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검은색 옷차림의 이란인, 무슨 일일까

[국이랑 영아의 자전거로 가는세상구경(이란 편)] 이슬람 시아파의 최대 종교행사, 아슈라

등록 2008.03.08 12:10수정 2008.03.1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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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동경로, 스토리에 등장하는 지명을 중심으로 표시. ⓒ 김성국


"둥둥둥, 둥둥둥." 갑자기 바깥에서 북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일까?' 상황이 궁금했던 나는, 영아를 잠시 게스트 하우스에 남겨 둔 채 급하게 자전거를 끌고 거리로 나섰다.

나중에 알았는데 이날은 다름 아닌 시아파 모슬렘들의 애도절인 아슈라(Ashura)였다. 모슬렘들은 다수의 수니(Sunni))파와 소수의 시아(Shi'a)파로 나누어지는데, 이란은 대표적인 시아파 모슬렘 국가다.


여기서 잠시,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접하게 되면 반드시 따라오는 용어인 '수니'와 '시아'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서기 632년, 이슬람의 창시자인 예언자 무하메드(Mahomet)가 죽은 후, 이슬람 세계는 그의 뒤를 이를 후계자 문제로 혼란에 빠졌다. 이후 권력은 마호메트의 혈통이 아닌 예지드(Yezid)에게 계승되었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무하메드의 손자 후세인(Husayn)은 반란을 일으킨다.

하지만 후세인과 그를 따르는 72명의 추종자들은, 현재 이라크 땅인 캬르발라(Kerbala)에서 예지드가 보낸 군대에 의해 전멸 당한다. 이 비극의 날이 바로, 이슬람력으로 1월 10일. 시아파 모슬렘들이 말하는 눈물의 '아슈라'다(시아파 모슬렘들은 이 아슈라가 있는 달에는 결혼식마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슬람 세계는 수니파와 후세인을 따르는 시아파로 분열된다. 이맘(Imam; 모슬렘의 지도자)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시아파는 이슬람교를 창시한 예언자 무하메드의 직계 자손만이 하느님의 말씀을 제대로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조금 더 역사적인 배경을 살펴보면, 첫 번째 이맘 알리가 살해당하고 그 영토는 시리아의 군주에게 넘어갔다. 그 후 시리아의 왕위를 계승한 예지드는, 세 번째 이맘인 후세인에게 조공을 바칠 것을 명령했다. 그에 못마땅하던 차, 예지드에 의해 임명된 그 지방 통치자의 폭정으로부터 자신들을 구해달라는 이라크 땅 쿠파(Kufa)의 한 시민의 요청을 받아들여 후세인은 그를 따르는 72명의 사람들을 데리고 출정했지만, 4000명에 달하는 예지드의 군사에 의해 모두 잡혀 처형당했다. 그 후, 이맘 후세인이 순교한 캬르발라 지역과 이라크의 쿠파 지역은 이슬람 시아파들에게 가장 중요한 순교지 중의 하나가 되었다.

시아파 모슬렘들은, 12명의 이맘(교주)을 예언자 마호메트의 직계 계승자로 생각하는데, 그 12명 중에서도 첫째 '알리'와 셋째 '후세인', 여덟째 '레자', 열두 번째 '마디'를 가장 중요한 이맘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873년 12대 이맘을 끝으로 이맘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시아 무슬림들은 1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언젠가는 다시 올 메시아의 재림을 굳게 믿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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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라 이란, 시라즈 ⓒ 김성국


"빨리 나가자, 뭔가 큰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어!"

잠시 밖의 상황을 둘러보고 돌아온 나는, 어리둥절해 하는 영아를 재촉해 다시 밖으로 나갔다. 거리는 온통 검은색의 물결이었다. 남자든 여자든 모두 검은색 옷차림뿐이다. 당시엔 아슈라에 대한 배경 지식이 전혀 없었기에, 지금껏 우리가 경험해 봤던 축제들과 별반 다를 게 없겠지 하는 생각으로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상황은 다른 나라에서 겪었던 축제와는 무언가 많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거리에 나와 있는, 한명 한명 사람들의 표정은 엄숙했고, 귓가를 울리는 애잔한 음악은 아무것도 모른 채 거리에 나온 외국인들조차 숙연하게 만들었다.   

'아슈라'는 축제의 날이 아니라, 애도(哀悼)의 날이다. 시아파 모슬렘들의 삶에서 '애도'란 가장 중요한 삶의 테마 중 하나가 아닐까? 이들은 언제나 수많은 '이맘'과 관련된 기일을 애도하고, 그들 가족의 죽음까지도 기억하고 애도한다. 그들에게 슬픔이라는 정서는 우리의 그것과는 무언가 다른 느낌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마치 체화되어 삶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일상처럼.

'아슈라'처럼 거리에서 특별한 의식이 행해지는 애도의 날이 되면, 검은 깃발이나 상징적인 사진, 그림을 선두로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퍼레이드가 진행된다. 사실 정통 이슬람에서는 우상 숭배가 금지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모스크 내부에는 벽화나 성상(聖像) 같은 장식이 없다. 이런 이유로, 시아파 모슬렘들이 사용하는 사진, 그림 같은 것들 때문에, 정통 이슬람에선 시아파를 이단으로 취급한다.

퍼레이드가 진행 되는 동안 거리의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거리는 퍼레이드를 주도하거나 참여하는 사람, 그리고 그들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메워지게 되는데, 행사 중에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음식과 물 등을 나누어 준다.

줄지어 천천히 걷고 있는, 이들 검은색 복장을 한 남자들의 손에는 잔지르라 불리는 '쇠사슬(chain)'이 들려있는데, 무리의 선두를 끌고 있는 남자의, 무언가를 읊조리는 소리에 박자를 맞추어 이들은 군무를 추듯 걸으며 잔지르로 자신의 어깨와 등을 때린다.

이는 이맘 후세인과 순교자들의 고통을 함께한다는 의미다. 그들은 스스로에게 고통을 가하며 이렇게 외친다. "이맘 후세인 이맘 후세인, 우리는 캬르발라의 비극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너무 과격하다는 이유로 금지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맨몸을 쇠사슬로 때려, 아슈라 때면 온몸이 피투성이 되는 사람이 허다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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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라 이란, 시라즈 ⓒ 김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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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라 이란, 시라즈 ⓒ 김성국


이런 수난(?)의 행렬은 한군데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차량은 통제되고, 이쪽 거리에서 한 무리가 나타나면, 저쪽 거리에서 다른 한 무리가 나타나곤 했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각기 다른 방향에서 새로운 무리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들의 머리 부분이 충돌하거나 서로 맞부딪히는 일 없이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게 이루어져 갔다.

퍼레이드 속의 군중들은 거리와 광장, 시장, 그리고 역전 플랫폼 같은 곳들을 하루 종일 돌아다니는데, 가끔은 이들이 너무 격분할 때가 있다. 후세인을 죽였다고 믿어지는 슈미르(Shemr)의 역할을 맡은 사람이 실제로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바로 그때다. 사람들이 너무 격분한 나머지, 단지 이 역할을 하는 사람을 실제의 인물로 착각하는 일이 일어나서, 다치거나 죽게 하기 때문이다.

퍼레이드 중에는 전통적인 시(詩)가 계속해서 암송되고, 드라마틱한 노래가 울려 퍼지며 이란의 플루트와 드럼이 동원된다. 그리고 이 퍼레이드를 구경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건강과 행복, 부(富), 그리고 가족의 미래에 대한 소원을 빈다고 한다.

가이드북에는 퍼레이드에 특별한 초대를 받았거나, 이란 사람과 동행한 것이 아니라면, 이 격정적인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것은 그리 현명하지 못한 것이라고 적혀있다. 왜냐면 집단의 분노에 휩쓸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슈라를 겪어본 지금, 위 가이드북의 구절에 어느 정도 수긍 가는 부분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 역시 흥분한 청소년들에게 둘러싸여 자전거가 움직이지 못할 정도가 된 적이 꽤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마다 주변 어른들의 도움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이란 관련 보도자료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아슈라 장면. 시아 무슬림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자극적인 장면 위주로 편집된 아슈라를 TV를 통해 본다면, 아슈라를 단지 시아파들의 폭력적인 종교행사로만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사자가 아닌 한, 그들 뒤에 숨어 있는 박해받은 역사에 대한 그들의 슬픔이 어느 정도인지는 그 누구도 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1400년 동안, 매년 이맘 때면 이들은 늘 이렇게 울어왔다.

아슈라가 끝나면 그들은, 그들 본연의 자리로 돌아간다.
선량하고 친절한, 따뜻하고 정(情) 많은 이란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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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아슈라때의 시라즈 거리 풍경 ⓒ 김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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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조차도 이, 퍼레이드에 참여한다. ⓒ 김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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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이슬람에서는 우상 숭배가 금지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모스크 내부에는 벽화라던가, 성상(聖像)같은 장식이 없다. 이런 이유로, 시아파 모슬렘들이 사용하는 사진, 그림 같은 것들 때문에, 정통 이슬람에선 시아파를 이단으로 취급한다. ⓒ 김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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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즈의 바자르(전통시장)에서 만났던 실크가게 주인아저씨. 말이 안통 하는 상황, 카메라를 한번 가리키고 아저씨를 다시 쳐다봤더니 사진을 찍으라며 포즈를 취해 주셨죠. ⓒ 김성국

덧붙이는 글 | 국이랑 영아의 자전거로 가는 세상구경 - 긴 여정(이란,인도/네팔,터키편)- 은 작자의 홈페이지(http://www.bikeworldtravel.com/)와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그리고 SLR CLUB(http://www.slrclub.com/)에서 연재가 이루어 집니다. 오마뉴스는 매주 토요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덧붙이는 글 국이랑 영아의 자전거로 가는 세상구경 - 긴 여정(이란,인도/네팔,터키편)- 은 작자의 홈페이지(http://www.bikeworldtravel.com/)와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그리고 SLR CLUB(http://www.slrclub.com/)에서 연재가 이루어 집니다. 오마뉴스는 매주 토요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이란 #시아파 #수니파 #아슈라 #자전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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