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이은하씨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앞 한강 둔치에서 '친환경 물길잇기 전국연대' 주최 '한반도 대운하 공약실천 촉구결의대회'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부르고 있다.
권우성
전두환 정권 때는 <아, 대한민국>이라는 노래로 민심을 어지럽혔습니다. 그나마 댐을 만들어야 나라를 구한다는 내용의 <평화의댐>이라는 노래가 나오지 않은 게 다행인 게 우리네의 부끄러운 역사입니다.
어떤 노래는 들으면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어떤 노래는 들으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들으면 살아 있는 것이 부끄럽고, <직녀에게>를 들으면 분단된 조국의 아픔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은하씨의 노래를 들으면 화가 먼저 솟구칩니다. 어인 일일까요.
대중 가요는 현실을 대변하는 문화 코드입니다. 하여 그 시기에 꼭 있어야 하는 음악들이 만들어져왔습니다. 어떤 노래는 피로 만들어졌고, 어떤 노래는 눈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점에서 보면 이은하씨가 부르는 노래는 대중이 바라는 현실을 배신한 정치적인 노래밖에 되지 못합니다.
대중가요 역사 120년 동안 수많은 노래가 만들어졌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은하씨의 노래처럼 나라를 들어먹는 '최악'의 노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친일가요를 부르거나 작사 작곡한 사람들 지금 친일음악인으로 낙인 찍히고 있는 거 이은하씨는 알고 있는지요.
남인수씨가 불러 친일 논란을 겪은 '무명지 깨물어서 붉은 피를 흘려서 일장기(日章旗) 그려놓고 성수만세(聖壽萬歲) 부르고 한 글자 쓰는 사연, 두 글자 쓰는 사연 나라님의 병정되기 소원입니다'는 그 제목이 <혈서지원가>입니다. 조영암 작곡 박시춘 작곡이지요.
내용은 다르지만 <혈서지원가>가 이은하씨가 신명나게 부르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 노래와 어딘가 닮아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정희 정권 부탁 거부한 신중현, 이명박 정부에게 올인하는 이은하가수가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 하나 공개하지요.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대중가요>(현암사)라는 책에 실려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가수 신중현씨. 한국 록음악의 대부로 알려진 분이지요. 그 분이 실제로 겪었던 일입니다.
박정희 정권의 마각이 드러나기 시작한 1972년이라고 합니다. 유신헌법이 공포된 해이기도 합니다. 어느 날 청와대에서 신중현씨에게 전화가 왔답니다. 그 내용인즉슨, 국민들이 박정희 대통령을 칭송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겁니다. 당시 청와대에서 제시한 제목이 <박정희 대통령 각하의 노래>라고 합니다.
서슬퍼런 시절이었지만 신중현씨는 일언지하에 거절을 했다고 합니다. 거절의 대가는 참혹하리만치 혹독하게 다가왔지요. 그가 만든 노래 22곡이 금지곡으로 묶였고, 구치소 신세까지 졌다고 합니다.
만약 신중현씨가 그때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어떠했을까요? 순간적이지만 돈도 벌고 명예도 얻었겠지요. 하지만 신중현씨는 속된 말로 목에 칼이 들어와도 대통령을 위한 노래는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신중현씨는 국민을 위한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그 노래가 <아름다운 강산>입니다. 국민 모두가 좋아하는 불후의 명곡이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겁니다. 우리가 신중현씨를 존경하는 이유가 거기에 숨어 있는 것입니다. 절대권력에 저항했던 그의 역사를 평가하기 때문이지요.
가수 이은하씨와 신중현씨. 한 사람은 대통령을 위해 부나비처럼 뛰어 들었고, 한 사람은 대통령을 위한 노래를 거부했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시대를 노래한 가수이기도 하지만 노래하는 법은 많이 다른 듯합니다. 시사하는 바도 크고요.
세간에는 이런 말이 나돕니다. 꼴뚜기가 뛰니 망둥어도 뛴다고요. 꼴뚜기는 유인촌 장관을 말하고 망둥어는 이은하씨를 지칭하더군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살아가던 이들이 정치판에 뛰어들면 조심해야 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거든요. 이은하씨가 왜 망둥어가 되어야 하는지 팬들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역사는 당신을 '당당녀'로 평가하지 않을 것입니다연기자도 그렇지만 대중가수도 노래하는 철학이 있을 때 팬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입니다. 철학이 없는 가수는 팬들의 사랑을 받기 힘들다는 것은 우리의 지난 역사가 입증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의 이은하씨가 측은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어쩌다 그런 노래를 부르게 되었는지 세상이 미워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은하씨가 <밤차>라는 노래를 부르며 멋진 율동을 보여준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리송해>라는 노래로 군사정권을 풍자했던 기억 또한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노래인 <한반도 대운하>는 아닙니다. 당신이 불러야할 노래가 아닌 것입니다. <한반도 대운하>는 이은하씨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던 많은 팬들에게 아픔과 상처만을 안겨 줄 뿐입니다.
이은하씨. 당신이 아무리 소리쳐 대운하를 찬양한다 해도 대운하는 건설되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일을 대통령이라고 추진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의 행동이 아무리 정당하다 할지라도 대중가요 역사는 당신을 '당당녀'로 평가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 노래를 시작하고 나서 악플에 시달렸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이 당신을 아끼는 팬들의 마음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후회 하지 말고 이제라도 이은하씨가 걸어왔던 아름다운 길을 걸었으면 합니다. 한때 <아리송해> 노래를 입버릇처럼 불렀던 팬으로서 진정 어린 부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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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찬양하는 가수 이은하씨, 그건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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