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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들, 다각도로 '프로야구 살리기' 나선다

24일 간담회에서 모금액 사용과 광고 방향 등 논의

08.01.25 17:05최종업데이트08.01.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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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팬은 8개 구단을 원합니다." 야구팬들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 앞에서 모임을 열어 '프로야구 8개 구단 유지'를 강력히 주장했다. ⓒ 이호영

 

지난 17, 18일 자발적 서명운동과 모임으로 화제를 모았던 야구팬들이 다시 손을 맞잡았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 '유니콘스에게 희망의 뿔을(cafe.naver.com/again00unicorns)' 카페 운영진들은 24일 저녁 7시 신촌에서 간담회를 열고 추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카페 운영자 박정현씨를 비롯, 서명운동 현장에 나섰던 10여명의 운영진이 함께했다. 카페 운영진은 19일부로 총무·경리, 홍보, 기획·마케팅, 운영 이상 4개 팀으로 나누어 활동 중이다.

"1차 목표는 달성했다"

지난 12일 카페를 개설했던 박정현씨는 '8개 구단의 존속'이라는 1차 목표는 달성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씨는 "카페를 개설했을 당시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서 7개 구단으로 간다는 결정을 내릴 우려가 있었다. 때문에 '7개 구단이 아닌 8개 구단으로 가야 한다'는 결정이 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랬다. 박씨가 개설한 카페는 3일만에 2000여 명이 넘는 야구팬들이 몰리면서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 관심은 자발적인 서명운동과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8개 구단 팬들의 모임으로 이어졌다.

 

▲ 화룡점정 한 시민이 프로야구 살리기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 이호영

6185명의 서명을 받아내는 성과도 있었다. 박정현씨는 서명운동에 동참했던 임석씨와 함께 18일 8개 구단 사장단이 만난 KBO 이사회에서 야구팬들의 염원을 담은 서명록을 신상우 총재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결국 KBO 이사회는 8개 구단 유지에 동의했다.

지난번 울산서 올라온 박씨를 위해 오피스텔을 선뜻 제공했던 김양희씨는 "서명운동이 끝난 지 열흘이 다 돼 가는 지금도 팩스로 서명록을 전달하는 분들이 계시더라"며 야구팬들의 열정이 아직 식지 않았음을 전했다.

"모금액은 신중하고 투명하게 집행"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뤄진 사안은 모금액에 대한 문제였다.

운영자 박정현씨는 통장을 개설한 후 꾸준히 모금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모인 돈은 약 1000만원 정도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김양경 KBOP 기획이사, 나진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과 같은 야구계 내외의 유명 인사들도 여기에 동참했다.

운영진들은 이렇게 모인 돈에 대해 굉장히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특히 모금운동을 진행한 박정현씨는 "돈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이 나올까봐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먼저 운을 띄웠다.

그러자 운영팀의 조성삼씨는 "부담되는 것이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돈을 빨리 써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같은 팀의 유정목씨도 "어렵게 모인 돈인 만큼 신중하게 써야 한다.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만 관리하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금액은 오직 '야구를 위해 쓸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박정현씨는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곳에도 배려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을 내 공감을 얻기도 했지만, "야구를 위해서 모인 성금인 만큼 용도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 더 많은 운영진들의 의견이었다.

따라서 모금액은 유소년 야구 발전 기금이나 임수혁 선수 돕기 등 야구를 위해서만 쓰기로 결정했다. 모금액의 집행은 추후 별도로 논의할 예정이며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뒤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카페 활동에 대한 광고도 싣겠다"

 

▲ "회원들과의 약속은 중요하죠." 카페 운영자 박정현씨는 광고에 대해 "찬성 의견이 많은 만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호영

운영자 박정현씨는 광고에 대해 "찬성 의견이 많아 변함없이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이어 그는 "KBO 이사회에서 8개 구단으로 간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데다 서명운동 등으로 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광고 효과는 조금 의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광고를 여전히 원하는 분들이 있어서 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운영진들의 의견도 대체로 박씨와 비슷했다. 금액에 상관없이 전면광고를 실어주겠다는 한 언론사가 있는데다 지하철 무료 광고 제의까지 왔다는 점에서 굳이 광고를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이에 박씨는 25일 광고 관계자와 연락 후 카페의 입장을 전달했다. 또한 광고 계좌를 별도로 개설하고 즉각 광고 성금을 모으기로 했다.

그는 "기존 모금 계좌가 광고에 쓰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대신 "광고가 언론사의 사정상 무산될 경우는 광고 계좌의 돈을 기존 모금 계좌로 옮기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며 "이 점은 반드시 사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광고 문구로는 "500만 관중, 우리가 책임지겠습니다", "프로야구팬은 8개 구단을 원합니다" 등이 거론됐으며 추후 회원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고 후보작을 정할 예정이다.

한편 운영자 박정현씨는 "이번에 큰맘 먹고 올라왔다"며 27일 인천을 시작으로 당초 약속했던 지역모임을 진행할 뜻을 밝혔다. 이에 시간이 맞는 운영진들은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또한 사진 전시회와 바자회 등 프로야구를 위해 팬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실천하기로 다짐했다.

프로야구가 아직 어둡지 않은 것은 이렇게 자신의 일처럼 나서는 열정적인 야구팬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이 빨리 새로운 기업의 인수 대상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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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5 17:05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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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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