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필 아리랑 연주, 미 국무부의 작품

<뉴욕타임스>·<뉴스위크>·FT, 북-미 관계개선 긍정 전망

등록 2008.02.27 14:24수정 2008.02.2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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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미국인'으로 시작된 동평양극장의 해빙은 '아리랑'에서 폭죽이 되어 폭발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의 아나 파이필드 서울특파원은 역사적인 뉴욕필의 평양 공연을 이렇게 묘사했다.

 

현장의 청중뿐 아니라 남·북한 시청자 모두의 가슴을 울린 뉴욕필의 '아리랑' 연주는 다름 아닌 미 국무부의 작품이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평양 공연에 동반한 미 국무부의 한 관리가 자린 메타 뉴욕필 사장에게 아리랑을 연주할 것을 제안했고 그가 이를 받아들여 이번 연주가 이루어졌다는 것.

 

국무부의 제안은 적중했다. FT는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이 끝날 때만 해도 청중의 반응이 미지근했지만, '파리의 미국인'과 '캔디드 서곡' 그리고 '아리랑' 연주에 이르면서 평양 시민들이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아리랑 흘러나오자 평양 시민들 마음의 문 열어"

 

<뉴스위크>의 멜린다 류 기자는 "아리랑 연주가 시작되자 내 옆의 통역이 숨을 죽였다, 이어 1500명에 달하는 북한의 고위층 관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류 기자는 "아리랑은 우리에게는 각별한 곡인데 미국인들이 이를 연주하는 모습은 매우 특별했다"는 한 북한 관객의 반응을 소개한 뒤, 그녀의 통역 역시 "뉴욕필이 북한 음악인들이 연주하는 것과 똑같이 아리랑을 연주했다"며 흥분했다고 전했다.

 

FT는 "<신세계 교향곡>은 북한사람들에게 익숙한 곡이지만 거쉬인의 곡은 특별했다"며, 로린 마젤이 거쉬인의 '파리의 미국인'을 연주하기 전 "언젠가 '평양의 미국인'이란 곡을 누군가 작곡할지도 모른다"고 말하자 딱딱했던 연주회장의 분위기가 풀리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연주회가 끝난 뒤에도 북한의 청중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5분 이상 기립 박수를 보냈다며 뉴욕필의 일부 단원들은 감동에 젖어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로린 마젤은 연주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열광적인 호응을 본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며 "놀라운 반응이었다"고 연주회를 자평한 뒤, "청중들의 이런 열광적인 호응을 보면 우리가 임무를 제대로 해 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음악 들으려 앉은 사람을 '악'으로 묘사할 수는 없는 것"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역시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평양 공연이 "역사적"이었다고 평가하고, 1970년대의 '핑퐁외교'가 미·중관계를 해빙시킨 사실을 떠올렸다.

 

그는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는 먼저 상대를 '악'으로 분칠하는 법 아니냐"며 "음악을 듣기 위해 앉아있는 사람들을 '악'으로 묘사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 역시 "'핑퐁 외교'를 능가하는 큰 도약"이라고 평양공연을 평가한 뒤, "북·미 관계개선을 향한 모멘텀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위크>는 윌리엄 페리와 도널그 그레그가 서울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북한측의 배려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육로로 평양에 도착한 사실에 특별히 주목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강경파로 알려진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사가 매우 실용적인데 놀랐다"며 "남한의 새 정부 출범과 핵문제에 대한 미 국무부의 대화노력이 결합하면서 이번 평양공연이 양국의 외교적 진전을 향한 '골든 모멘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악관, "연주는 연주일 뿐" 확대해석 경계

 

평양 현장의 흥분과 낙관적 분위기에 비해 워싱턴의 공식 반응은 상대적으로 건조한 편이다. 백악관 다나 페리노 대변인은 "이번 공연이 미국의 외교노력에 상처도 도움도 주지 않았다"며 "연주는 연주일 뿐이고 이번 방북이 '외교적 돌파구'도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는 아직까지 핵사찰 시한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오판하지 말라는 미국측의 경고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아직 외교관계도 맺지 못한 두 나라의 국가가 동평양극장에서 연주되고 양국의 국기가 나란히 무대를 장식한 것은 놀라운 광경이었다"고 평가했다.

 

영국 <더 타임스>의 지적처럼 "한국 전쟁 이래 미국에 의한 최대 규모의 대북 (음악) 침공"을 마친 뉴욕필은 아시아나 전세기 편으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뒤 28일 '예술의 전당'에서 남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2008.02.27 14:24ⓒ 2008 OhmyNews
#뉴욕필 평양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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