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정연주 사장이 KBS 보도를 좌우할까?

[미디어워치] 정 사장 코드방송 문책론 내세우는 조중동의 진짜 속셈

등록 2008.03.14 15:01수정 2008.03.1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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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보수 언론들의 공격이 집요하다. <조중동>은 일제히 정연주 사장에 대해 십자 포화를 퍼붓고 있다. 너무 닳고 닳은 레퍼토리여서 새삼 거론할 것도 없지만 차제에 분명히 할 점 하나는 짚고 가야 할 것 같다. 이른바 KBS 보도와 프로그램에 대한 코드·편파 시비다.

 

<조중동>은 한결같이 정연주 사장의 퇴진 이유로 그가 탄핵방송을 주도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좌파적 프로그램을 방영했다는 이유를 든다. 분명히 하자는 점은 바로 이점이다.

 

탄핵방송이나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한 <조중동>의 문제 제기의 타당성 여부를 논외로 치자. <조중동>의 잣대로 평가해 볼 때 그렇다고 한다면 그것을 존중하기로 하자. 문제는 그것이 정연주 사장의 ‘지시’나 ‘지침’에 따라 그렇게 됐다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조중동>은 그러한 보도와 프로그램이 바로 정연주 사장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중동>은 왜 정연주 사장을 집요하게 공격하나

 

이 문제에 대해서 대답해야 할 사람은 정연주 사장이 아니다. KBS 기자와 PD들이다. KBS 기자들과 PD들은 <조중동>의 이런 책임 추궁에 대해 분명히 응답해야 한다. 탄핵 방송이나 <조중동>이 문제삼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과연 정연주 사장의 ‘지시’나 ‘지침’에 따라 보도하고 제작한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KBS 내에서 사장의 지시나 지침으로 그렇게 했다는 이야기를 아직까지는 들어 보지 못했다. 정연주 사장 퇴진 주장 까지 편 KBS노조지만, KBS노조가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어 그런 편파 코드 방송의 책임자로 정연주 사장을 지목했다는 이야기도 아직은 들은 바 없다.

 

공영방송으로 KBS의 위상이나 보도 내용,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평가와 토론은 필요하다. 미흡한 점도 적지 않고, 공정성과 공공성 등을 둘러싼 다양한 평가와 논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언론학자나 언론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공정성과 공공성 등을 둘러싸고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정연주 사장이나 경영진에 의한 통제나 지시,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보는 KBS 구성원들은 거의 없다.

 

실제 KBS나 MBC의 경우 보도나 프로그램 제작 메커니즘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과 크게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기자나 PD들의 말을 들어보면 방송 보도와 편성, 제작 방향의 큰 틀은 물론이고 구체적인 보도 내용이나 편성, 제작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있다는 게 중평이다. 과거 사장에게 직보되던 ‘9시뉴스’ 기사배치 목록(큐시트) 같은 것도 이제는 전달되지 않는다고 한다. 주요 프로그램 제작 기획도 제작 일선에서 확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조중동>이 구체적인 사례도 들지 않으면서 KBS 보도내용과 프로그램에 대해 편파 왜곡 보도라고 주장하고, 좌파 방송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바로 KBS 기자들과 PD들을 비롯해 KBS 구성원 모두에 대한 일방적 매도다. KBS 기자와 PD들이 <조중동>의 정연주 사장 인책론에 대해 응답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편집권이나 편성권에 대한 <조중동>의 시각이 여전히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그것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탄핵 방송이나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정 사장의 ‘코드’ 때문이며, 정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몰아붙이고 있는 이면에는 이들 방송사 사장이나 경영진이 보도 내용의 방향을 좌지우지하고, 프로그램 제작 방향을 지시한다고 예단하고 있기에 가능한 발상이다. 그게 아니라면 의도적이고 정치적으로 정 사장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는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 머물러 있는 <조중동>의 시각

 

이는 이들 신문들 스스로 편집권의 독립을 스스로 부인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제 현실이 그렇기도 하려니와 <조선일보>는 지난 2005년 신문법(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 등에 대한 위헌 심판을 청구하면서 “편집권은 전적으로 ‘발행인’에게 귀속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문법이  편집권의 최종적인 권한을 편집인에게 귀속시키고 있는 것이 위헌이라는 주장이었다.

 

<조선일보>는 이 위헌 심판 청구에서 “미디어의 설립은 그 출발점에 있어서는 자본을 투자하는 자의 사상이나 세계관을 전파하기 위한 행위”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한마디로 사주와 발행인이 최종적으로 모든 편집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조중동>이 KBS·MBC 등 공영방송 내의 달라진 제작 환경에 주목하지 못하고 ‘코드방송’ ‘좌파방송’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비난을 일삼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수 있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처럼 내부 민주화에 따른 편집권의 공유와 그 행사의 경험이 전혀 없는 이들 신문사 사람들로서는 KBS나 MBC의 보도나 방송 내용은 곧 사장이나 간부들이 전적으로 행사할 것이라는 ‘착각’속에 빠져 있는지 모른다.

 

KBS나 MBC 사정을 뻔히 알고도 그런 주장을 편다면 그것은 한마디로 KBS나 MBC를 <조중동>과 같이 ‘코드’를 맞출 수 있도록 <조중동> 프렌들리한 인물로 KBS나 MBC의 경영진을 바꿔보자는 정치적 기획일 것이다. 한마디로 방송을 과거처럼 권력의 나팔수로 만들자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이는 ‘언론 모독’이다.

2008.03.14 15:01ⓒ 2008 OhmyNews
#조중동 #자진 사퇴 #정연주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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