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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본질, 당신은 아시나요?

[리뷰] 10대 임신을 소재로 한 미국판 <주니 제노>인 <주노>

08.02.22 08:52최종업데이트08.02.2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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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노> ⓒ (주)미로비전

미국판 <제니, 주노>라고 할 수 있는 10대 여자아이가 임신을 한 내용을 다룬 영화 <주노>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상 10대가 임신을 했다는 가정은 한국 사회처럼 미국 사회에서도 사회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영화 자체의 소재로 쓰이다보면 자연스레 사회적인 편견과 생명의 존엄성 등에 대해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노>는 현명하게도 그러한 사회적인 시선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사실상 사회적인 초점에 맞추다보면 소재 자체가 무거워 이야기가 무거울 수도 있고, 양자택일을 하다보면 찬반양론에 부딪혀 영화 그 자체를 곱게 바라보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던 듯 <주노>는 그러한 선택의 갈림길에 고민하기보다는 사랑 자체에 대한 문제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물론 사회적인 시선과 어른들의 이중적인 태도 등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무겁지도 않으며, 사랑의 본질에 대해 함께 생각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오히려 멜로영화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16살 고등학생 주노 맥거프(앨런 페이지)는 평소에 흠모하던 남학생 폴리 블리커(마이클 세라)와 동침에 들어가 아이를 임신한다. 물론 임신 사실을 안 주노는 황망해하고 어쩔 줄 몰라 한다.

 

이런 대목에서 보면 영화가 십대의 임신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그 부분에 대해서 여느 영화처럼 사회적인 편견에 부딪혀 고민하거나, 생명의 존엄성에 매달리지 않을 뿐이다.

 

그것은 주노가 스스로의 선택 덕분에 피할 수 있었다. 주노는 임신 사실에 황망해했지만 곧 이어 출산 후 입양을 하기로 결정한다. 아이를 마크(제이슨 베이트먼)와 바네사(제니퍼 가너)라는 불임부부에게 아이를 주기로 한다.

 

주노가 자신의 아이 문제를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진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편견과 어른들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주던 영화들보다 이 영화가 성숙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주노가 아이의 부모를 선택한 이유는 역시 고등학생은 고등학생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만큼 깜찍하다. 바로 마크가 한때 록밴드를 했고, 여려 면에서 자기와 취향이 비슷하다는 이유였다.

 

즉 십대로서 자신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줄 아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깜찍한 이유를 내세워 십대들의 눈높이에 맞춰 영화를 이끌어간다. 즉 주노의 모습은 어른들의 행동을 따라하는 십대의 모습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극중 대사에 나오듯 “내 성숙도를 넘어서는 일을 처리하느라고요”라고 말하는 주노는 자신의 임신이 자신이 처리하기엔 조금 버거운 상대임을 인정한다.

 

또한 영화는 주노가 아이를 낳을 때까지 10개월 동안 겪는 크고 작은 변화에 대해 집중하고 친구들과 수다를 하는 모습에 집중하며, 10대의 눈높이에서 사랑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추구한다. 

 

가령 아버지에게 두 사람이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없는지에 대해 물어보고, 폴리가 괜찮은 남자라는 것을 깨닫는 등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사랑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십대의 풋사랑이 조금씩 성숙되어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잡아내었다. 

 

이러한 사랑의 본질이 영화 전반에 걸쳐 흐르다보니 자연스럽게 10대의 임신이 주요 이야기가 아닌 부차적인 코드가 되어버렸고, 당연히 관객들도 10대 임신에 큰 충격을 받거나 문제를 삼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10대 때 어떠했는지, 어떠한 사랑에 아파했는지 추억을 더듬거릴 수 있다. 그래서 <주노>는 오랜만에 만나보는 산뜻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2008.02.22 08:52 ⓒ 2008 OhmyNews
주노 주노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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