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쁜지 육아일기(2) 진짜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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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aravis)등록 2008.05.19 09:38
재우려고 함께 누웠다.

엄마, 잘 때 말해도 되요?

그럼, 말해도 되지.

잘 때는 조용히 하고 자야 되잖아요.

계속 이야기하면서 안 자면 안 되는데

지금은 시간도 많이 늦지 않았고

또 방금 전에 누웠으니까 괜찮아.

우리 이야기하면서 잘까?

(뜬금없이)

근데, 나는 밖에서 낚시를 하고 싶었던 거야.

집에서 낚시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바다에서 '진짜' 낚시를 하고 싶었던 거야.

(낚시놀이를 하고 싶다고 해서 오늘

물고기와 바다 생물들을 그린 뒤 클립을 끼우고

자석으로 낚싯대를 만들어 신나게 놀았다)

아, 그랬구나.

엄마는 그냥 집에서 하는 낚시 놀이를 하고 싶은 줄 알았지.

그런 거였구나. 몰랐어.

나는 바다에서, 밖에서 진짜 낚시를 하고 싶었던 거야.

그래. 우리 다음에 바다에서 진짜 낚시를 하자.

(하지만 과연 언제 하지? 우리집에는 '진짜' 낚싯대도 없는 걸.

금 한 돈을 먹인 물고기를 풀어놓는 저수지형 낚시터를 가면 낚싯대도 빌려줄까?

여름 휴가때 배타고 나가 낚시를 할까? 배 한 번 빌리는데 경비가 많이 들텐데...

연지 아빠는 낚시에 전혀 관심도 없을 테고

연지가 직접 하기엔 위험하고 어려울 테니 경비에 비해선 얻는 것도 없을 테고.

아, 겨울에 얼음 낚시 축제를 하는 곳에 가면 되겠다!)

나는 바다에서 물고기 말고 여러가지 다른 것들, 꽃게를 잡을 거야.

해마도 잡고 오징어도 잡고 산호도 잡을 거야.

(그림으로 그려준 것들 열거...)

꽃게도 잡을 거야.

그래?.....--;;

(엄마가 꽃게잡이 배까지 태워주긴 힘들텐데...--;)

그런데... 바다에는 물고기는 많은데

꽃게랑 여러가지 다른 것들은 어느 바다에서나 사는 건 아니거든.

특별한 곳에서만 살거든.

그리고 우리가 잡기에 쉽지도 않아.

어부 아저씨들만 잘 잡을 수 있어.

그럼 엄마는 물고기만 잡을 거야?

난 꽃게를 잡을 건데...

그래^^;

그런데 바다에서 낚시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

어디서 봤어?

응. 뽀로로'들'이 바다에서 낚시했어.

푸하하...(뽀로로'들'이란 말이 웃겨서)

아니야, 맞아, 포비, 루피, 크롱, 그런 애들 모두 뽀로로'들'이야.

(그것 때문에 웃는 건 또 어떻게 알아가지구)

그렇구나. 뽀로로'들'이 낚시하는 걸 봤구나.

연지가 그래서 낚시를 하고 싶었구나.

응. 나는 돗자리 깔고 앉아서

바다에서 진짜 낚시를 할거야.

꽃게를 잡을 거야.

(마지막으로 자신의 바람을 총정리한다.

최근 몇 번의 소풍으로 야외에서는 돗자리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연지^^)

또 나는 계속 많이 커서 ...도 할거야

(뭐였는지 잊어버렸다--;)

밥도 잘 먹고 반찬고 잘 먹고 잘 쉬고 잘 놀아서 .... 도 할거야.

(계속 종알거리다가...)

아.. 졸리다. '아무래도' 하룻밤 자고 일어나야겠다.

근데 왜 맨날 하룻밤만 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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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귀여운 딸램.

바깥 외출만 하면 낯선 환경을 무서워만 하더니,

그래서 되도록 많은 경험을 시켜주려던 엄마, 아빠에게

실망감과 피곤만 안겨주더니

이제야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구나.

내가 힘닿는 한 너와 즐거운 경험들을 쌓아 나가겠다만

그것이 너의 기쁨이자 나의 기쁨이 되겠다만

어느 정도 시간이 많이 지나고 네가 크면

내가 너에게 안겨 줄 수 있는 경험도 한계에 부닥치겠지.

오늘의 '꽃게잡이'처럼 말야.^^

네가 진정 원하는 일을

만약 내게 돈이 없어서라든가,

다른 이유들로 도와주지 못한다면

맛보여주지 못한다면 난 슬프겠지.

앞으로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이

진정 네가 원하는 일이라면 힘닿는 한 도와주고 싶구나.

바로 그 이유로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이

지극한 희생과 인내로 삶을 견디어 나가는 것이겠지.

나 역시 그렇게 너의 길을 닦아주고 싶구나.

하지만 내가 닦을 수 있는 길 그 너머를 네가 원한다해도

난 너의 종착점까지 길을 내주지 못한 것에 대해

슬퍼하지는 않고 싶구나.

최선을 다해 네가 원하는 길을 닦아 주겠지만

결국 길을 발견하는 것도

길을 걸어가는 것도

그리고 길을 만들어가는 것도

너의 몫일 테니 말이야.

네가 바다에 가고 싶다면 바다에

강에 가고 싶다면 강에

너를 데려다 줄 수는 있겠지만

바다에 가거나 강에 가서

낚싯대를 드리워

네가 잡고 싶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은

모두 너의 몫일 테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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