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장사꾼들에게 맡길순 없다.

학교자율이란 미명아래 학생과 학부모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

등록 2008.04.25 12:50수정 2008.04.2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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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이 교육자율의 확대라는 명목으로 학교를 장사꾼들에게 사업장으로 내주고 있습니다. 정권이 주장하는 자율은 누구의 자율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학교를 운영하는 학교장의 자율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학생들과 학부모 단체등 다른 이해당사자의 자율을 해치고 있습니다. 어린이 신문의 단체구독, 방과후 학교에 학원들의 참여, 교복 공동구매의 문제등 염려스러운 일이 너무 많습니다.

 

신문의 단체구독

 

과거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신문을 단체구독하며 많은 말썽을 빚은 일이 있었습니다. 교사들을 시켜서 학생들의 신문구독을 장려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구독부수가 늘면 학교장이나 교사들에게 적지않은 사례비가 지급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 것을 위해서 학교장이나 교사들은 더욱 구독을 독려하게 되는 것이죠.

 

수구적 신문들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데에 학교가 조직적으로 동원되는 일입니다. 소년조선, 소년중앙, 어린이동아를 발행하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장사에 학교가 앞장섰던 것입니다. 어린이들에게 그들의 사고방식을 주입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입니다. 어린시절부터 편향된 사고를 강요받게 되는 것은 폭넓은 사고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들의 경우 학교장이나 교사들의 권유를 쉽게 뿌리칠기 어렵습니다. 혹시 내 아이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을 학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신문사들의 경쟁이 학교를 배경으로 심화되면 학교장이나 교사들의 주머니는 더욱 두둑해질지 모르지만 학부모는 끌려다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부당한 강매를 막기 위해서 어린이 신문을 가정에서 구독하도록 이전 정부에서 조치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조치는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학교장이나 교사들이 부당한 일을 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자율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이 부당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막고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자율입니다. 학교장의 부당한 이익을 위해 학생과 학부모의 자율을 침해하는 것은 매우 구시대적 작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방과후 학교에 학원을 참여시키는 일

 

이 역시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방과후 학교가 학원강사들에게 맡겨진다면 이는 당연히 학원강사들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조금만 테크닉을 부리면 학생들이 학원을 찾아오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게 만들 수가 있습니다. 방과후 학교의 강의내용을 맛보기로 해서 학원에 오면 더욱 깊이있는 내용을 가르쳐줄 것처럼 술수를 부릴 여지가 많습니다. 학교가 학원들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이죠.

 

또 다른 하나는 교사들의 강의의 질을 학원보다 못한 것으로 전제한 발상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학교현장에도 유능한 교사들이 많습니다. 다만 그들에게 충분한 처우를 하거나 교사의 수를 늘려주지 못해서 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는 환경이 더욱 문제죠. 그래도 교사들의 실력이 부족하다면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 것이 아니라 교사들을 교육해서 실력을 키우는 것이 옳습니다.

 

물론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는데 충분한 예산의 지원이 어렵다는 점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학교를 학원에게 내맡기는 일은 해서는 안될 악행입니다. 맞벌이 부모들이 방과후 학교에 의존하는 것은 아이들을 마음놓고 맡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의 내용이 반드시 훌륭해서가 아니라는 것이죠. 어렵지만 교사들이 좀 더 고생을 하는 쪽이 맞습니다. 공교육이 사교육의 지배를 받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교육예산을 늘려서 고생하는 교사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며 학교가 운영하는 것이 맞습니다.

 

학원들은 학교와의 그러한 연관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 학교장이나 교사들에게 로비를 시도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학원의 장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매우 적극적으로 나설 것입니다. 학교장과 교사들이 뇌물을 받고 학원에 아이들을 팔아넘기는 목불인견의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도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차라리 방과후 학교를 운영할 수 없다면 학부모들이 알아서 보내는 것이 맞습니다.

 

교복의 공동구매

 

교복문제는 학부모들에게 많은 부담을 안겨주는 문제입니다. 교복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기업들이 독과점적 이익을 챙기는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희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교복메이커들은 학교장이나 교사들을 상대로 매우 조직적인 로비를 펼치고 부정한 뇌물을 제공하며 부당이득을 챙겨왔습니다.

 

반작용으로 학부모들이 서로 연대하여 학교와 관계없이 공동구매를 하는 등 대응을 해 왔습니다. 이런 대응은 매우 자연스럽고 시장원리에도 훨씬 부합하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학교자율성의 강화라는 미명아래 학교장이 통제하는 것은 부정한 행위입니다. 학교장과 기업의 커넥션을 만들고 강화할 뿐입니다. 이 역시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를 빼앗아 학교장과 교사들에게 넘기는 행위로 시대를 역행하는 일입니다.

 

교복의 디자인과 색상을 결정하는 과정에도 그러한 검은 손길이 미칠 가능성이 있지만 구매까지 학교가 결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디자인과 색상을 결정하는 과정에 학부모 단체들을 참여시켜서 학교장의 전횡을 견제하는 것이 옳습니다. 학부모들의 이익을 직접 침해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이부분을 학교의 자율권으로 포장하는 것은 부당한 일입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자율권을 확대해야...

 

학교의 자율권을 확대하는 것은 학교장과 일부 주임교사들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어선 안됩니다. 더우기 사기업들의 이익에 학교가 활용당하는 방식의 학교장 자율이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이윤동기로 달려드는 사업자들과 아직도 권한이 막강한 학교장의 자율은 더욱 줄여야 마땅한 일입니다.

 

학부모들의 참여를 통해서 오히려 그들을 견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부모와 학생의 자율이 진정한 학교의 자율입니다. 그 것을 더욱 확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청이나 교과부의 적절한 통제가 필요할 것입니다. 학교는 근원적으로 사기업의 장사속을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고삐가 풀리는 순간 교장실은 뇌물로 넘쳐나고 학교는 장사치들의 장터가 되고 말것입니다.

 

수구언론사의 이익을 확대해주고, 비대해진 사교육 시장의 이익기회를 더욱 늘려주며, 교복 장사의 폭리를 보장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고혈을 짜는 행위에 다름이 없습니다. 학생이 행복한 학교, 학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 진정한 자율입니다. 장사치들의 이익을 보장하고 교장들의 뇌물수수 기회를 늘려주는 것은 폭압일 뿐입니다. 정권의 교육 정책에 학부모의 한사람으로서 우려를 금할 길이 없습니다.

 

과연 이런 것이 시장경제라면 학교도 시장인가 봅니다. 이런 것이 실용이라면 다수의 희생을 발판으로 소수의 특권층이 이익을 보는 것이 실용인 모양입니다. 새삼 자율이 무엇인지, 실용이 무엇인지 개념부터 흔들릴 지경입니다. 교육은 시장에 맡길 일이 아닙니다. 국가가 책임질 일이며, 학생과 학부모의 이익이 가장 커지는 쪽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8.04.25 12:50ⓒ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학교자율화계획 #학생과 학부모의 이익 #어린이 신문 #학원의 방과후학교참여 #교복공동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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