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손학규 회동, '통일부 어찌할까'

오늘 오후 2시...통일부 폐지 등 정부조직법 처리 협조 요청

등록 2008.01.17 12:22수정 2008.01.1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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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방침은 강경하다. 16일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이 원안대로 국회에서 처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부 폐지 카드가 국회 협상용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선 "이명박 당선인이 직접 결정했다"며 완강하게 부인했다.

 

원내 제1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이하 통합신당)도 배수진을 치긴 마찬가지다. 통일부 폐지 만큼은 절대 불가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도 이에 가세했다. 한나라당은 인수위로부터 넘겨받은 개편안을 당론으로 채택,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게 목표다. 대선 이후 뒤바뀐 여야의 첫 대결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통합신당의 새 대표를 맡은 손학규 대표와 이명박 당선인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두 사람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한나라당 내에서 대통령 후보를 놓고 경쟁했던 '라이벌'이었다. 이번엔 '통일부 폐지' 여부가 승패의 관건이 됐다.

 

인수위 "원안대로" VS 신당 "절대 안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당선인은 17일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전격적으로 국회를 방문해 손학규 대표 등 통합신당 지도부를 만날 예정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위한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이 당선인은 또 영등포 민주노동당 당사도 잇따라 방문하는 등 국회에 대한 전방위 로비에 나섰다.

 

앞서 이명박 당선인은 이날 오전 이경숙 인수위원장를 만나 "부처가 폐지되거나 다시 합쳐지거나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민적인 시각에서 봐야 한다"며 "기능 재편이 중심인데 자꾸 폐지니 통합이니 자리를 갖고 생각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이 전했다.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 역시 이날 김효석 통합신당 원내대표 등을 방문해 새 정부 조직개편안을 설명한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통일부 폐지'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이나 인수위의 '통일부 폐지'에 대한 설득 논리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통일부 '폐지'가 아니라 외교부와의 '통합'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특임장관'을 통해 대북정책 업무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김형오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일부 언론이 '통일부 폐지'라고 하는데 이번에 폐지는 국정홍보처 한 기관"이라며 "통일부는 폐지가 아니고 통일 정책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외교통상부와 통합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동관 대변인은 "남북관계에서 특별한 사안이 발생하면 두 자리를 두도록 한 특임장관을 활용한다는 것이 이 당선인의 뜻"이라고 밝혔다. 인수위는 전날(16일)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 당시 특임장관의 임무를 '해외투자 유치, 자원에너지 외교'라고 밝히면서도 그 성격은 '리베로'라고 설명했다. 남북 간에 현안이 있을 때마다 특임장관들이 특사 등의 형식으로 북한에 가서 문제 해결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 대변인은 또 "통일부의 존속은 협상 카드가 결코 아니며 개편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인수위의 입장"이라며 거듭 통일부 폐지가 이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인수위의 조직개편안이 국회에서 원안대로 처리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통합신당이 통일부의 '상징성'을 내세우며 결사 반대 뜻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김효석 통합신당 원내대표는 전날 "통일부 폐지는 당혹스럽고 충격적"이라며 "정부 부처가 기능과 효율도 중요하지만 상징성도 중요하다. 통일부 폐지가 막판 국회 협상용 카드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이라면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다른 부처에 대한 판단은 "차분히 검토를 해봐야 한다"며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유독 통일부 존폐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독립부처로 가야 한다", "국회 논의과정에서 반드시 살려내겠다" 등 '명쾌'하게 선을 그었다.

 

손학규의 고민과 이명박의 리더십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신임대표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신임대표 유성호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신임대표 ⓒ 유성호

손학규 대표로서도 '통일부 폐지' 만큼은 쉽게 수용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이해찬, 유시민 의원 등 친노세력이 당의 정체성 문제를 언급하며 잇따라 탈당한 상황에서 통일부 존폐 문제는 향후 당의 존립 기반과도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지난해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햇볕정책의 계승·발전"을 목놓아 외침으로써 과거 전력 시비를 차단하기도 했다.

 

게다가 통일부 폐지 문제를 양보할 경우 자신의 한나라당 경력과 맞물려 통합신당이 순식간에 '한나라당의 2중대'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할 판이다. 강재섭 대표는 이미 이명박 당선인과 만난 자리에서 "손 대표가 크게 보면 우리와 코드가 맞는다"고 말해 은근히 손 대표의 협조를 기대했다. 당시 이 당선인도 "중요한 국가정책은 우리와 (손 대표가) 토론하면 잘 맞을 수 있다"고 맞장구를 치는 등 사전 정지작업에 가세했다.

 

문제는 손 대표가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무작정 반대할 경우 "새 정부에 대한 발목잡기"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김대중 정부가 출범할 때 우리가 과반수였는데 그대로 통과시켜줬다.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게 원칙"이라며 "정부도 구성하지 못한 채 대통령이 취임하는 것을 국민들이 용납하겠느냐"고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 당선인이나 인수위와는 달리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에 출연해 "저희는 정부조직 개편 원안 통과를 목표로 하지만 정치는 타협이 필요한 것"이라며 "기본적인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다면 (대통합민주신당과) 어느 정도 협상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수위로서도 마냥 '원안 처리'만을 주장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늦춰질 경우 국무위원 인선 등 새 정부 출범에 적잖은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통합신당 의원(137명)과 민주노동당·민주당·창조한국당 의원을 합치면 모두 153명. 한나라당 의석(128석)만으로는 본회의 통과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범여권과 협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당선인이 서울시장 시절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계천 사업을 밀어붙였던 상황과는 다르다. 결국 'CEO 이명박'이 아닌, '대통령 이명박'의 리더십이 첫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2008.01.17 12:22ⓒ 2008 OhmyNews
#이명박 당선인 #손학규 대표 #정부조직 개편안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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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 저서 <이재명과 기본소득>(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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