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유엔(UN)이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의 건의를 수용하여, 92년 제47차 유엔총회에서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지정ㆍ선포했다. 우리나라는 1994년 3월 22일부터 지켜왔다.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하여 한승수 국무총리는 치사를 통하여 "이명박 정부는 깨끗하고 충분한 물 공급을 위해 전국의 주요 댐과 상수도망을 연계해 물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강변 여과수와 지하수 개발, 해수담수화 등 지역특성에 맞는 취수원을 찾아 안정적인 물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부족은 이제 모든 나라가 공감하고 있다. 사람이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은 갈수록 마시기 어려워지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과 가정 폐수, 공장 폐수, 축산 폐수로 인하여 강은 점점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물부족과 오염에 처한 현실에서 정부가 깨끗하고 충분한 물 공급을 위하여 노력하겠다는 방침에는 동의한다. 그 방법으로, 강변 여과수와 지하수 개발, 해수담수화을 제시하였다. 제시한 방법의 실효성과 가능성, 재정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한 총리는 "지속가능한 물 관리를 위해 온 세계가 힘을 합쳐,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고 했다. 우리나라만으로는 세계가 처한 물 부족과 위기를 타개할 수 없고 전 세계가 합심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실 물이라는 수자원은 대부분 지하수보다는 '강'을 통하여 공급된다. 강은 대부분 한 나라만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나라를 지나고 있다. 그리하여 하나의 강을 두고 여러 나라가 물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 모든 나라가 힘을 합치고, 노력하지 않으면 물 부족으로 인한 재앙이 끔찍한 전쟁으로 발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세계 11억명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그 중에 6억명이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사람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30년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39억명이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승수 총리는 또한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유역 통합관리에 의한 효율적인 물 관리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치수시설물의 안전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홍수예보시스템도 선진화해 나가겠습니다"라고 했다.
치사 내용을 보면 이명박 정부는 깨끗한 물 공급을 위하여 국가가 책임지고 물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한다. 같은 지구상에 살아가고 있는 모든 나라와 함께 물 부족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공동 노력을 다하겠다는 내용은 이명박 정부가 생명의 근원인 물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할 것인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세계 물의 날에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는 '한반도대운하'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대운하는 원천적으로 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이요, 근원이다. 대운하 건설을 하면 수질오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반대론자들의 의견이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강변여과수 방식’으로 수질오염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강변여과수방식에 대하여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강변여과수 방식은 안정적 취수가 어렵고 인공함양지 조성을 위한 대규모 보상과 막대한 투자비(1일 6만톤에 600~800억원 소요)가 든다는 단점이 있다. 강변여과수 방식의 도입은 논리적 모순에 있다. 운하건설 사업비 충당을 위해 한강, 낙동강의 골재를 모두 파낼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대규모 골재채취는 강변여과수 확보에 결정적인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오마이뉴스> '강변여과수 방식은 경부운하에 타당하지 않다'2008.03.13 )
강변여과수 방식을 도입하여 수질오염을 개선할 수 있다는 찬성론자들의 논리가 매우 빈약하고, 위험함을 알 수 있다.
한승수 총리는 치사를 통하여 "우리는 기후변화의 위기를 녹색성장의 기회로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녹색산업을 일으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 살리기의 새로운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의 뿌리 깊은 경제논리를 확인할 수 있는 말이다. 푸른 누리와 깨끗한 물을 위한 생명넘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경제논리가 개입되고 있다. 깨끗한 물과 푸른 산은 경제논리가 개입되면 탐욕만 남는다.
대운하는 인간의 탐욕이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줄 것이다. 대운하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한승수 총리가 치사에서 밝힌 '이명박 정부는 깨끗하고 충분한 물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는 거짓말이다.
강바닥을 파내고, 골재를 채취하고, 물길을 막고, 다리를 높이고, 터미널을 만드는 데 어떻게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는가? 어떻게 최선을 다하는 일인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면서 반대론자들을 비전문가, 정부정책에 대한 발목잡기라고 우기고 비난하는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한승수 총리는 분명히 말했다. "오늘 이 자리가 ‘지속가능한 물, 안전한 물’을 지키고, 나아가 지구촌 물 문제 해결의 선도적 역할을 다짐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지속가능한 물, 안전한 물을 지키는 일, 지구촌 물 문제 해결의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유일한 길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 포기다. 포기하지 않으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이 말을 한 자신을 속이는 일이며, 국민을 속이는 일이며, 후손을 속이는 일이다. 한반도 대운하 포기만이 깨끗한 물을 먹고 마실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이명박 대통령과 한승수 총리, 찬성론자들도 솔직히 마음 속으로는 인정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포기하라.
2008.03.21 17: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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