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민 죽인 삼성-정부의 새까만 거짓말

[릴레이 기고 ⑥] 박경신 고려대 법과대학 교수

등록 2008.01.29 10:32수정 2008.01.2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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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을 비탄에 젖게 했던 충남 태안 원유 유출 사고. 하지만 이 사고와 연관된 해상크레인의 소유주 삼성중공업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이를 실천할 의지조차 없어 보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삼성중공업에 기업의 책임을 촉구하는 각계각층의 릴레이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기름유출로 생계를 비관, 죽음을 택한 태안주민의 장례식장 앞에서 삼성을 비난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는 태안 주민들. ⓒ 신문웅

기름유출로 생계를 비관, 죽음을 택한 태안주민의 장례식장 앞에서 삼성을 비난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는 태안 주민들. ⓒ 신문웅

태안군민 세 명이 음독자살하게 된 원인은 기름 오염뿐만이 아니다. 피해 보상에 대한 삼성중공업과 정부의 잘못된 말들이 주민들을 더욱 절망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잘못된 말 ① "유조선에 1차적 책임, 먼저 보상할 수 없다"

 

첫째, 삼성중공업은 자신의 책임이 30억~40억원에서 제한된다며 나중에 중과실이 입증된다고 하더라도 "유조선 측에 1차적 책임이 있어 보상을 먼저 시작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근거가 없다.

 

이번 사건의 원인은 삼성 예인선단측과 유조선측의 공동불법행위로, 법률상 양측이 동시에 책임을 지게 된다. 유조선 또는 유조선을 대위하는 보험사나 IOPC펀드(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 합쳐서 유조선측의 배상절차와 관계없이 삼성중공업 측은 지금 당장 피해 배상을 시작할 수 있다.

 

잘못된 말 ② "먼저 보상하면 IOPC펀드 배상에서 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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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현장 서울역 앞 광장에서 열린 집단 시위현장에서 피해지역주민이 '삼성과 정부는 태안 주민의 생계를 책임져라'라고 적힌 핏켓을 들고 있는 모습 ⓒ 정대희

▲ 시위현장 서울역 앞 광장에서 열린 집단 시위현장에서 피해지역주민이 '삼성과 정부는 태안 주민의 생계를 책임져라'라고 적힌 핏켓을 들고 있는 모습 ⓒ 정대희

둘째, "삼성중공업이나 정부에서 지금 보상을 시작하면 IOPC펀드의 배상액수에서 공제된다"는 삼성 측과 정부의 주장도 왜곡이다.

 

이번 피해 규모는 유조선 측과 삼성 측의 1차적인 배상한도의 합계인 3040억원을 훨씬 넘을 것이 확실하다.

 

지금 삼성이나 정부가 수천억원 대의 보상을 먼저 해도, IOPC펀드는 삼성이나 정부가 보상하지 않은 피해에 대해 보상해야 하며 결국은 3천억원을 모두 소진시킬 것이다.

 

즉, 정부나 삼성 측의 선보상은 IOPC펀드가 지급할 액수를 감소시키지 않는다. 특히, 최근 지급된 생계지원금 558억원에 대해서도 정부는 IOPC펀드와의 관계 때문에 지급을 지연 시켜 왔는데 피해 규모를 직시했다면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그렇게 선보상을 한 다음 그 비용을 IOPC펀드 측에 주민들을 대위하여 청구할 수 있다.

 

피해 규모가 IOPC펀드의 배상한도를 넘었던 사건은 역사상 단 두 번 있었는데 1999년 에리카호 사고와 2002년 프레스티지호 사고다.

 

두 경우 모두 프랑스 정부와 스페인 정부는 각각 주민들의 피해 90% 이상을 선보상한 후에 IOPC펀드에 청구했다. 이번이 세 번째 사건인데 정부가 모범적인 선례를 따를지는 순전히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잘못된 말 ③ "중과실 입증되면 배상하지 않아 국익에 해"

 

셋째, 삼성중공업은 "IOPC펀드는 외국에 있는 돈이고 자신들의 중과실이 입증되면 IOPC펀드가 배상을 하지 않아 국익에 해가 된다"는 애국심을 자극하는 주장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하고 있으나 이 역시 근거가 없다.

 

IOPC펀드는 '무과실책임' 하에 피해보상을 하기 때문에 삼성중공업 측의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우선은 피해보상을 한 후에 삼성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것이다. 이때 삼성이 구상권 청구를 기다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보상을 시작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또, "삼성의 중과실이 입증되면 IOPC펀드가 구상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국익에 해가 된다" 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최소한 삼성 측에 조금이라도 과실이 있다는 것은 이미 드러난 이상 IOPC펀드는 중과실의 증명여부에 관계없이 삼성측에 구상권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말 ④ "무면허 어업소득은 보상받을 수 없다"

 

넷째, "무면허 어업소득에 대해서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거나 "사업자등록이 있는 사업에 대해서만 보상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우리나라 판례의 내용일 뿐이며 IOPC보상청구매뉴얼에는 면허 취득 여부를 조건으로 요구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피해입증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주민들을 더욱 위축시키지 말라.

 

또, "관광업자들에게 용역을 제공하는 업자들은 보상자격이 없다"는 해양수산부에서 작성한 피해신고양식의 내용 역시 IOPC보상 청구매뉴얼의 내용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예를 들면, 민박업자를 위한 세탁업자도 보상자격이 있다.

 

결국, 정부와 삼성중공업측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더 많은 태안군민들이 죽어가고 지역이 황폐화된 이후에 책임을 지거나 그렇게 되기 전에 책임을 지거나.

2008.01.29 10:32 ⓒ 2008 OhmyNews
#태안 기름유출 #박경신 #릴레이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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