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자본주의의 폐혜를 되짚는 <데어 윌 비 블러드>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폴 다노의 연기 대결 볼만

08.04.01 08:45최종업데이트08.04.0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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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지금으로부터 200년이 넘는 세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깜깜한 어둠 속,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한 남자가 무언가를 캐는 날카로운 소리만이 들린다. 이 광부는 바로 이 곳에서 석유 유전을 발굴하게 되면서 한순간에 부를 누리게 된다. 그는 바로 다니엘 플레인뷰(다니엘 데이 루이스 분)이다. 그는 아들 H.W(딜런 플리지어 분)와 함께 계속해서 석유를 찾아 다닌다.

어느 날, 한 소년에게 얻은 정보로 서부의 작은 마을에 땅을 사들이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여 석유 사업을 본격화한다. 그러나 이 때 부터 심상찮은 갈등이 싹튼다. 이 마을에는 엘라이(폴 다노 분)를 축으로 하여 제3계시교라는 종교를 믿는 광신도들이 살고 있는데, 그 응집력이 너무도 대단하여 엘라이가 거의 사람들을 조종하는 수준이다. 그는 신도들에게 너무도 위대한 종교인이지만 실상은 자본주의에 찌든 광신도였다.

다니엘과 엘라이는 너무도 공통된 속성을 갖고 있기에 사사건건 충돌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모욕을 주고 그들의 욕망을 점점 커져만 간다. 다니엘은 석유 사업으로 자신의 부만을 계속 축적시키고자 하고, 엘라이는 신과 교회의 부흥을 운운하면서 석유사업의 이익 일부를 계속 요구한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다니엘의 석유 사업은 성공을 거두지만, 그의 아들 H.W는 청력을 잃는 아픔을 겪게 된다. H.W가 청년으로 성장할 만큼의 시간이 흐른 후, 다니엘은 굉장히 쓸쓸해 보인다. 성처럼 큰 집과는 반대로 그의 마음은 너무나 공허하다. H.W는 다니엘을 떠나 있었고, 다시 돌아와서 한다는 소리가 아버지와 경쟁자가 되겠다고 한다.

다니엘의 경영스타일과는 다른 뜻을 가졌던 아들이 독립을 선언한 것이다. 분노한 다니엘은 H.W에게 그가 자신의 친아들이 아님을 밝히고 엄청난 욕설을 퍼붓는다. 아버지를 사랑했던 아들 H.W는 자신을 쓰레기 취급하는 다니엘에게 질려버리고 더 이상 그의 곁에 남아있지 않는다. 이제 다니엘은 정말 혼자가 되어버렸다.

불행하게도 엘라이는 이런 좋지 못한 타이밍에 다니엘을 찾는다. 그에게 같이 손을 잡고 석유사업을 더 해보자는 것이었다. 바로 예전에 했던 그 마을에서. 다니엘은 엘라이에게 엄청난 모욕을 주고 그곳의 석유는 모두 뽑아써버렸다고 말한다. 그리곤 그동안의 분노를 폭발시키기에 이른다. 결국 다니엘은 엘라이를 죽이고, 이 광경을 목격한 집사에게 이제 끝났다고 말한다. 그렇게 이 처절한 싸움은 끝이 난다.

영화는 자주 등장하는 황무지의 배경처럼 굉장히 척박하고 황폐하다. 이러한 배경만큼 다니엘의 삶 또한 매우 척박하다. 그는 일순간에 부를 얻었을지 모르지만, 그 부를 제대로 쓸 줄 몰랐고 소중한 것들을 잃기에 이른다.

다니엘이란 인물은 무한대의 욕망을 가진 인간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그 탐욕이 어떤 화를 부르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다. 결과는 절대 그 부 만큼이나 달콤하지 않다. 너무나 비극적이고 참담할 뿐이다.

이처럼 메마른 다니엘의 삶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렬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또한 이것은 석유로 대변되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석유라는 자원을 얻기위해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전쟁을 벌이는 이 참담한 상황말이다. 영화는 개인의 야망과 탐욕, 폭력성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리면서 현 시대의 국가적 욕망을 제대로 꼬집어내고 있다.

사실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여러가지로 코엔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영화다. 비록 후자보다 이해는 쉽지만 결코  쉬운 영화는 아니다. 똑같이 많은, 끊임없는 사고를 요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한편의 블록버스터를 본 것 같긴 한데, 보통 그런 영화와는 다르게 뒤끝이 남는다.

영화의 제목만 봐서는 여기저기 피를 튀길 것 같은 B급의 냄새를 물씬 풍기지만 그 정도의 하드고어 영화는 아니니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무엇보다 혼신을 다한듯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이제 막 물이 오른듯한 폴 다노의 연기 대결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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