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할 왕자, 힐러리는 줄리어스 시저?

[해외리포트] 미 대선 후보와 셰익스피어 인물 짝짓기

등록 2008.01.15 10:52수정 2008.01.1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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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메리칸 셰익스피어 센터'에 있는 블랙프라이어스 극장.

'아메리칸 셰익스피어 센터'에 있는 블랙프라이어스 극장. ⓒ 한나영



▲ 버락 오바마=할 왕자(헨리4세)
▲ 힐러리 클린턴=줄리어스 시저(줄리어스 시저)
▲ 존 에드워즈=비앙카(말괄량이 길들이기)(이상 민주당)


▲ 존 매케인=코리올라누스(코리올라누스)
▲ 루디 줄리아니=안토니(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 마이크 허커비=팔스태프(헨리4세)
▲ 미트 롬니=옥타비아누스 시저(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이상 공화당)


미국의 대선 열기가 뜨겁다.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혈전을 치른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주자들은 2월 5일 '슈퍼 화요일'의 판세를 좌우하게 될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금 피 말리는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버지니아 주 스탠튼에 위치한 '아메리칸 셰익스피어 센터(ASC)'에서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의 인물과 대통령 후보를 비교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아 눈길을 끈다.

아메리칸 셰익스피어 센터는 1988년 랄프 코헨 박사와 그의 제자 짐 워렌이 설립한 셰익스피어 전문 연구기관이다. 이곳에는 르네상스 시대 런던에 있었던 '블랙프라이어스 극장'을 그대로 재현한 블랙프라이어스 극장이 있어서 1년에 51주 동안 셰익스피어 연극을 공연한다.     

바로 이 기관에서 미국의 대선 후보와 셰익스피어 희곡에 나오는 인물을 짝짓기 하여 발표한 것이다. 군웅할거식으로 나선 미국의 대선 후보들은 어떤 점에서 셰익스피어 인물들과 비슷할까. 학창시절에 읽었던 셰익스피어를 떠올리면서 미국 대선 후보들의 성향을 분석해 보자.


a  버락 오바마 미 상원의원.

버락 오바마 미 상원의원. ⓒ EPA=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무경험이 문제될 게 없었던 할 왕자


'모든 사람을 친구가 되게 하라.'

지금은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얻고 누구도 그를 나쁘게 말하는 사람이 없는 지도자가 필요한 시대다. 바로 이때 떠오르는 인물이 <헨리 4세>와 <헨리 5세>에 나오는 할 왕자다.

할 왕자는 헨리 4세의 아들로 나중에 헨리 5세가 되는 인물이다. 원로 귀족들은 선왕의 서거로 왕위에 오른 할 왕자를 두고 그의 무경험을 문제 삼아 통치능력을 의심한다. 하지만 할 왕자는 수적으로 적은 영국군을 이끌고 아쟁쿠르 전투에서 프랑스에 승리를 거두고 영국을 통일한다. 바로 이러한 할 왕자에 비유되는 인물이 오바마다.

"할 왕자는 역경을 딛고 일어섰다. 그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는 배경이 전혀 다른 사람들을 한데 뭉쳐 단결시켰다. 이와 비견되는 인물이 바로 오바마다. 그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연설을 통해 희망을 말한다. 그는 할 왕자와는 달리 우리를 전쟁터로 이끌지 않는다. 대신 우리로 하여금 위대한 선을 위해 희생하도록 만든다. 그는 겸손하고 인간적인 인물이다."

아메리칸 셰익스피어 센터의 마케팅 디렉터인 에릭 커렌의 말이다.

선호도가 양극단으로 나뉘는 힐러리 클린턴, 줄리어스 시저

a  힐러리 클린턴 미 상원의원.

힐러리 클린턴 미 상원의원. ⓒ AP=연합뉴스


힐러리는 우선 로맨틱 코미디 <헛소동>에 나오는 클로디오의 연인 히어로에 비유된다.

왜냐하면 그녀에게는 자신을 속 썩였던(?) 바람피운 남편 클린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힐러리는 침묵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키워나간다.

힐러리는 이렇게 히어로에 비유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줄리어스 시저>에 나오는 시저에 더 어울린다.

왜냐하면 힐러리에게는 그녀를 아주 좋아하는 유권자들뿐 아니라 극도로 싫어하는 유권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시저를 영웅으로 추앙했던 백성들뿐 아니라 대단히 싫어한 백성들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별로 (정치를) 하고 싶지 않지만 (정치는) 국가를 위해서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는 식의 태도를 견지하는 것도 시저와 일맥상통하는 면이다.

세 번 결혼한 남자 루디 줄리아니, 안토니

a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에서 안토니에 비유된 줄리아니. 뉴스리더닷컴에 실린 일러스트레이션.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에서 안토니에 비유된 줄리아니. 뉴스리더닷컴에 실린 일러스트레이션. ⓒ 뉴스리더닷컴


줄리아니는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에 나오는 안토니에 비유된다.

안토니는 로마의 2차 삼두정치에 나오는 세 지도자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클레오파트라에 빠져 자신의 임무를 소홀히 한다.

한편 옥타비아누스 시저는 안토니에게 지도자의 의무를 다하라고 요청하면서 자신의 누이 옥타비아와 결혼할 것을 요청한다.

그렇게 되면 지도자 간의 정치적인 유대가 강화될 거라고 하면서. 결국 안토니는 그렇게 한다.

이러한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의 구성이 곧바로 줄리아니에게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세 번이나 결혼한 줄리아니로서는 계속 그에게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 대답하기 곤란한 처지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즉, 그의 사생활이 대통령 후보로서 행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넉넉한 이미지의 목사 마이크 허커비, 팔스태프

대선 후보들의 첫 경선 무대였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복음주의자들의 지지를 받아 예상 밖의 1위를 차지한 허커비. 그는 <헨리 4세>에 나오는 팔스태프에 비유되는 인물이다. 할 왕자의 오른팔이었던 팔스태프는 덩치가 크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었다.

허커비 역시 지난 2003년 '타입2 당뇨병' 진단을 받고 체중을 54kg이나 줄여야 했던 덩치가 큰 사람이었다. 이런 허커비에게는 뚱뚱한 사람에게서 보이는 친근한 이미지가 아직도 남아 있다.

허커비는 팔스태프에 비유되기도 하지만 다른 점도 많다. 팔스태프는 여자와 술을 대단히 밝히는 등 결점이 많았지만 허커비에게는 이런 결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두 사람 모두 대단히 종교적인 인물이라는 점이다. 셰익스피어 희곡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성경을 가장 많이 인용하는 사람이 바로 팔스태프다. 허커비 역시 전직 침례교 목사로 팔스태프와 같은 그런 높은 신앙심을 보여주고 있다. 허커비의 신앙은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쟁영웅 존 매케인, 코리올라누스

a  존 매케인.

존 매케인. ⓒ 연합뉴스


해군 조종사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돼 고문까지 당한 매케인. 그는 <코리올라누스>에 등장하는 로마의 전설적인 전쟁 영웅 코리올라누스에 비유된다. 코리올라누스는 로마 시대의 비극적 영웅으로 귀족의 권력 기반이 약화되고 호민관을 앞세운 민중의 힘이 부상하던 전환기를 살았던 인물이다.

바로 그 시대에 로마를 위해 목숨을 바쳐 충성한 용맹한 장군이 코리올라누스다. 그는 사회의 부정과 타협하지 않았고 정직한 인물이었다. 아메리칸 셰익스피어 센터의 마케팅 디렉터인 커렌은 매케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는 충직한 전쟁 영웅이다. 그는 단순히 베트남전 부상 영웅이라는 점만을 이용하여 대선에 나선 게 아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말할 뿐이다. 그는 언행이 일치하는 인물이다."

비즈니스맨 미트 롬니, 옥타비아누스 시저

롬니는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에 나오는 옥타비아누스 시저에 비유된다. 옥타비아누스는 자제력이 뛰어난 비즈니스맨이다. 그는 세 명의 위대한 지도자 가운데 하나로 그의 모든 움직임은 정치와 비즈니스 측면에서 치밀하게 계산되고 구축되어 있다. 바로 이런 뛰어난 정치적 수완이 있었기에 로마의 초대 황제가 될 수 있었다.

공화당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부자 소리를 듣고 있는 벤처 사업가 출신인 롬니. 그 역시 비즈니스맨으로서 뛰어난 감각을 자랑한다. 또한 대단히 정치적이라는 평도 듣는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롬니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다. 

잘 생긴 미소년 존 에드워즈, 비앙카

<말괄량이 길들이기>에는 두 자매가 나온다. 말괄량이인 맏딸 캐서린과 얌전한 요조숙녀인 둘째 딸 비앙카다. 에드워즈는 잘 생긴 외모 덕분에 '프리티 보이'(pretty boy)라고 불리며 <말괄량이 길들이기>에 나오는 비앙카에 비유된다. 또한 에드워즈는 정열적이고 힘이 넘치는 끈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헨리 4세>에 나오는 해리 핫스퍼 퍼시에 비유되기도 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과연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누가 이 드라마의 멋진 주인공이 될까. 셰익스피어가 이번 미국 대통령 경선을 지켜보게 된다면 과연 어떤 드라마로 전개시킬까. 희극? 비극? 어쩌면 비극적 희극이 되지 않을까?
#오바마 #힐러리 #매케인 #미 대선 #셰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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