?”보다 근원적이고 중요한 질문은 “설교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설교자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제자로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교자요 목회자라는 허위의식을 벗고 하나님 앞에 서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수많은 목회자들이 기억해야 하는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하나님은 아직도 당신의 종들을 통해서 세상이 감당치도 못하고 생각지도 못하는 일을 행하고 계신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나치게 짧은 역사 속에 한국교회가 천박한 성장주의와 세속주의에 오염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이 땅의 강단에는 순수한 열정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길로 가고자 애쓰는 목회자들과 설교자들이 많다고 믿고 싶다.

 

아무튼 로이드 존스 목사가 후배 설교자들에게 남겨놓고 간 저서 <목사와 설교>는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바로 그 사역으로 가는 첩경을 제시해주고 있는 위대한 저술임이 틀림없다. 이 책은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사상 최대의 위기에 봉착해 있는 한국 기독교가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D.M. 로이드존스 지음, 서문강 옮김, 기독교문서선교회, 429쪽(1999)

2008.01.05 09:37ⓒ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D.M. 로이드존스 지음, 서문강 옮김, 기독교문서선교회, 429쪽(1999)

목사와 설교

마틴 로이드 존스 지음, 서문강 옮김,
기독교문서선교회(CLC), 1995


#로이드존스 #목사와 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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