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앞 잎이 모두 떨어진 겨울나무 앞 헌책방. 이제 봄이 다가왔으니, 책방 앞 나무에도 잎이 주렁주렁 달리며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 줄 테지요.
최종규
앤소니 드 멜로 님은 짤막한 우화로 사람들 마음을 움직입니다.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을 만한 이야기를 펼치고, 쉽게 알아들어 깨닫고는 자기 마음을 고쳐서 세상을 아름다이 부대낄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日本古書通信社’라는 곳에서 펴내는 소식지 <日本 古書通信> 67권 1호(모두 870호,평성14년)가 보입니다. 한 달에 한 번 펴낸다고 하는데 870호까지 냈다니. 예전에는 좀더 자주 나오기도 했구나 싶습니다. 그나저나 67권이면, 이 소식지를 낸 역사가 예순일곱 해. 책 역사와 책 문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새삼 돌아보게 됩니다.
<Edward Landon-Picture framing>(American artist group,1945)은 사진틀이나 그림틀 만드는 법을 일러 주는 이야기책입니다. 사진과 그림을 넣어서 집에서 손수 틀 하나 짜는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그림책 <시本幸造(그림)/神澤利子(글)-おべんとうを たべたのは だあれ>(ひさかたチャイルド,1983)를 봅니다. 어린 계집아이 하나가 도시락 하나 들고 산속으로 나들이를 나와서 딸기를 따서 먹습니다. 그렇게 숲에 들어가서 놀고 있는 동안 도시락은 그루터기에 올려놓습니다. 이러는 사이 큰곰이 몰래 다가와 도시락을 냠냠짭짭 해 버렸고 계집아이는 엉엉 웁니다. 그러자 큰곰이 머쓱해하는 얼굴로 돌아와 딸기를 두 손 가득 선물로 주고는 뒷통수를 긁적이며 숲속 깊숙이 들어갑니다. 계집아이는 바구니가 넘치도록 담긴 딸기를 들고 집으로 내려옵니다.
(3) 마지막에 한 권 더어느덧 책 구경을 마치고 돌아갈 때가 됩니다. 책값을 셈하려고 아저씨한테 책을 건넵니다. 자리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던 '책방 진호' 아저씨는 제가 건네는 책을 받아서 하나하나 살핍니다. 이동안 사진 몇 장 찍으려고 책방을 다시 한 번 둘러봅니다. 낯익은 이름이 찍힌 책 하나 눈에 들어옵니다. <아름다운 전쟁>(최홍이, 말과창조사,2005). 최홍이 님은 지난 1999년에 <평교사는 아름답다>라는 이야기책 하나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그때 그 책을 즐겁게 읽고 느낌글도 한 번 끄적인 적 있습니다. 2005년에도 책을 하나 내셨군요.
.. 교단에서 정년으로 조용히 물러나려던 내가 교사들의 부름을 물리치지 못하고 교육위원이 된 것은 나의 불운이다. 천진난만한 학생들과 수업만 하다 교육위원이 되어 경험한 교육계의 일들, 특히 예산 집행이나 승진, 자리를 둘러싼 지연, 학연 문제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이 저 청순한 아이들을 가르쳤단 말인가. 그래서, 아이들이 어른 되면 그 역사가 되풀이되나 .. (19∼20쪽)최홍이 선생님이 2005년에 낸 책은 소식을 못 들었습니다. 조용히 나왔다가 조용히 사라져 버리는 책이 되고 마는가요. 어쩌면, “정신 나간 공무원들, 외압에 굴복하는 교육감 때문에 교육 혈세가 이렇게 낭비되어도 문책은 없다. 공직자들에게 행정의 책임을 묻지 않아 공무원 하기 좋은 나라다.(199쪽)” 같은 말을 거침없이 쏟아낼 줄 알고, 또 평교사로 있을 때나 교육위원으로 있을 때나 바른길을 꼿꼿이 걸어가는 분 책이라, 오늘날 같은 우리 사회에서는 씨알이 안 먹히거나 두루 읽히기 어려운 책이 되고 마는지요.
“아름다운 전쟁, 최홍이, 음.” 골라놓은 책에 이 한 권을 얹으니 '책방 진호'아저씨가 한 마디 합니다. 그러더니 “이 책 하나는 내가 선물로 주지.” 하고 덧붙입니다. “어, 그러시면 ….”

▲책읽는 아저씨 틈나는 대로 책 하나 펼쳐놓고 있는 <책방 진호> 아저씨입니다.
최종규
책값 치른 책을 가방에 넣고 책방 문을 나섭니다. “오늘도 좋은 책 구경 잘하고 갑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 오던 길을 되짚어 노량진역으로 갑니다. 공사터를 또 지나야 합니다. 이번에는 길을 건너기로 합니다. 한참 기다리니 건널목 신호가 바뀝니다. 자동차 오가는 푸른불은 길지만 사람 건너는 푸른불은 짧습니다. 지하철 공사로 잔뜩 파헤쳐지고 어지러운 거님길을 건넙니다. 이쪽이나 건너쪽이나 비슷비슷입니다. 전철역에는 아까나 이제나 사람으로 가득가득입니다. 이렇게 사람들 많은 서울이니 무엇을 해도 어지간하면 장사가 되겠구나. 이렇게 사람이 많으니 무어라도 이렇게 서울에 와서 판을 벌여 보려고 하겠구나.
전철을 탑니다. 책방에서 골라든 책을 꺼내어 읽습니다. 덜커덩덜커덩 소리, 사람들 전화받는 소리, 무리지은 사람들 수다 소리를 한귀로 흘려가면서 책을 읽습니다. 저는 저대로 전철 안 이웃에 무디어지고, 전철 안 다른 사람도 다른 이웃한테 무디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 서울 노량진 〈책방 진호〉 / 02) 815-9363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헌책방+책+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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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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